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도착한 우리는 안내를 받으며 신체 검사와 각종 검사를 받았고 거기서 검사가 끝나자 식사를 하고 다시 인근 대학으로 가서 기초 체력 및 관련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안내되어 도착한 곳은 모 전자 회사 본사에 위치한 회의실.
책상 위에는 긴 체력 테스트로 떨어진 당을 보충하란 의미인지 빵과 물과 우유가 놓여 있었다.
"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까부터 옆에서 말을 쉬지 않고 계속하던 한 무리 청년들 사이 조용히 있던 사내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내가 물끄러미 그를 보자 그는 그제야 손을 내밀고는 긴장이 조금 풀린 듯 웃으며
" 놀랐습니다. 선배님. 어떻게 그 나이에 저희보다 체력 테스트를 잘 버티시는 거 같아요. 저는 김준호입니다."
" 아 안녕하세요. 군대 다닐때 해양 특수수색대 소속이라... 제대 후에도 틈틈히 몸 관리는 해왔습니다만 그래도 다들 젊어서 그런지 잘 버티시는 군요."
" 아 그렇구나. 그래서 그리 생생하시군요."
이때 문이 열리며 한 직원이 들어왔다.
" 안녕하세요. 오늘 검사와 테스트는 잘 마치셨나요?"
다들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든 것인지 제법 씩씩하게 대답했고 나만 팔짱을 낀 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자,
" 이휘우님은 어떠셨어요?"
" 아 뭐. 저도... 그럭저럭 견딜만 했습니다. 이제 뭐가 남은 거죠?"
" 준비된 테스트는 거의 다 진행되었고 이휘우님 외에 여기 계신 분들은 이미 설명을 들어서 아시겠지만 지금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국가에서 준비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여러분들이 핵심 임원으로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입장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 프로젝트요?"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 직원을 바라보며 묻자, 그는 나를 한번 쓱 바라보고는 약간 긴장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갔다.
" 자세한 것은 정부 협력 기관 전문가 분께서 해주실 겁니다. "
그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이 열리며 서우가 들어왔다. 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내 시선을 외면한 채 말을 이어갔다.
" 안녕하세요. 저는 이 프로젝트 책임 담당 요원 민서우라고 합니다. "
나와 그렇게 헤어진 뒤 연락도 안되던 그녀는 어느새 말끔히 검정 정장을 차려입고 내앞에 그렇게 서 있었다.
" 이 자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오랜 기간 정부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일환으로 다양한 테스트 과정을 거쳐 엄선되어 선발된 인원으로 지금부터가 진짜 여러분의 역량을 발휘할 때 입니다. 화면을 보시죠. "
그녀의 안내를 받고 화면을 보자, 개인 프로필과 그간 진행되어 왔던 그들이 말하는 소위 다양한 테스트 과정들이 화면에 띄워졌다.
특공무술을 전공한 사람, 각자 다양한 일을 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 사람. 해외파견이 처음이 아닌 듯 여러 나라에서 산업스파이로 활동한 사람 등... 그들의 경력은 화려했고 각자 나름은 회사 소속 있었지만 마치 그 직원이었는지 의심이 갈만큼 다양한 이력을 가진 소유자들이었다.
거기에 소위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우리도 알지 못하던 때 이뤄졌던 일들은 별 다른 것 없는 일상적인 운전 습관에서 위기 상황에서 대처하는 모습까지 제법 개인의 사생활이 여과없이 드러나며 화면에 채워졌다.
" 보셨듯 개인의 삶에 별 다른 일이 생기지 않으면 그저 평범한 일상이 될지 모르지만 어떤 경우 국가적 위기나 세계적 위협이 생기게 되면 이런 모든 순간들은 인간이 가진 개인의 역량이 발휘되는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럼 이제 다른 팀원들을 만나러 가시죠."
그녀의 안내에 따라 밖에 마련된 컨벤션 홀로 이동하자 50명은 되어 보이는 인원이 모여 있었고 그들의 틈에 안내를 받아 줄을 맞춰 서자, 총책임자라는 사람이 앞으로 나와 인사를 한 후 말을 이어갔다.
" 여기 모인 제군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요원이 될 것입니다. 이제까지 우리가 누리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상의 평화와 삶의 여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해온 이들의 노력으로 이뤄져 온 것입니다.
이제 여기 계신 여러분은 국가의 중대한 운명과 함께할 것이고 나아가 이 지구를 대표하는정예요원으로 해외무대에서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각자의 성향과 역할에 맞는 일을 배정 받기 위한 테스트가 최종적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니 여기 계신 요원이 안내하면 그 안내에 따라 모두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무엇인가 삼엄한 분위기에 누구하나 이 이상한 모임에 그들의 말들에 의심도 없이 반항하는 이 한명 없이 수긍을 한 듯 진지하게 그들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그런 흐름에 나도 모르게 끼여 호명된 조로 이동하여 다시 회의실로 들어서자 함께 검사를 받았던 일행들은 아무도 없이 나와 다른 무리의 인원들이 뒤섞여 있었다.
