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FELOG Nov 01. 2020

카파도키아에서 만든 우리의 추억

10월 10일 이스탄불 - 카파도키아로 이동

이스탄불을 떠나는 아침이 되었다. 조식은 두브로브니크에서 가져온 라면을 계란 2개와 함께 끓여먹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가니, 그 날은 날씨가 좋지 않았다. 하늘은 더 어두워졌고 설상가상으로 빗방울도 떨어졌다. 여행을 하며, 우리는 꽤나 날씨에 대한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구름인지 안개인지 시야를 뿌옇게 가려 신비롭게 보일 때쯤, 우린 이른 택시를 타고 이스탄불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호텔 픽업 서비스를 기다렸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가이드가 오지 않았다.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알아보던 차에, 우리 가이드가 그의 이름을 잘못 알고 다른 이름을 종이에 써서 들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아무튼 다행히 우리는 숙소에 도착했다.


카파도키아의 숙소는 내가 터키 여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이들의 여행기를 찾아보니 대부분 카파도키아 여행 시, 괴레메에 머물렀던데. 우리는 로컬 분위기를 더 느끼고 싶어 우치사에 숙서를 두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우치사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숙소였다. 도착하자마자 인포에 있던 스텝과 투어들부터 예약했다. 다른 투어들은 여차저차 다 예약했지만,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유명한 볼룬투어는 바로 예약이 어렵다고 했다.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던 스텝은, 그래도 최선을 다해 자리를 잡아주겠다며 약속했다.

우리가 마주한 고라메 네셔널 파크의 선셋

밥을 먹기 전 우리는 2시간 동안 택시를 빌려, 멋진 선셋을 볼 수 있다는 고라메 내셔널 파크에 다녀왔다. 택시 기사분께서는 영어를 하나도 못 하셨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편하게 택시를 타고 국립공원에 도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마침 우리가 도착했을 때 해가 지고 있었다. 광활한 자연을 바라보며, 우리의 모든 고민과 걱정을 털어버렸다. 고민이 멀리 날아가는 듯했다.

카파도키아 와인과 함께한 우리의 저녁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숙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 숙소는 우치사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도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숙박객이었던 우리는 매일 그곳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사전 예약 없이는 방문도 어려운 곳이었다. 식전 빵부터 모든 디쉬가 다 맛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먹었던 로컬 음식 중 가장 한식 같은 요리이기도 했다. 이런 기분을 놓쳐버리기 아쉬워, 우리는 스파클링 와인을 한병 시켰다. 이름은 'KAPADOKYA (카파도키아)'였다. 역시나.. 각자 한 모금씩만 마시고, 다시 넣어두었다. 

카파도키아에는 작은 아기 고양이들이 많았는데, 특히 우리가 밥을 먹을 때면 옆에 누워, 발을 간지럽히곤 했다. 또, 이곳에서 만난 식당 직원도 기억에 남는다유일하게 아는 한국어가 '말랑말랑'과 '찐득찐득'이라며 우리를 보면 늘 반가운 목소리로, 말랑말랑 이렇게 인사를 건네곤 했다.


10월 10일 카파도키아 여정 - 그린투어

카파도키아에서의 아침은 일찍 시작되었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세수만 간단히 하고, 숙소 주변에 있는 우치사 동굴에 갔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다. 새벽 6시에 도착했건만, 이미 많은 이들이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씩 어두운 하늘에 붉은빛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 위론 열기구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치사에서 마주한 일출

보통 사람들이 카파도키아에 오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열기구를 보기 위함인데, 사실은 나도 그랬다. 그러나 하루에 뜰 수 있는 열기구가 한정되어있다 보니, 예약 없이는 이용이 어려웠다. 그래서 실제로 이 열기구를 타보지 못하고 여행을 마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한다. 이 곳의 볼룬 투어의 경우 카파도키아의 한 회사가 다 독점하고 있다던데- 그래서 가격이 매일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온 이상, 내일은 꼭 열기구를 탈 수 있길 바라며- 하늘 위 둥둥 떠다니는 형형색색의 열기구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일출을 보면서 우리는 옆에 있던, 5명의 네덜란드 RSM MBA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모두 다른 나라 출신의 5명은, 학교를 다니기 전 해왔던 직업과 앞으로 하고 싶은 사업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이어 오빠도 그들에게 우리를 핀테크 커플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곤 가까운 미래에 우리도 함께 너희처럼 외국으로 공부하러 나갈 거라고 소개했다 :) 대화하면서 알고 보니, 이들의 숙소도 우리와 같은 곳이라길래, 점심 약속을 잡았다. 나도 해외에 나가면 한 친화력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처음 본 사람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고, 재밌는 유머로 웃음을 전하는 이였다.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하늘엔 해가 떠있었다.


조식을 먹기 위해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역시 우치사 제일의 맛집이란 사실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조식도 맛있었다. 현지 음식은 물론, 신선한 샐러드와 7가지 종류의 치즈, 4가지 맛의 쨈과 빵을 직접 만들어 하나씩 가져다주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이곳의 로즈 잼을 잊지 못한다. 기회가 된다면 로즈 잼을 올린 그 빵을 또 먹어보는 것이 나의 소원이다.

