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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rightsea Nov 01. 2023

#1-32. 다섯 번째 별

실험

지하 3층에 주차를 하고 형에게 전화하자 형은 귀찮은 듯 기다리라고 말한 뒤 급한 일이 있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루하게 기다리다 나도 모르게 잠든 찰나 요란한 음악소리에 깨보니 명품 스포츠카가 한대 들어 구석 벽면으로 향했고 벽면인 줄 알았던 외벽이 뒤로 물러나며 주차공간이 나오자 차가 한 바퀴 돌려지나 싶더니 운전자가 내리고 이내 벽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놀라 범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 범석아. 형 병원 건물 혹시 내부도 찾을 수 있어?"

" 그건 왜?"

" 여기 숨겨진 공간이 있어. "

" 야 너는 어떻게 그런 곳만 가냐. 기다려봐. "


조금 있으니 범석이 전화가 왔다.

" 야. 거기 지상 7층에 지하 3층이 전부인데? 어딨다는 거야? 아 잠시만 거기 완전 요새인데? 건물내부로 인터넷 보안이 걸려서... 헐 이거 완전 무슨 기밀시설도 아니고... 거기 이런  건물이 있을 리가 없는데... 연식도 오래된 건물인데... 나 참. 기다려봐. 내가 갈게."






궁금증을 못 이긴 범석이 결국 차를 이끌고 도착했을 때 주차장 내부는 제법 퇴근 차량이 빠져나간 뒤였고 내차 옆에 주차한 범석 차로 옮겨 타자 범석은 차량내부에 마련한 네트워크로 화면을 띄워 보여주며 말했다.


" 여기 봐. 이게 내부구조거든. 근데 어디도 더 이상은 주차공간이 없어. 니네형 뭐냐? 국가 비밀 기관에라도 공조하는 거야?"


그때 아까 올라갔던 운전자가 내려오자 내가 보았던 비밀 공간이 열리며 차량이 눈앞에 나타났고 운전자는 비틀거리듯 차에 올라 이내 큰소리로 음악을 틀고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우리가 휘둥그레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숨을 헐떡이며 형이 비상구로 뛰어내려왔다.


 " 야. 기다리라고 했잖아. 여기 주차는 왜 한 거야? 어? 너 이 새끼!"


 형은 내 옆에 내린 범석을 보자마자 냅다 주먹을 날렸고 그런 형의 주먹질에 범석은 멀리 나가떨어지더니 형의 주먹에 맞아 피 터진 입가를 닦으며


" 미안해요. 형. "

" 이 새끼. 내가 휘우곁에서  떨어지라고 했잖아. 아직도 니들 붙어 다녀?"

" 형. 그만해. 내가 부탁한 거야. "


내 고함소리에 범석의 멱살을 잡고 부르떨던 형은 이내 옷을 털더니.


" 아 이 새끼. 쥐새끼 한 마리 데려와서는 무슨 급한 일처럼 난리 치고..."


그렇게 말한 형 이내 발길을 돌렸고 나는 그런 형의 옷깃을 붙잡으며


" 이것 좀 봐줘. 형은 알잖아."

그렇게 말하며 한국의대 논문을 형 앞에 들이밀었다.

논문을 본 형은 당황하며 급히 내차에 올라탔다.

" 이거 어디서 난 거야? 발표도 안 한 걸."


나와 범석은 이내 뭔가 있음을 직감하고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범석은 보조석에서 내려  뒤로 가서는 연구데이터를 형에게 들이밀었다.





그새 나는 차를 몰아 컴컴하게 어둠이 내린 한강 고수부지 주차장으로 향했다.

" 이거 어디서 난 거야? 왜 이걸 니들이 가지고 있지?"


범석은 눈치를 보며

" 그게요. 형님. 저 새끼가 좋아하던 여자가 미국에서 가져온 자료예요."

" 뭐? 미국에서 이따위로 우리 연구를 써먹어 온 거야?"


나는 애가 타  형에게 간청하듯 말했다.

" 형 도대체 그게 뭐냐니까? 설명  좀 해달라고... 그래야 서우 씨를 찾을 실마리라도..."

" 그때 여인 말이야? 그 서우인가 하는 사람이 이것 때문에 사라진 거야?"


" 응. 그러니 제발..."


내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형은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  핸드폰 불빛으로 비춰보다 결국 우리는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 이거. 외부로 절대 알려지면 안 돼. 우.

여기 자료는 우리 대학에서 은밀히 진행되던 연구를 기초로 한 것 같아. 음 여기 이 부분.

여기 보면... T세포를 활용한 완전면역을 목표로 유전자 변형 연구가 진행되었고 이를  토대로 장기기증자들의 장기를 기증받은 이들에게 이식 수술을 감행 인체 적응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온 거야.


문제는 공식적으로 이런 실험자체도 인간을 대상으로는 반인륜적인  문제로 국제적으로 금지된 규정이고 여기에 더 엄청난 유전자 변형에 이용된 이 정체불명의 유전자 추출물인데 이 물질의 출처가 미확인 생명체라는 부분이지. 여기에서부터는 극비라는 내용이야. "


왠지 어려운 말들을 쉽게 풀어 말하는 형의 말속에 보이지 않는 실마리가 드러나는 느낌이 들었다. 자료를 보던 형의 두 손은 이내 가늘게 떨려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손에 든 자료를 떨어뜨렸다.


" 난 알 것 같아. 그 추출물의 실체."


범석이 그렇게 말하며 형을 빤히 바라보자 형 목이 타는 듯 눈앞의 물을 쭉 한잔 들이켰다.


