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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ASIS OFFICE Oct 18. 2018

한 달에 얼마나 벌고 싶으세요?

딱 까놓고 얘기합시다.

"한 달에 얼마나 벌고 싶으세요?"

그저 내 가게니까 직장 생활할 때 받던 월급만큼만 가져 가도 좋다는 사람도 있고, 한 2천만원쯤은 가져가야 되지 않겠냐는 야무진 꿈을 가진 사람도 있다. 사실 300만원 벌고자 하면 200만원도 못 벌고, 1,000만원 벌려고 노력하면 2,000만원도 벌 수 있는 것이 자영업의 세계다. 처음 가게를 하는 사람들이 범하는 가장 큰 잘못 중 하나가 매출과 수익에 대한 예측이다. 10평짜리 카페에서 순수익 천만 원을 넘기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고, 60평짜리 술집에서 200만원을 가져가는 건 낭비다. 물론 하늘의 별도 딸 수 있고, 낭비도 내 돈 내가 쓰는 것이니 문제없다. 




좀 더 디테일하게 우리가 얼마나 벌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노약자나 심신미약자에게 충격이 될 수 있으며, 임의의 설정이므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예)

15평 개인 카페. 


임대료 100만원(부가세 별도)


요즘 생겨나는 개인 카페를 기준으로 했을 때 보통 주 6일 동안 영업한다.
하루에 30만 원을 번다고 가정했을 때 월 매출 780만원이다. 


임대료 110만원
제품 원가 250만원(식재료, 소모품 등)
공과금 및 기타 잡비 50만원(전기, 수도, 4대 보험 등) 

재료비는 음식점의 경우 보통 30% 내외를 잡는데 카페의 경우에는 그보다 조금 작게 들어간다고 본다. 다만 싼 재료를 사용할 경우에는 장사가 안된다는 판단으로 적정한 가격의 재료로 설정했다. 

순수익은 370만원.

이것은 주인 혼자서 일한다고 가정한 결과다. 실제로 일 평균 30만 원을 번다면 주말엔 40만원 이상, 평일엔 20만원대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판단되므로 주말엔 혼자서 감당하기에 벅찰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주말이나 공휴일에 가끔 아르바이트를 고용한다는 가정하에. 


순수익 월 300만원.



VS



세상에 공짜는 없다. 

들어간 비용을 생각해보자. 







하루에 30만 원을 판매하려면 주택가 골목 안에서는 어려운 매출이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2,500원 판매하는 주택가 골목 상권에서 30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120잔의 커피를 팔아야 한다. 에스프레소를 한번 내리는데 들어가는 원두를 20g으로 가정했을 때 하루 2.4kg의 원두를 소비하는 소규모 카페는 많지 않다. 따라서 이는 어느 정도 유동이 있는 상권의 1층 매장으로 권리금이 있다고 설정하는 게 적합하다고 본다. 

3,000만원

여기에 부동산 보증금

3,000만원

하지만 유동인구가 있다고 손님이 많은 것은 아니다. 눈에 띄는 인테리어와 후져 보이지 않는 시설도 필요하다. 평당 200만원의 인테리어 비용(설정일 뿐 이렇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난 못함)과 최소사양의 커피머신, 냉장고, 에어컨 등의 가전, 테이블과 의자 등의 가구, 식기와 기타 비품까지 하드웨어를 위한 비용이 필요하다. 

인테리어 3,000만원
커피머신 세트 650만원
가전 200만원
가구 500만원
식기 및 비품 200만원

4,550만원

(나름 보수적인 접근이다.)



약 10,550만원.
1억 550만원이다. 억!




월급 300만원이면 1인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보다 약간 많은 정도다.



"직장 상사의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일하면서 그 정도면 됐지!"



이것도 잘 했을 경우다. 이 정도의 매출을 위해선 영업시간 몇 시간 전이나 후에 그날 판매할 음식의 밑 작업이나 디저트를 준비해야 한다. 하루에 9시간 영업한다고 했을 때 실제 근무시간은 11시간 이상이 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쉬는 날엔 다음날을 위해 가게에 나가야 한다. 주 6일이라 읽고 주 7일이라 쓴다. 


게다가 직장에서 만나게 되는 몇 명 혹은 몇십 명의 상사보다 더 혹독한 수백, 수천 명의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을 만나야 하는 건 계획에 들어 있지 않거나 당신의 계획과 다를 것이다. 더럽고 치사해서 사표가 아닌 폐업을 한다면 피 같은 투자금 1억에서 얼마를 남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장님 소리 듣다가 '김 과장'이나 '이대리'가 되는 건 상상조차 힘든 일이다. 








이는 SNS 팔로워나 소개해 줄 지인이 엄청 많거나 세상에 둘도 없는 음식이나 인테리어가 있는 사람들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얼마 전 백종원 씨가 국정감사에 나와 화제였다. 그중 공감 가는 한마디가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 쉽게 요식업에 뛰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가 출현하는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그가 놀라는 부분에 나도 똑같이 놀란다. 물론 나의 경험과 지식이 그의 그것에 비해 한참 모자라지만, 조금만 장사를 해보면 알 수 있는 당연한 것들을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처음에 알지 못하고 시작을 잘못하면 되돌리기 힘든 것이 장사다. 모든 것에 완벽해도 작은 실수를 찾아내는 존재가 손님이다. 막연한 꿈이나 희망만으로 장사를 시작하라고 당신을 기다리는 세상은 없다. 냉정한 판단과 끊임 없는 노력만이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로 쓴 '임대'라는 글자를 내 가게의 유리창에 붙이지 않을 수 있다. 









tip.
순수익이 언제까지 순수익이 아니다. 

일년에 두번 찾아오는 부가세와 한번 있는 종합소득세의 기간은 매달 찾아오는 카드값의 결정판이다. 

매달 수익의 일정금액을 별도의 통장에 모아두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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