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덴젤 워싱턴이 감독한 <펜스, 2016>의 극작가 오거스트 윌슨의 1982년에 쓴 동명 희곡이 원작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윌슨의 희곡은 1984년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만큼 덴젤 워싱턴이 다시 한번 제작에 나섰다.
‘블루스의 어머니‘라 불리는 1세대 블루스 싱어 ’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 扮)‘는 실존인물이나 나머지는 허구다. 1927년 미국 시카고의 여름날, 마 레이니는 레코딩 시간에 스튜디오에 도착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나머지 연주자들, 트럼펫 주자 ’레비(채드윅 보스만 扮)‘, 피아니스트 ’털리도 (글린 터먼 扮)‘, 트럼본 주자 ’커틀러 (콜맨 도밍고 扮)‘, 베이시스트 ’슬로 드래그 (마이클 포츠 扮)‘가 합주 연습을 하고 있다.
레비는 스튜디오 사장인 스터디밴트(조니 코인)에게 곡을 팔기로 하고, 그 대가로 리코딩을 약속한다. 이로써 자신만의 밴드를 갖고 독립을 할 꿈에 부풀어있다. 특히 스터디밴트가 레비에게 ‘Ma Rainey's Black Bottom’의 편곡을 맡기면서 나머지 멤버들과 곡해석을 놓고 충돌한다. 이때, 레비는 급여보다 비싼 신발을 자랑하는 대목에서 우리는 그의 성급한 성미와 불타는 야망이 향후 갈등을 불러들일 것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그러면서 레비가 부모님의 일화를 동료들에게 터뜨릴 때 그 에너지는 채드윅 보스만의 연기는 좌중을 압도한다. 이것만으로 영화를 관람한 것이 후회되지 않을 명연이다.
마침내 마 레이니가 나타나며, 스튜디오 사장에게 원곡대로 녹음할 것임을 주장하고 끝내 관철한다. 인종차별이 횡행했던 1920년대에 백인에게 큰소리치는 마 레이니의 행보는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말더듬이인 조카 ‘실베스터 (더산 브라운 扮)‘을 레코딩에 참여시키는 것을 두고 백인 스튜디오 사장과 백인 매니저를 윽박지를 때 긴장감은 최고조로 향한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90분짜리 희곡 형태를 고수한다. 비올라 데이비스와 채드윅 보스먼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주축으로 나머지 조연들도 으르렁거리는 에너지와 낮은 점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기저에 깔고 있다.
자세히 보면, 마 레이니의 ’ 갑질‘은 그녀의 레코드가 이 스튜디오의 주 수입원이라는 약점을 쥐고 흔들었다면, 레비가 자신의 밴드를 꾸리기 위해 백인들 앞에서 바짝 엎드려 있다가 뒤돌아서서 치를 떠는 모습이 대조적이다.
●결말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
주인공 레비가 백인들에게 마지막에 어떤 취급을 받는가를 주목해서 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음악의 역사를 약간 알면 이해가 쉬워진다. 영화는 남부의 델타 블루스가 시카고 블루스로 변천되기 직전의 순간을 포착한다. 블루스는 말 그대로 흑인의 한(恨)이 담겨있다. 서아프리카 음악이 서양음악을 만나 노예 시절부터 부르던 노동요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된다. 블루스는 나중에 재즈, R&B, 로큰롤, 헤비메탈, 힙합 등에 매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심할 때 등장한 음악이지만, 훗날 백인들에게 먹히면서 오늘날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DNA에도 그 유전자를 전했을 정도다.
리틀 리처드, 척 배리 같은 ‘흑인’ 뮤지션이 블루스에서 로큰롤을 발명할 때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잘생긴 백인 청년이 그것을 대중화시킨다. 백인 기성세대는 엘비스에게 흑인음악을 베껴 젊은이들을 선동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엘비스는 군대에 자원입대함으로써 백인 주류층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흑인 음악가들은 헐값에 작곡한 노래를 엘비스 등 백인 가수에게 넘겨야 했다.
그리고 70년대 뉴욕에서 태어난 힙합을 살펴보자! 블루스에서 파생된 고전 재즈, 디스코, 펑크(funk)에서 비트를 뽑아낸다. 80년대에는 무단 샘플링이 횡행하기도 했고, 힙합 역시 백인에게 대중화하는데 백인 래퍼들(비스티 보이즈, 에미넴)이 큰 역할을 했다. 이것이 영화의 결말이 의미하는 바다.
★★★ (3.0/5.0)
Good : 채드윅 보스만의 마지막 연기 불꽃
Caution : 희곡 형태가 안겨주는 단조로움
■주연 배우 채드윅 보즈먼이 2020년 8월 28일에 대장암으로 별세를 하며 본작이 유작으로 남게 되었다.
●메이킹 필름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못다 한 이야기>에는 비올라 데이비스, 덴젤 워싱턴, 조지 C. 울프가 직접 제작과정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