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건, 아그레아블, 스포츠, 팀 과제
#1.
가을을 앞두고 여름옷을 정리하며 오랜만에 쇼핑을 했다. 마침 자주 입던 가디건이 수명을 다했기에, 가디건 위주로 둘러보았다. 가디건 하면 메종 키츠네, 아미, 꼼 데 가르송 같은 로고 가디건이 유명한데, 너무 유명하지 않으면서도 질 좋은 브랜드를 찾고 싶었다. 새삼 내가 홍대병을 앓고 있구나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이곳저곳 찾아보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하면서 며칠간 고민을 한 끝에 라코스테 방모 가디건으로 골랐다. 악어 로고가 있어 너무 밋밋하지 않으면서도, 다들 가격 대비 질이 정말 좋다고 추천하는 제품이었다. 그렇게 받아 본 결과, 기대 이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나한테 잘 어울렸다. 이번 가을은 이 친구와 꽤 오래 붙어 있을 것 같다!
#2.
'아그레아블'이라는 새로운 소셜 모임 플랫폼을 접했다. 트레바리와 마찬가지로 독서 기반의 모임인데, 조금 더 소규모에 단기성으로 가볍게 참여할 수 있다. 다양한 주제의 모임이 있지만 나는 영화, 전시, 책을 다 아우르는 '컬러 라이즈'라는 클럽에 가입했다. 각각의 컨텐츠를 3주 연속으로 진행하는 건데 시기가 시기인만큼 '여름'이라는 컨셉에 맞춰서 진행되었다. 프랑스 영화, 삼청동 전시, 그리고 일본 소설을 읽었는데 전부 만족스러웠다!
이런저런 모임을 계속 참여하다 보니, 내가 리더로서 모임을 이끌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또 좋은 리더는 어떤 리더일까 고민하게 된다. 이번 모임의 리더님은 아그레아블 기획자였는데, 독서 토론 경험이 많아 무척 매끄럽게 진행하시고, 또 다양한 분야에 지식도 많아 계속해서 흥미로운 화두를 던져 주셨다. 나에게 좋은 리더가 될 것 같다고 격려도 해주셨는데, 빈말일지라도 무척 감사했다. 언젠가 내가 리더가 된다면, 이 분을 생각하면서 모임을 즐겁게 이끌어야겠다!
#3.
스포츠 시청 덕후로서 8월은 무척 들뜨는 달이었다. 우선, 해외 축구 리그들이 개막했다. 레반도프스키, 홀란드 등의 이적생들이 활약하는 걸 보니 다시금 해축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나폴리로 이적한 김민재 선수의 활약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곧 있으면 카타르 월드컵도 시작하는데, 선수들이 폼을 끌어올려서 재밌는 월드컵을 만들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 테니스 그랜드 슬램, US 오픈도 개막했다. 백신 이슈로 조코비치가 출전하지 못하지만, 알카라즈 등 신성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이스포츠 리그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인 LCK를 거의 다 챙겨보았는데, 매번 준우승에 그치던 젠지가 우승하는 스토리가 정말 멋졌다. 9월 말에 펼쳐지는 월즈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4.
입사 3년 차에 처음으로 팀 과제 실패를 맛보게 되었다. 결국 성공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과제를 살려 내기 위해 이것저것 한 일이 많기에 막상 종료되고 보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팀에서 맡고 있는 다른 과제가 있어 팀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정리 과정에서 두 명이 팀을 떠나게 되었다. 그중 한 분은 과제 리더인데, 수년 동안 과제를 맡으며 과제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대단하신 분이었다. 떠나시기 전에 술도 마시며 따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회사에 대한 원망, 본인에 대한 자괴감, 그리고 허탈함과 상실감이 섞인 복합적인 기분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회사에 대한 애착도, 과제에 대한 책임감도 많이 부족했던 나로서는 그 감정을 온전히 공감하기 힘들어 그 자리에서 위로도 응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만 미래의 내 모습을 엿본 것 같아서 조금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저런 상황이 되면 잘 이겨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