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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LOG Nov 01. 2020

이스탄불에서 만난 자연과 문명

10월 8일 두브로브니크- 이스탄불로 이동

아침 8시 35분, 우리는 터키 항공을 타고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왔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한 일은, 유심칩을 구매하는 일. 그리곤 공항 게이트로 나와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에서 급히 짐을 풀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바로 한식당. 크로아티아에서 그토록 간절했지만 결국 가지 못했던 한식당을, 이스탄불에서는 반드시 가고 말겠다는 의지였다. 그곳에서 우린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밥을 먹는 동안 그는 리라화 폭락과 환율 전쟁, 금융 위기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는 늘 여행할 때마다, 그 나라의 리포트와 경제상황을 공부하는 듯했다. 덕분에 그와 여행할 때면 같이 마음이 풍성해지는 기분이다.

식당에서 나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파티흐 지역이었다. 이 곳에서 터키의 문화유산을 4시간가량 돌아보고 나왔다. 터키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아나톨리아 반도에 위치해 있는데, 그런 지리적인 이유로 동서양의 문명이 공존하는 곳이라 꽤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먹은 군옥수수

유난히 이스탄불에는 구운 옥수수를 파는 노점상이 많았다. 우리도 옥수수 하나씩을 손에 들고 이동했다. 터키 아이스크림 쇼는 덤으로- 이태원에서 보던 터키 아저씨들의 아이스크림 쇼를 직접 이스탄불에 와서 보다니, 더 실감이 났다. 거리에는 터키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시간 여유가 되면 우리도 한 장 남기려 했지만, 결국 남기진 못했다.


이스탄불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다. 터키는 스타벅스 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낮다. 이 말은 즉슨, 다른 나라보다 커피가 저렴하기 때문에,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도 한화 2500원이면 즐길 수 있다. 나는 이날, 이스탄불에서만 판다는 시그니처 음료를 시켰는데, 주문할 때 이름을 분명 'Kelly'라고 말했건만, 실제로 받은 컵에는 Helly라고 적혀있었다. Oh my god..


카페에서 밖으로 나와 탁심광장으로 향하는 트램을 찾았다. 트램을 타기 전, 거리에 있는 한 교통요금 충전대에서 카드를 구매해 요금을 결제했다. 처음에 기계 사용하는 법을 몰라 헤매고 있으니, 옆에 있던 한 터키 아주머니가 친절히 도와주셨다. 유난히 터키에서는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기분 좋은 첫날이다.


오후 내내 이 곳의 날씨는 흐렸다. 그래도 흐리면 흐린 대로, 또 그 나름의 분위기가 있으니, 우리는 날씨에 개의치 않고 일정을 진행했다. 드디어 도착한 탁심광장- 주변에 맛집도 많고 쇼핑몰이나 기념품샵도 많아 관광객이라면 꼭 들리는 곳 중에 하나이다. 탁심광장의 선셋은 잊지 못할 광경 중에 하나였는데, 이슬람 특유의 모스크 뒤편으로 붉은 노을이 지면,  꽤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


탁심광장을 쭉 돌아본 후 남쪽으로 걷다 보니 이스트클랄 거리가 나왔다. 이곳은 이스탄불에서 가장 번화가인 곳인데 서울의 명동 거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린 터키 로컬의 할랄푸드를 손에 들고 열심히 사람들을 구경하였다. 

우리의 커플 머플러

그러다 베이욜로 쪽 세포라에 들어가 터키에서 유명하다는 메이크업 제품을 구경하고, 그 옆에 있던 가게에서 커플 머플러를 맞추기도 했다.

식당 천장에 붙여진 포스트잇 사이에 우리도 기록을 남겼다.

저녁은 현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식당으로 갔다. 양꼬치를 파는 곳이었는데 역시 맛있더라. 계산할 때 보니, 식당 천장에는 이곳을 방문한 방문객들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나 역시 우리의 이름들 옆에 나란히, 곧 생일인 그를 위한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이후, Obelisk of Theodosius까지 보고 우리는 다시 숙소로 들어왔다. 이스탄불의 첫날은 그렇게 무난히 흘러갔다.


10월 9일 이스탄불 여정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즐겼다. 전 날도 한식을 먹었건만, 여전히 한식을 찾는 나와 달리, 그는 정말 어떤 음식이든 잘 먹었다. 이래서 해외생활을 잘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야무지게 뭐든 맛있게 먹는 그를 보며, 나도 열심히 따라먹었다. 옆 창문 너머로는 파란 해변을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과 갈매기도 모두 평화로워 보였다. 이후 준비를 마치고 톱카피 궁전으로 갔다. 전 날과 다르게 날이 굉장히 좋았다. 여러 문화유산을 볼 수 있었던 곳이다.