데린쿠유 지하도시 내부

그리고는 바로 그린투어를 떠났다. 그린투어는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풀로 진행되었다. 스머프 마을의 배경지가 되기도 했다는 괴레메가 바로 그린 투어의 코스이다. 처음 도착한 곳은 바로 지하 85m, 지하 8층 규모의 데린쿠유 지하도시이다. 로마제국의 종교박해를 피해 온 초기 그리스교도인들이 숨어 지낸 곳인데 이 지하에 예배당, 침실 부엌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다음은 우리가 가장 신이 났던 으흘랄라벨리 트래킹이었다. 오른쪽으로 흐르는 물과 함께, 그와 손을 잡고 걸었던 이 길. 물속 카페에 앉아 지인의 성대모사를 따라 하며 시시콜콜 웃어대기 바빴던 시간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행복했다. 그렇게 우리의 그린투어의 시간이 끝났다. 그린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인포에 있던 스텝분이, 다음 날, 우리의 볼룬투어 일정이 잡혔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우리가 구매한 이용권은 210불이었다)


저녁을 먹기 전, 시내를 바쁘게 돌아다닐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여유롭게 숙소에서 만난 친구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곤 숙소 근처에 있는 우치사성에 들렸다. 이곳에서 선셋을 보기 위해서였다. 이 곳에서 그는 두 번째 귀여운 춤 영상을 남겼다- 언제 봐도 행복해지는 그의 움직임은 여행 중 나의 가장 큰 활력소였다. 선셋까지 다 본 우리는 같은 식당에서 새로운 메뉴로 저녁을 즐겼다.


이스탄불에 이은 카파도키아의 여행도 어느덧 중반부를 넘어섰다. 화산이 만들어놓은 자연들을 보며, 카파도키아는 나날이 신비로웠지만 쌓여가는 여독을 어찌할 도리가 없어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카파도키아의 마지막 밤은 9시쯤, 잠이 들기로 했다. 


10월 11일, 카파도키아 여정 - 볼룬투어, 러브 밸리 ATV 투어
새벽 6시, 열기구를 올리기 전, 준비 단계

대망의 열기구 투어 (볼룬투어)를 하는 새벽이 되었다. 아침 일찍부터 머플러까지 단단히 둘러 입고, 우리를 픽업하러 온 봉고차를 타고 열기구를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른 새벽부터 많은 사람들이 우리처럼 열기구 투어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한 다과를 먹으며, 열기구 투어에 대한 주의사항을 들었다.

춥고 졸려 연속 하품하기 바빴던 나를, 그는 열심히 담았다.

춥고 졸렸지만, 내 손을 잡아주며 이 차가운 공기마저 따뜻하게 해주는 그 덕분에, 행복한 새벽을 맞이할 수 있었다. 우리는 RSM 친구들과 같은 열기구를 타게 되었다. 출발 직전, 파이팅하는 사진을 남기자마자 열기구는 하늘을 향해 높이 올라갔다. 

열기구는 쉬익 쉬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저 위로 올라갔다. 피존 밸리부터 시작해 조금씩 대자연의 모습이 내 눈에 펼쳐졌다. 전날 보았던 기암괴석들이 한눈에 들어오던 순간이었다. 연속으로 우와를 외치며 행복해하는 내 옆에는, 그런 나를 환히 쳐다보는 그가 있었다. 그렇게 열기구 투어는 1시간가량 진행되었다. 

열기구 투어를 함께 했던 RSM MBA 친구들

그리곤 무사히 열기구가 땅으로 착륙했다. 높은 하늘 위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었던 시간- 우리는 이 시간을 오래 기억하자며 샴페인과 함께 아침을 시작했다.

우리의 ATV와 함께

조식을 먹고 우린 ATV 투어를 다녀왔다. 그 날 저녁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였기 때문에, 다른 투어를 신청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고 싶었던 로즈밸리의 몇 개의 장소들을 선정해, ATV투어로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나를 뒤에 태우고 그가 저 모래를 달린다. 모래가 자꾸 눈에 들어가 눈을 뜰 수 없었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기암괴석과 이 자연이 대략 어떤 모습일지는 느낄 수 있었다. 국립공원에서 마지막 그의 세 번째 춤 영상을 남기고, 우리는 레드 로즈 벨리를 끝으로 우린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터키의 영롱한 하늘과

이제 진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우리는 터키에서 좋은 친구들도 만났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 어렴풋하게나마 터키 사람들의 삶의 단편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이 아쉬워 이제 곧, 이 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싶었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우린, 모든 짐을 챙겨 카파도키아 공항으로 갔다.  


10월 13일, 한국 도착
이스탄불 공항 전경

이스탄불 공항에서 환승하여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곤 10월 13일 저녁, 우린 한국에 도착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들린 곳은 인천 국제공항의 한식당. 한식 먹고 싶다고 10일 여행기간 동안, 노래를 불렀던 나였다. 

한식을 보자마자 여태껏 음식을 보며 지었던 표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미소를 보이니 그가 마구 사진을 찍는다. 그리곤, 나의 건강에 조언을 주었던 의사 선생님께 내 사진을 보내더라. 의사 선생님의 여자 친구도 나처럼 해외여행을 가면 한식만 찾는다며, 다음 여행을 갈 땐, 꼭 한국 음식 잔뜩 챙겨가라고 조언을 주었다. 그 덕분에 12월, 우리의 아프리카 여행 때는 아낌없이 한식을 먹을 수 있었다 - 

이전 13화 이스탄불에서 만난 자연과 문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