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진행형인 우리 이야기
드라마 <웨스트윙>, <뉴스룸> 등과 영화 <어 퓨 굿 맨>, <머니볼>, <소셜 네트워크> 등의 시나리오를 쓴 것으로 유명한 아런 소킨의 감독으로서의 2번째 작품. 1968년 8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벌어진 월남전 반대 시위대와 경찰의 대규모 충돌 사건과 이후 반동주의자로 몰려 시위 주동자 7명을 두고서 1969년 4월 9일부터 1970년 2월 20일까지 열린 재판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기본적으로 대사가 많은 법정영화나 추리 영화는 영상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대사가 많은 영화일수록 음악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루한 대사로 점철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들에게는 자신의 연기력을 뽐내기에 이만한 장르도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런 소킨은 각본가답게 찰진 대사를 썼고 연출도 훌륭했다. 수많은 인물들을 마치 벽화를 그려내듯 하고 속도감과 긴장감을 동반해 1968년 격랑을 사실감 있게 재현했다. 소킨은 교차편집을 활용해서 순차적 연출을 포기한다. 이를 통해 산문체가 되기 쉬운 법정영화의 리듬을 살린다. 소킨이 이 연주하는 악기(카메라)는 조셉 고든 레빗, 에디 레드메인, 마이클 키튼, 사샤 바론 코헨의 티카타카를 중계한다. 배우들의 각각 연기는 오케스트라처럼 앙상블을 빚어낸다. 애런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된 듯한 소킨은 인물이나 사건의 순서를 파괴했음에도 점선으로 연결하는 솜씨가 감탄할 만했다.
프랑스는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패배하고 사실상 베트남 독립은 허용한다. 그러나 곱게 떠날 프랑스가 아니었다. 그들은 멀쩡한 베트남을 억지로 분단시켰다. 그러면서 미국에 베트남 공산화를 막으라며 베트남 문제에 개입하라고 종용한다. 미국에 당시 핵 개발에 독자 성공한 프랑스는 나토에서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은 1965년 3천5백 명의 미군을 베트남에 파병하고, 그 이듬해 38만 5천 명까지 불어난다. 공산화를 막는다는 명분이었으나 젊은이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명분 없는 전쟁을 반대했다. 영화의 배경인 1968년에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이 암살된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반전시위는 미국 전역에서 폭력과 약탈로 이어지게 된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주체하기로 예정한 시카고에 마찬가지로 이틀간 폭력 사태로 11명의 사상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 수 천 명이 체포된다. 이 사건을 빌미로 폭력 진압 법인 ‘랩 브라운 법’이 통과되고, 시위 선동가들을 탄압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한편 반전운동 단체들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카고에서 높으신 분들에게 자신들의 의사를 보여주기 위해 속속 집결했다. 민주 사회 학생회(SDS), 청년 국제당(이피) 반체제 운동가 동맹, 베트남전 종식을 위한 국가 동원 위원회(The MOBE) 등의 조직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열리자 그 주 내내 시위대들과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다. 이로 인해 애비 호프먼, 제리 루빈, 톰 헤이든, 보비 실을 포함해 이 시위의 주최자들은 폭력 선동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이 재판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기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영화를 보면 자동으로 알게 된다.
예수를 처형된 죄목이 ‘정치범’라는 사실을 들지 않아도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정권과 체제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순간 높으신 분들에게 그 존재 자체로 심기가 불편할 수 있다. <트라이얼..>은 기획수사가 왜 억울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울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3.7/5.0)
Good : 뉴스 틀면 매번 나오는 그 이야기!
Caution : 법정 드라마가 취향에 안 맞는다면?
■당초 스티븐 스필버그가 해당 사건에 대한 영화를 2008년 미국 대선 이전에 만들고 싶다며 소킨에게 각본을 의뢰하였으나, 영화는 2019년에야 촬영에 착수할 수 있었고, 감독 역시 소킨이 맡는 것으로 바뀌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스필버그는 히스 레저와 만나 톰 헤이든 역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었다. 레저는 스필버그와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던 전날 세상을 떠났다. 스필버그는 또한 윌 스미스가 바비 실 역을 하기를 원했다.
■사샤 바론 코헨은 자신이 이 영화를 위해 미국식 악센트를 해야 한다는 것에 '겁에 질렸다'라고 인정했다. 그는 이전에 코미디적인 이유로 여러 다른 억양의 변주를 한 적은 있지만, 극적안 배역을 위해 한 적은 없었다. 그는 애비 호프먼이 매사추세츠 억양을 갖고 있지만 캘리포니아에서 학교를 다녀 독특한 악센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잘못 소리 낼까 봐' 걱정했다. 애론 소킨은 그 배역이 '재현이 아니라 해석'이라고 안심시켜야 했는데, 코헨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스포일러를 염려해서 본문에는 생략했지만, 연기가 진짜 좋았다. 에디 레드메인은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톰 헤이든’의 고뇌를 매끄럽게 표현했고, ‘애비 호프먼’역의 사샤 바론 코헨은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로 윤활유 역할을 했다. 또한 조셉 고든 레빗이 맡은 리처드 슐츠 검사는 명분과 소신을 다 거머쥔 진정한 법조인이었다.
■야히아 압둘 마틴 2세가 맡은 '바비 실'은 실제로는 3일 동안 재갈을 물리고 결박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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