그리곤 해변이 훤히 보이는 곳에 자리하여 점심을 즐겼다. 크로아티아에서도 그렇게 해변을 즐겼건만, 이스탄불의 해변을 보니, 또 그 나름대로의 설렘이 우리를 에워쌓다.

뒷 테이블에는 한국에서 오신 어머니들이 앉아계셨다. 영어로 주문하는 것을 어려워하시는 모습을 보고, 그는 또 친절하게 주문을 도와주더라- 못하는 게 없는 멋진 이다. 그리고도 배가 고파, 이스탄불에서 유명한 현지 식당에 가서 로컬 메뉴를 또 먹었다. 대단한 우리다.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향하는 페리 안에서

점심을 다 먹고 우리는 시내를 돌아보다 페리를 타고 돌마바흐세 궁전으로 향했다

돌마바흐세 궁전의 한 정원

돌마바흐체 궁전은 오스만 제국의 부흥을 꾀했던 압둘 메지드 1세가 건설한 궁전인데, 이스탄불의 신시가지인 보스포루스 해협에 위치해있다. 

이스탄불의 역사가 깃들어진 곳인 만큼, 입구부터 낭만적인 건물들과 내부장식이 줄지어 우리를 반겼다.  궁전 내부는, 각 방 안 컬러에 맞춰 어울리는 빛깔의 가구와 장식품이 단정히 배치되어있었다. 드문드문 놓인 조각상과 그림 작품은 고급스러웠고, 유럽과 아시아에서 공수한 소품들은 호화로워 단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곤 늦은 오후, 우리는 요즘 이스탄불에서 핫하다는 Balat 지구에 다녀왔다. 카페에서 라테를 하나 사들곤 Balat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았는데 눈 앞에 버스를 두고 한참을 헤맸던 기억이 난다.

형형색색의 건물부터 디자인 소품들이 많았던 Balat은, 마치 서울의 홍대와 상수 같은 느낌의 힙한 곳이었다. 독특한 분위기를 뿜는 인테리어의 카페들도 유독 많았다. 


그중 우리의 눈에 들어온 곳은 벽화가 뒤에 가득 펼쳐져있던 한 공터였다. 한 때 댄스동아리에서 춤을 췄던 그는, 마음껏 이곳에서 프리스타일의 춤을 보여주었고, 그 모습이 자유로운 한 마리의 백조 같아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갈라타타워에서 마주한 이스탄불의 야경

버스를 타고 우리는 다시 중심지로 왔다. 갈라타탑에서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꽤나 긴 줄을 기다리고 나서야, 마침내 갈라타 지역에서 가장 높은 타워 전망대에 올라가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해협인 보스포러스 해협과 골든혼 그리고 이스탄불 시내 전체를 볼 수 있었던 갈라타 타워에서의 야경- 하지만 이 타워의 본 목적은 오토만 시대에 화재와 적의 침입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갈라타 타워에서 내려와 옆쪽으로 나가 걸어내려가니, 예쁜 거리가 있었다. 그 날따라 유난히 사람들이 많아서 봤더니,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었다. 드라마 촬영 방식이 꽤 아날로그식이었지만 그런 구경마저 새로웠던 시간이었다. 

이 곳에서 그를 잡고 또 춤을 보여달라 했더니, 멋쩍은 미소와 함께 춤을 보여준다. 이곳에서까지 사랑스러운 그다. (위 영상이 바로 갈라타 타워 앞 그의 춤 영상이다. 컨셉은 게릴라 데이트)

갈라타 타워가 그려진 패브릭 액자는 우리의 소중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많은 기념품샵이 있다. 이스탄불의 마지막 밤을 기억하자며 우리도 이스탄불이 크게 새겨진 마그네틱과 함께, 전구가 달린 패브릭 액자 하나를 구매했다. 갈라타 타워가 그려진 액자였다. 액자를 계산하는 동안, 우리는 상인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재작년 리라화의 폭락으로 그의 아내가 쿠웨이트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 지금은 멀리 떨어 지낸다는 이야기부터, 이곳에서의 삶의 이야기까지 - 그곳의 시간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물건이 지금 우리의 공간에 있다는 건 참으로도 낭만적인 일이다. 손바닥 크기의 자석들과 액자는 터키에서 어떤 시간과 이야기를 가졌을까.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숙소 주변에 있는 한 과일가게에서 잔뜩 과일을 사 가지고 와선, Daniem Rice의 노래를 방안 가득 틀곤, 마지막 이스탄불에서의 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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