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가게를 꿈꾸다
장사하지 않으리라 맘먹고 첫 번째 가게를 접었다.
그리고 도망치듯 유럽으로 떠났다. 이민을 계획하고 떠났지만 계획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듯 쉬운 일이 아니다. 현지에서 우리에게 체류비자를 만들어줄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한국에서의 그 어떤 이보다 더한 권력을 행사하려 했다. 한국인이면 정도가 더 심하고 아는 사람은 그 정점에 서있었다.
덕분에 이민을 위한 답사는 3달간의 유럽여행으로 바뀌었고 결혼 5년 차에 다다른 우리는 리마인드 허니문을 즐겼다. 3달의 기간 동안 유럽여행을 위한 경제적인 문제는 에어비앤비에서 머물며 현지 식재료로 식사를 만들어 먹는 것으로 해결했다. 한국인은 반드시 김치와 된장을 수시로 섭취해야 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고 그런 한국음식을 유럽인이 좋아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배운건 도둑질이고 제 버릇 개 못준다고 한국식당이 성업 중이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 누구나 그렇듯.
이민이 유럽 내에서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한다는 독일에서도 이민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변호사와 얘기도 하고 현지의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이민대행업체를 통한 상담에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전혀 상관없는 전공과 경력, 턱없이 부족한 자금으로 외국에서 식당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3개월 동안 계속된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우리의 이민 바라기는 이어졌다. 가는 곳마다 그곳에 어울리는 메뉴와 인테리어를 구상했다. 이미 우리의 가게는 유럽의 도처에 있었다.
짧지만 길었던 어느 봄의 꿈은 여행이 끝나갈 때쯤 깨었다.
사실 그 뒤로 몇 년간 그 꿈을 꾸었다. 지금은...
우리는 그렇게 잠시나마 두 번째 가게를 꿈꾸게 되었다. 요식업을 해본 사람들은 한 번쯤 외국에서의 식당 창업을 생각해본다. 그런 막연한 동경을 건드린 것이 '윤 식당'이란 프로그램 아닌가. 그 후로 우리는 주위의 식당을 운영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면 해외에서 시작하는 우리의 음식점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이번 생에 못다 이룬 꿈 다음 생엔 이루리라'
(잡담)
유럽의 중국 슈퍼(한인 슈퍼가 없는 곳에도 중국 슈퍼는 있더라)에서 파는 왕김치는 김치가 아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묵었던 에어비앤비 호스트도 그 김치는 김치가 아니라 한다. 한인 슈퍼에서 직접 담근 김치를 갖다 줬더니 너무 좋아라 한다. 유럽 사람들은 생각보다 김치를 좋아하더라.
tip.
해외에서의 요리 경험은 한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 써보지 못한 식재료나 식기를 사용해 꼭 요리를 해볼 것을 권한다.
가능하면 현지인과 함께 머물며 음식과 문화를 공유해보자.
우리는 함께 주방에서 한식을 제육볶음과 김치찌개를 해주고 스페인식 파스타(?)를 얻어먹었다.
우리가 준 제육볶음의 레시피로 그 친구는 한인식당을 차렸을지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