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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rightsea Oct 15. 2023

#1-20. 다섯 번째 별

신념의 차이

" 여기는 처음이세요?"

" 어릴적 부모님과 왔던 기억은 있어요. 이렇게 많이 변했을 줄 몰랐네요. 그러고 보니 세월이 좀 많이 지나기도 했고 벌써 30년 전이니까요."


서우는 그렇게 말하며 느리게 흘러가는 한강을 바라봤다. 유독 쌀쌀한 날씨임에도 사람들은 자전거에, 조깅복에, 외출복에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을 빠르게 지나갔고 그런 그들 틈사이 마주오던 자전거를 피하다 휘청이던 서우를 나는 강하게 내품으로 끌어들였다.


" 괜찮아요?"

' 두근두근'


" 아... 네. 제가 잠시 딴  생각을 하는 바람에 ..."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살며시 내손을 밀쳐냈고 나는 어색하게 어깨서 내린 손을 이내 부비며


" 바람이 차네요. 저기 커피라도 한잔 마셔야겠죠?"

그렇게 말하며 나름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아 내코 주머니에 찔러넣고는 꼭 쥐었다.

그리고 그녀를 다정스레 바라봤다. 그러자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녀.


" 무슨 생각을 그리해요?"

" 아... 어제 그 영상요. 그걸 어떻할지 고민 중이에요. 업무상 보고는 해야하는 사항이지만 그걸 설명하자니 상황이 복잡해지고 그렇다고 그냥 두기에는 위험요소가 될지도 몰라 갈피를 못잡겠었어서요."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돌려 세웠다.


" 만약 저라면 전 그냥 삭제 합니다."


 냉정하리만큼 명료하면서도 단호했던 내 말투.

 

" 네?!"




다소 놀란 그녀의 반응에 나는 담담히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걸어갔다.

" 서우씨가 말했잖아요. 어렸을때 어머니와 겪었던 일들. 그리고 아버지일도  그렇고.  생각해보면 만약에 서우씨에게 있었던 일들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일들이 어쩌면 한국에서는 예전부터 행해오던 토테미즘 같은 것의 일종이었는데 그게 마치 큰 일이 되어 확대된 것이라면요?"


" 음,..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해 본적이 없었는데 ... 그때 어머니와 그일이 있고 부모님이  크게 다투시고 아버지께서 서둘러 미국으로 귀국하신 바람에 전 그게 제게 병이 있었거나 큰 문제가 있었는줄 알았거든요.

 나중에야 그런게 아닌 그저 트라우마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 마음의 짐은 덜었지만 어째든 그것과 상관 없이 미국에 가서 얼마 후에 엄마가 아버지와 이혼 후  바로 미국 인과 재혼하고 떠나버려서 그 마음의 상처가 깊었어요.

그래서 더 아버지와 저는 애틋한 부녀지간이었죠. 아버지께서는 늘 가정을 버린 어머니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하셨어요. "


" 미국인이셨으면 더 이해 안되는 상황들이 많았겠죠. 안그래도 부부사이는 이해못할 일들 투성인데 문화적 차이도 있고 거기에 그런 종교적 가치관까지 대립했다면 충분히 서로가 믿는 존재에 대한 신념과 지켜야 할 존재. 그리고 사랑하지만 대립하는 존재 사이에 충분히 갈등히 생기지 않겠어요?"


" 그때는 어려서 미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랬을 수  있겠네요. 아마도 엄마는 한국사람이니 본인이 믿어 온대로 나를 지키려 들었을테고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 본인의 신념에 따라 그런 어머니를 대해오셨을 테니. 그래서 엄마는 늘 입버릇처럼 아버지와 싸울때마다 너 같은 미국인은 진정한 미국인이 아니라 그냥 원색주의에 인종차별주의라고 비난하고는 했어요. 그럴때마다 아버지께서는 샤머니즘에 빠져 그렇다고 뭐라시며 엄마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었구요. 

결국 그 말들이 서로에게 독처럼 번져 관계가 악화 되어 파경에 이른 거죠. 그 후에는 마치 서로의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려는 듯 행동했었고 이제와 보니 휘우씨와 이야기 하면서 이해 안되던 심정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두분이 왜 그러셨는지."


" 그렇다면 어제봤던 그 장면들도 그곳의 그들도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을 위해 그자리 모인 거니 우리가 못본 걸로 해도 되지 않을까요?