" 형. 어디까지 연관된 거야?"





범석의 말에 내가 형을 추궁하자 형자리서 일어나며


" 넌 그냥 모른 척 해. 더 알아야 네게 도움도 안돼. 너만 힘들어져. 그냥 이제껏 살아온 대로 그냥 평범하게 쥐 죽은 듯 그렇게 살아."


" 형! 이대로는 나도 못 물러서. 더는 피하지 않을 거야."

" 너 이 자식. 그냥 닥치고 잠잠히 살라고 인마."


" 아까. 그 환자. 프로포폴환자 맞지? 내가 심평원에 언론에 다 제보할 거야. 이래도?"


" 야. 이 자식이... 그런 거 아냐. 네가 안다떠벌려도 달라질 것도 없고 그렇다고 수습되지도 않는다고."


" 그럼 그 환자는 도대체 뭔데. 형 지하에 숨겨진 그 공간. 거기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냐고?"


형은 부르르 떨며 매서운 눈으로 나를 흘겨보다 자리에서 나와 밖으로 향했고 그런 형을 뒤따라 나와  팔을 붙잡자, 형은 체념한 듯 내 손을 떨쳐 내더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길게 한대 폈다.


" 그때 너랑 저 자식이 사고만 안쳤어도 일이 이렇게는 안되었잖아."





 그렇게 형은 지나온 과거로 되돌아가 그때의 이야기를 그제야 꺼냈다.


범석과 내가 창업을 한다고 돈을 날려 먹었을 때 나는 몰랐지만 범석이 해킹한 곳은 미국 정보기관과 연관된 연구기관이었다. 그 당시 형의 학교에서 진행되었던 프로젝트가 극비에 국가 지원으로 선정되며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당시 촉망받던 핵심 연구원이었던 형은 범석의 해킹 문제와 자금을 댄 나로 인해 연구자료는 미국으로 넘겨지고 미 연구소에서 더는 국내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지 않고 나와 범석의 신병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합의하에 사건이 무마된 것이었다.


 그 때문에 형은 유력시되던 차기 최연소 국가기관 연구원장 대행 자리도 물 건너가고 좌천되다시피 교수직으로 물러났고 그 후에도 국가 기밀 관련 연구에 동원되어 위장으로 병원을 운영하며 주요 인사들을 뒤치다꺼리해 왔다고 했다.


" 넌 내 인생에 오점이야. 알아?"


그러자 범석이 화를 내며 말했다.


" 형! 말은 똑바로 해요. 그때 내가 왜 해킹한 건데. 형한테 거액의 돈을 넣은 게 그 기관이었잖아. 이 그 돈만 안 받았어도 제가 거기 해킹할 일도...  일이 그리될 일도 아니었다고요. "


그러자 형이 불같이 화를 냈다.

" 돌려주려 했다고. 애초에 거기서 연구한 방향과 우리가 연구한 방향성 자체가 틀렸단 말이야. 너나 뭘  제대로 알고 말해.

 우리가 연구한 건 적어도 자연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T세포가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도 세월의 흐름에 게 자연히 진화되며 인간의 몸속에 적응해 인간이 완전 면역체계를 이뤄가는 거라면 저들이 연구한 건 급속한 기술적 변이과정을 거쳐 특정화되서 뇌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이야.


 여기도 봐. 이 기록에 의하면 급속한 변이과정과 이식 이 말도 안 되는 실험으로  결국 머릿속에 시한폭탄을 심은 거나 다름없는 결괏값이 나오잖아. 특정 파장이나 영향에 이상반응을 일으켰다고 결과도 말해주잖아."



형의 말대로 연구결과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내용이 빼곡히 정리된 채 기밀이라는 붉은 글씨로 낙인을 찍고  영어로 자료 폐기라고 적혀 있었다.


그걸 보자 그제야 미국에서 있었던 테러의 실체가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 이걸 보니 왜 서우 씨가 우리나라로 왔는지 알겠어."




형의 경고를 듣고 범석과 돌아오며 깊은 혼란에 빠졌다. 

범석의 집에 들어서자, 재수씨가 반갑게 맞아 주었지만 나는 이내 불편한 마음에 차만 한잔 마시고 길을 나섰다. 그런 내가 걱정이 된 건지 범석이 전화가 왔다. 


" 미안하다. 새끼야. 하지만 나도 내 삶이 있어. 언제까지 죄책감에 네 뒤치닥 거리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도울 수 있는 선 안에서는 도울게. 서우씨 관련해서 정보 뜨는 대로 바로 연락할 테니. 절대 잠수는 타지 마. 내가 전화하면 바로 받고 알았지?"


" 아냐. 됐어. 너까지 이일에 개입시키고 싶지 않아. 이제 너는 돌봐야 할 가정도 있고 챙겨야 할 식구도 있는데 더이상 너를 관여시키는 건 너무 위험해. "


" 야 그래도 이렇게 알게 된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 뭐가 되었든, 그게 과거 일이라 해도 어째든 시작은 본의 아니게 우리였으니 나도 일말의 책임은 있어. 그러니. 뭐든 도움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 고맙다. 친구. "

" 조심히 들어가."


차를 몰아 울진으로 향하며 깊은 고민에 사로 잡혔다. 과연 내가 찾는게 무엇일까. 나는 무엇때문에 이토록 괴로운 것일까.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게 과연 서우인 것인가. 아니면 내가 알게된 진실에 가려진 어마어마한 소용돌이로 부터 다른 무엇인가를 지키고자 함인가. 그 소용돌이의 실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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