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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명현 Apr 01. 2020

코로나 그리고 평범의 미학 II

절망하기에 아직 이르다.. 그대와 내가 살아갈 여생은 엄연히 유효하다..

  


생각보다

장시간 지속되는

코로나로 인해  

  

평범했던 일상들이

더욱

그립기만 합니다.

  

감히

확진자의 심정을 끌어와

끝의 시점에서

삶을 돌아보면

시간이 꽤 짧습니다.

  

난장판인 내 집,

스트레스로 가득한 업무,

꼴 보기 싫은 인간들도

모두

소중하기만 합니다.

  

저는

누군가와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영 부대끼는

개인주의자 끝판왕입니다.


혼자 가면

화살같이 날아가고

로켓처럼

솟아오를 것만 같은데

상대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걷는 것은

수행이나 다름이 없지요.


지금은 그 수행마저 그립기만 합니다.

  

적절한 유 수분으로

매끈했던 두 손은

하루에도 수십 번

손을 씻어 대느라

갈라질 것 마냥

건조해져 따끔따끔거립니다.

  

쉴 새 없이

핸드폰을 울게 만드는

긴급재난 문자

  

붉은색 글씨로

온 채널에

도배가 된

뉴스 속보로 인해

종종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집콕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혼자만의 생각과

감정에

함몰되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외면당한 것 같아

불안합니다.


....


하지만

자신을 해칠 만큼

너무 고통스럽고

수고롭게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너무 염려하지 마시라

당부하고 싶습니다.  

  

코로나는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삶의 관성에

찬물을 끼얹고

잠시 멈추도록 했습니다.

  

고통과 불안 이면에

우리의 삶,

삶의 질서가

재창조되고 있다는 것을

절대

간과해선 안됩니다.


패닉 현상에

눈이 가려져

남은 생마저

맹인으로 살아간다면

어찌 보면

그것도 코로나 못지않은

비극인지도 모릅니다.


사탕발린 위로로

근거 없는 낙관론에

물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의외로 좋은 일들은

우리의 열심과

집중이 준비된 때보다는

마치 외면당한 것 같고

후보에서부터 탈락된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타이밍에

종종 찾아옵니다.

  

잠시

형통하지 못한 현실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주는

감정의 여파를

어느 정도

뿌리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불시에

느닷없이 찾아온 기회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절망에 끌려 다니다가

한 번씩

바닥에 패대기쳐 보는 것도

나름 통쾌한 경험입니다.

  

당장 힘내지 않아도 됩니다.
  

용기를 얻지 못해도

당신의 편에 있겠습니다.

  

슬픈 날은

눈알이 빠지도록 울다가

그냥 주무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다시 시작하세요.


희망과 절망을

수 없이 오가는 이유는

더 단단해지기

위함이니까요.

  

유독

오늘은 너무 힘들면

그냥 숨 만 쉬세요.

오늘은

그것으로 됐는지도 모릅니다.


코끝에 붙어 있는

당신의 그 숨이

다른 누군가에는

차마 허락되지 않았기에.


그 엄청난 선물에

감사하는 하루면

그걸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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