 어째든 그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던 나름은 그들의 답을 찿아 거기 있었을거고  저희가 나선다고 그들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줄수 있는게 아니라면 말이죠.

언젠가는 그들도 나름의 답을 찾지 않겠어요?"


" 그 말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인 걸요."

" 어째든 그들의 문제를 서우씨가 어떤 액션을 취한다고 해결해 줄 수 없다면 오히려 더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결과가 될 수 도 있잖아요. 그 일로 서우씨가 또 다시 위험에 처할 수도 있구요. 전 그게 사실 더 걱정되요. 하지만 그냥 두면 아무일이 아닌게 되고 지금처럼 그냥 흘러가겠죠. 그러다 만약 큰 문제거리가 된다면 그때는 국가에서 나서면 되는 일이고. 사회시스템이라는 게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까. "


" 어찌보면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제가 하는 일이 그런 일들이 크게 만들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이기도 해요. 큰 문제가 되기 전에 그 문제를 차단 하는 일이 제 일인걸요. 그들이 만약 외계 생명체들이나 또는 그들의 지배나 지령을 받는 세력에 의한 존재들이고 어떤 위협을 준비중이라면 그것을 미리 알고 대응을 해서 그 위협으로 부터 국민들과 국가를 지키는 것이 저희의 업무니까요. "

" 하지만 그 국가도 결국 서우씨가 있어야 존재하는 거잖아요. 서우씨가 없다면 국가가 무슨 필요죠? "

" 당장은 저를 못지킨다하여도 결국 저와 같은 사람의 희생으로 남겨진 국민은 지키는 거죠. 그리고 남은 인류는 그 뜻을 지켜 나갈 수 있는 거죠. "





왜 나는 그녀가 가엽게 느껴졌을까.

그 누구도 그녀를 보호해줄 수 없는 순간까지 그녀는 국가가 본인을 지켜줄 수 있다고 그렇게 철썩 같이 믿고  어떤 믿음으로 인해 자신의 희생조차 인간을 위한 희생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그저 우리의 생존은 본능이고 환경과 생태의 영향인데 인간이 만든 거대한 사회적 체제와 교육이라는 시스템으로 길들여진 그녀의 철저한 신념은 그 희생마저 당연한 논리로 만든 것일까.

 

조금은 내 시선이 안타까운 듯 보였을지 모른다. 아니면 그녀를 지키고자 하는 내 마음이 그녀의 마음에 전해졌을까. 서우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 하지만 휘우씨 말대로 지금은 조금 흔들려요. 내가 생각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 어쩌면 휘우씨 말대로 하는 것이 오히려 옳은 일이 아닌지. 왜냐면 그들을 쫒기 전까지는 적어도 한국에서 그렇다할 그들의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했었고 표면으로 드러나거나 그들이 누군가의 몸에 이식되어 문제를 일으켜 누군가를 죽이거나 한 건 아니니까요."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논리로 그녀를 설득하려는 내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도 수긍해 주는 그녀를 보며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 휘우씨 걱정하는 마음도 충분히 알겠어요. 하지만 이건 제 일이니... 조금 더 고민해 볼게요."

" 그래요. 저도 제 생각을 강요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잊지 말아 줬음 좋겠어요. 서우씨 목숨 누구보다 정말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 이 세상에 저 한사람은 확실히 있다는 것. "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살며시 뒤에서 다가와 내 팔짱을 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 우리 저기로 들어갈까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앞에 보이는 카페로 그녀를 안내했다.


한강변을 벗어나 건물들 사이 호텔 1층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카페.

색색의 디저트들이 눈에 들어오며 사람들이 가득찬 그곳은 꽤나 다양한 디저트들이 있었다. 어느새 창가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맛있어 보이는 프리첼과 함께 라떼를 시켜서는 한입 가득 입에 물었다. 하지만 이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새 디저트로는 배를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알게 되었고 배가 불러 보이는 그녀와 달리 나는 점점 배가 고파왔다.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는게 한국인의 습성인 법.


" 서우씨 배 부르시죠?"

" 음 전 아침도 챙겨 먹고 디저트도 먹어서... 휘우씨는 괜찮으세요? "

" 아... 전 괜찮습니다. 혹시 서울에 오면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으세요?"