" 저희를 따라 오시죠."
회의실에 들어서자 마자 요원이 안내한 곳으로 향하자 안에는 병원 침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안내를 받아 이동했다.
어리둥절한 상황에 내가 그들을 바라보자 그들은 갑자기 돌변하여 나를 강제로 침대에 눕힌 뒤 결박하기 시작했다. 내가 놀라 난리를 쳐도 소용이 없었다.
"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됩니다. 이건 영양제라 보시면 됩니다. 그간 소진되었던 체력과 몸의 기능을 되돌려 주는 것으로 그냥 편안히 한 숨 주무시고 일어나시면 조금 안정이 되실 겁니다."
간호사로 보이는 사람이 내 동맥을 찾는 사이 곁에 서 있던 나이가 나와 비슷해 보이는 의사가 말했다.
"도대체 이게 뭔 줄알고 맞으란 말이요?"
미쳐 소리를 다 지르지도 못한 채 불안하게 온몸으로 퍼지는 하얀 용액을 바라보며 나는 더는 반항할 힘도 없이 그렇게 맥없이 정신을 잃어갔다.
" 휘우씨."
누군가 나를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눈앞에 서우가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매만진 뒤 벌떡 일어나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 당신 무사한거야? 괜찮은거야? 얼마나 걱정한 지 알아?"
너무도 걱정이 되어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가 다시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는 천천히 내 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 전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 어떻게 된거야. 이 상황은 또 뭐고. 여긴 ..."
" 놀라지 말아요. 지금 당신 몸에 들어간 그 영양제는 당신의 모습을 5년~10년 정도 되돌릴 거에요. 그건 이제부터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어요. 그 동안 나는 당신 곁에서 당신을 지키며 함께 할 거에요. "
" 뭐? 이게 내게 청춘을 되돌려 준단 말이야?"
" 당신이 맞은 영양제는 이제껏 국가에서 준비해왔던 오래된 프로젝트의 결실이에요. 정말 엄선된 사람만 가능한 걸로 당신이 그 조건에 충족되서 다행이에요. 이런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 해왔어요. "
그렇게 말한 그녀는 나를 가슴에 안고는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이 상황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런 서우의 옆구리를 떼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자 서우는 천천히 그렇게 사라졌다.
" 안돼~"
내가 놀라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자 병실안.
어리둥절한 상황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서우와 함께했던 그 잠깐의 시간이 꿈처럼 느껴졌다.
" 깨어나셨군요?"
곁에서 있던 간호사는 어느새 내 팔에 놓여 있던 주사바늘을 제거하고 나갔고 겨우 정신을 차리자곧이어 들어온 요원의 안내를 따라 그가 준 옷으로 갈아 입고 나오자 나와 함께 배정받았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 잘 쉬고 오셨습니까? 여기 계신 분들은 각자 자신의 몸을 10~5년 정도 되돌리는 영양제를 맞으셨습니다. 본인의 역량에 따라 그 진일보 되는 체험은 결과값이 달라지니 이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예전 기량을 되살릴 수 있도록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원이 말을 끝내자 곁에 서 있던 서우가 말을 이어갔다.
서우는 시뮬레이션된 화면과 전세계 곳곳의 영상을 교차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 영상을 보시면 세계는 민족간 국가간 다양한 분쟁으로 외교적 군사적 대립의 국면에 처해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입수한 국내외 정보에 따르면 이는 고도로 발달된 AI와 개인주의에 물든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결과물로 지금 상태로 몇 년 후인류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전세계는 환경적 재앙으로 몰락할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이에 전세계 국가들은 이 위험성에 높은 경각심을 가지고 오래된 부터 긴밀히 공조해왔습니다. 그 프로젝트가 바로 여러분들이 함께 하게될 프로젝트입니다.
이 우주에 지구와 같은 행성은 현재 까지 총 8 개 정도의 규모로 알려져 왔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이중 세 군데는 이미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블랙홀 속으로 사라지거나 행성에 더이상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더구나 이런 위험한 상황임에도 몇몇 이기적인 인간들은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고도화된 AI와 첨단 기술로 우주정복이라는 야욕을 불태우며 평화로운 지구마저 위험에 빠트리려 하고 있죠. "
참다 못한 마음이 든건지 아니면 정말 궁금해서 그런지 몰라도 준호는 목청을 높여 그들에게 물었다.
" 그래서 저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거죠?"
" 우선은 역량을 키우고 보다 뛰어난 요원이 되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섯번째 별 프로젝트 일원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