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 어쩌면 영화 후기
[줄거리] 유명 셰프 사샤(앨리 웡)와 무명 뮤지션 마커스(랜들 박). 어린 시절 친구인 이들이 15년 만에 다시 만난다. 여전히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 하지만, 가까이하기엔 서로 너무 다른 걸?
<우리 사이 어쩌면>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캐릭터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남녀 주인공이 멋지고 안 멋지고 여부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젠더(성역할)에 왠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차근차근 따져보자!
<우리 사이 어쩌면>은 "특별한 여성"이 "평범한 남성"을 구원하는 이야기다. 사샤(앨리 웡)는 샌프란시스코 뿐 아니라 전국구 셀럽이다. 반면 마커스(랜들 박)는 블루 컬러 출신 무명 뮤지션이다.
생물학적으로 암컷(female)은 '자기보다 우월한 유전자'를 원한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이 ‘신데렐라’가 대중문화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이유다.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다수의 여성들은 ‘결혼’만이 유일한 경제활동이었다. 산업이 기계화되면서 여성노동이 가능해지면서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무너졌다. 여성이 남성보다 경제적 우위에 설 수 있음에도 우리 사회의 젠더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다수의 여성들이 가부장제가 굳건하던 시절처럼 자신보다 우월한 남성을 원한다. 이것은 당연한 본능이다.
그런데 이란 출신 여성 감독 나흐나치카 칸은 젠더를 전복시킨다. 어떻게 했을까?
영화는 정확하게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를 뒤집었다. 트로피 와이프는 유명인 남편을 둔 평범한 아내를 일컫는다. 일각의 페미니즘에서는 ‘남성의 액세서리’라고 비판하거나 ‘골드 디거(돈만 밝히는 여자)’라는 단어로 부르기도 한다.
제작과 각본을 맡은 랜들 박과 앨리 웡 그리고 나나치카 칸 감독은 당당하게 지금은 ‘토이 보이(Toy Boy)’시대라고 외친다. 코미디언 출신인 앨리 윙은 영리하게 실존 셀럽 ‘키아누 리브스’를 등장시켜 ‘트로피 와이프’을 삐꼬고 조롱한다. 키아누 리브스는 앨리 윙의 개그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존 윅 3>의 뉴욕 로케를 마치고 모로코로 출국하기 전까지 5일 동안 급하게 촬영했다고 한다. 역할에 대해 같이 의견도 내고 본인에 대한 애드립도 많이 쳤다고 한다.
인종적 편견을 이용한 미국 개그가 많다는 점에서 순종적인 동양인의 선입관을 깬다. 샤샤는 완벽주의자이지만, 그런 성향에 대해 사과하거나 타협할 생각이 없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것을 오롯이 자신이 감수한다. 반면 마커스는 가난할지언정 자신의 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밴드 리더다. 동양인이 밴드 리더인 팝 아티스트가 있었나 싶다. 영화 속 김치찌개나 세신 같은 한국문화는 겉핥기 수준이지만, 미국인이 보는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거부한다.
그럼, 잘난 여자 샤샤는 왜 마커스를 택했을까? 이제 우리는 그 질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샤샤는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이 어린 시절에 돌봐주지 않았다. 그래서 마커스 부모님과도 격의 없이 지낼 정도로 옆집 마커스네에 자주 놀러 갔다. 그러다 눈 맞았다.
여기서 샤샤의 재능을 발견한 사람이 주디 즉 ‘시어머니’라는 점이다. 미국도 시어머니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렇고 그런 이미지다. 못 믿겠다면 고전 미국 영화를 보시라!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샤샤의 요리를 격려해주는 사람이 마커스의 어머니라는 사실은 후반 그녀가 언제 김치찌개를 끓이는지를 주의 깊게 보면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마커스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멘토'였다.
자! 두 사람이 첫 경험을 나눈 그 날의 사건을 떠올려보자! 마커스의 어머니 ‘주디’는 일찍 세상을 떠나자 마커스에게 결핍의 대상이었고 샤샤가 이를 위로하려다가 그만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이렇듯 마커스의 어머니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자 샤샤의 멘토이며 마커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줬다.
후반부 샤샤가 부모님과 화해하는 과정이 다뤄진 것이 '마커스와 사랑'이 '어린 시절의 부재와 결핍'을 해소하는 과정이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마커스에게 '샤샤와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극 중 샤샤는 마커스에게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라고 요구한다. 그녀가 당당하게 조언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는 책임을 지키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격려와 응원 아래 마커스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정리하자면 <우리 사이 어쩌면>은 결핍을 메워가는 과정에서의 두 남녀의 시너지 효과를 다루고 있다. 좋은 인연은 상대방과 동반 성장한다고 영화는 외치고 있다.
★★★☆ (3.5/5.0)
Good : 미투 시대의 새로운 남녀관계!
Caution : 전통적인 로맨틱 코미디여 굿바이!
■랜들 박은 베이 에이리어(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힙합/재즈/록 퓨전 밴드 Ill Again의 프런트맨이다. 정말 쓸데없는 거지만, 에미넴의 ‘Phenomenal’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제목은 머라이어 캐리의 빌보드 1위곡 ‘Always Be My Baby(1995)’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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