" 저야 서울은 어느 곳이든 가보고 싶죠. 서울도 많이 변하고 달라졌지만 어디를 가도 제게는 추억의 장소라서요. "

" 미국에 가기 전에 서울에 사셨군요. "

" 네. 용산에 살았었죠. "

" 용산이라.. 그럼 이태원에 가 볼까요?"

" 음 그 곳도 좋은데 거기보다 석촌 호수에 가고 싶어요. 사실 용산은 본부가 있는 곳과도 가까워서 종종 오기도 하거든요."

" 그럼 저희 석촌 호수로 가봐요. "


초행인 서울에서 나름은 길을 아는 마냥 그녀에게 말을 했지만 지하철을 타는 것부터 내리는 것 그리고 석촌호수로 향하는 것까지 모두 그녀의 뒤를 졸졸 따르며 안내를 따라 움직였다.


 사실 체면은 말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석촌호수가를 그녀와 산책하며 서우가 좋아하는 가수가 테일리스위프트 인 것도 알게 되었고 그 이유가 그 가수가 세계 투어를 하며 전 스텝에게 가족을 위해 성과급을 역대급으로 쏘며 가족 사랑을 실천하고 있으며 그녀의 투어에 아버지와 함께 함을 알게 되었고 서우는 가끔 취미로 날을 새며 책을 읽는 다는 것도 그리고 그 책을 영화나 TV시리즈로 만든 것만을 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금은 더 가깝게 느껴지는 그녀.

본의 아니게 함께 하며 알게 된 서우는 꽤나 계획적인 삶을 살아왔었다.


그녀에게 난생 처음 보여주는 맛이라며 긴 기다림 끝에 곱창집에 들러 간단히 맥주에 곱창 구이를 함께 하며 우리는 다시 지하철로 향했다.




" 저 때문에 술도 제대로 못드셔서 어떻게 해요?"


서우는 미안해 하며 나를 바라봤고 그런 서우에게 나는 괜찮다며

" 맥주 한잔이라 차에서 눈을 붙이고 술을 좀 깨고 운전하면 되요. 아직 오후 한참인데요. 뭐."


그렇게 그녀와 다시 차를 세워두었던 한강근처 호텔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안에서 우리는 잠시 쪽잠을 청했다. 얼마쯤 잠을 잤을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뜨니 관리인이 차 옆에 서 있었다.

" 저 여기서 주무시면 안됩니다. "

" 아 죄송합니다. 멀리서 와서 너무 피곤해서요. 금방 차 빼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서둘러 차를 몰아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밖은 어둠이 내려 길가는 불금의 밤을 알리는 마냥 도로는 정체로 북세통을 이뤘고 그녀와 그 붐비는 서울시내를 그대로 관통해서 차를 몰아 다시 울진으로 향했다.


" 흠. 이상하네. "

" 왜 그러세요? 휘우씨?"

" 아 아까부터 이상해서요. 요즘 아무리 기술이 발전되었다고 하지만 고작 맥주 1잔 먹고 3시간이나 잠이 들었다 깨고 운전하는데 그것도 차안에 있는데 자꾸 길거리 CCTV가 눈에 들어와서요."

" 네? 그게 무슨...?"

" 아 ...신호를 지날 때마다 자꾸 교통 카메라에 불이 들어와서요.

 처음에는 그냥 교통 정체 구간이라 신호를 혹시 내가 안지켰나 했거든요.

  보통은 신호를 지키지 않으면 빨간 불이 들어오며 찍히는 표시가 나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유독 지날 때 마다 불이 들어오네요. 심지어 아까 정체 구간인데 그곳을 지날 때마다 계속 다 불이 들어왔어요. 조금 전 고속도로에서도 마찬가지구요. 구간마다 다 찍힌 것 같아요. 카메라가 그렇다고 전국구간이 다 고장은 아닐테고."


" 그래요? 아 전 옆에서 제가 운전을 안하고 있어서 몰랐는데? 어 정말이네?"


때마침 지나가는 고속도로 속도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다. 마치 촬영이 되듯. 계기판에 속도계는 분명 90km였고 제한 속도는 시속 100km구간.


그러자 그녀는 이낸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나 싶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한참을 영어로 대화를 했다. 약간은 화가 난 듯한 그녀. 도대체 무슨 연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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