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2019 영화 해석

이민자는 왜 똑같은 이민자를 미워하는가?

by TERU

[줄거리] 지방에서 전근 온 경감 스테판(다미엔 보나드)은 단장 크리스(알렉시스 마넨티)와 대원 그와다(제브릴 종가)와 같은 BAC(범죄단속단)에 배정받는다. 증오와 불신이 난무하는 몽페르메유에서 스테판은 경찰들의 폭력에 충격을 받고 서커스단 아기 사자 도난사건을 해결하려다 예기치 못한 사건까지 발생하는데…



1. [배경지식] 프랑스 이민사회의 갈등양상

레미제라블7.jpg 주인공 스테판

제목은 《레미제라블》은 ‘불쌍한 사람들’라는 의미다. 라쥬 리 감독은 실제 거주하던 빈민가를 무대로 아프리카계 이민자 2·3세대와 공권력과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는 외국인 체류자에 관대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프랑스가 자유, 평등, 박애로 대표되는 톨레랑스(tolerance, 관용)와 솔리대리티(solidarity, 연대)의 나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마찬가지로 3D업종 등 부족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북아프리카 마그레브(Maghreb)지역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해서 현재 프랑스 전체 인구 10%정도인 600만 명을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갈등이 이민 1세대보다 이민 2·3세대 갈등이 훨씬 극렬하다. 프랑스 사회학자들 중에는 프랑스 이민 2세, 3세대를 ‘증오 세대(la haine)’라고 지칭할 정도다. 이민 1세대 경우는 아프리카에서 성장한 뒤 프랑스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를 이주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이 때문에 원주민들로부터 일정 부분 차별과 차등을 당한다 하더라도 체념하거나 수용하려는 경향도 있다. 이들의 자녀들의 생각은 다르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교육받고, 프랑스 국적을 갖고 있는 프랑스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회에서 인종차별과 다양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당한다면 이를 수용하기는 어렵다.


거기다 원주민과 이민자 간에 경제적 불평등이 갈등의 불씨를 댕겼다. 이민 2·3세대는 사회적 차별과 학업 실패 등으로 인해 부모 세대에 이어 가난을 대물림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 [배경지식] 프렌치 커넥션으로 대표되는 막장 치안

프랑스는 잘 알다시피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국가다. 프랑스 제1의 항구도시인 마르세유는 프렌치 커넥션이라 불릴 만큼 마약거래와 불법 이민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파리 외곽지역 역시 다르지 않다. 최근 5년간 일어난 이민자들이 일으킨 대형사건을 열거해보면, 2015년 11월 파리 테러, 2016년 니스 테러, 2016년 프랑스 성당 테러, 2017년 프랑스 마르세유 흉기 테러, 2018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총격 테러, 2020년 프랑스 교사 참수 사건, 2020년 니스 테러까지 연달아 터지고 있다. 이러니 치안당국이 예민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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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크리스는 순찰 도중 버스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운 여고생에게 과잉 검문을 하며 폭언을 발설한다. 이를 말리던 신입 스테판은 “네가 날 막는 거야? 내가 곧 법인데!”라며 경고한다. 언쟁을 말리던 그와다는 스테판에게 “아직 잘 모르나 본데, 이렇게 안 하면 이곳에서 저들에게 잡아먹혀. 이게 우리 삶이야.” 라며 충고한다. 극 중 그와다는 똑같은 아프리카계 이민 2·3세대임에도 이민자들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이 점이 영화의 핵심이다. 똑같은 이민자 출신이 왜 똑같은 이민자들에 대해 편견과 차별을 떨쳐버리지 못하는가를 되묻는다. 그 이유는 이민자들이 프랑스 원주민과 동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다는 경찰공무원 즉, 프랑스 사회에 동화되었다. 반면에 다른 이민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왜냐하면,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은 이슬람교를 믿으며, 이들은 프랑스의 근본이념인 ‘라이시테(laïcité, 정교분리)’를 정면으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세속주의는 개인과 가정에서의 영역을 넘어서서 정치사회적 활동과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규제한다. 이는 프랑스혁명 당시 앙시앵레짐(구체제)의 제1 신분이 '성직자'들이었기에 가톨릭을 미신으로 격하하며, 성당과 수도원의 재산을 국가가 압수했었다. 그런 프랑스에 무슬림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정치사회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마크롱 대동령은 이슬람 극단주의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 하에 공화국 원칙 강화법의 초안을 공개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고, 치안이 불안정한 데다 이민자들의 경제적 불평등이 극대화되자 영화처럼 이민자들은 공권력에 대한 불신하고, 경찰은 이민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다문화 가정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만약 이들 다문화가구 자녀들이 한국 사회에서 성장해 가면서 많은 차별과 편견 속에서 성장하고, 성장한 이후 견실한 경제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받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역시 프랑스와 유사한 사회 갈등이 촉발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3. 메인 플롯을 생략한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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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은 선인도 악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경찰도 이민자도 각자 뜻하는 바를 이루려고 하지 상대방을 존중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는 경찰이 저지른 잘못을 집중 조명한다. 그중에서도 앞서 말했듯이 이민자 출신 '그와다'이다. 그는 왜 이민자를 혐오하게 되었을까? 영장 없이 수색하려고 할 때 그와다에게만 이민자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가? 또, 동료들에게 낯선 아프리카 문화를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았던가? 그랬던 그가 왜 이민자들에게 단호할까가 영화의 주제다.



%EB%A0%88%EB%AF%B8%EC%A0%9C%EB%9D%BC%EB%B8%9428.jpg?type=w1 방치된 아이들

라쥬 리 감독은 이민 1세대와 2·3세대를 ‘어른‘과 ’ 아이‘로 비유한다. 어른들은 공권력 혹은 공권력에 기생하는 건달들이다. 아이들의 부모는 먹고살기 바쁘기 때문에 아이들의 가정교육에 소홀하다. 이렇게 아이들은 ’ 어른의 부재‘속에서 성장해간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프랑스인이지만, ’ 빈민가에 사는 이민자‘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영화 초반 아이들은 프랑스 국가대표팀을 응원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방치되거나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빈민가를 관리하는 시장(스티브 티엥추)은 어떻게든 공권력의 비호 아래 자신의 이득을 챙길 궁리뿐이다. 막상 경찰에 쫓기는 아이가 보호를 요청하자 귀찮다는 듯이 손사래를 친다.


결국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의지하는 어른은 ‘살라(알마미 카투테)’뿐이다. 그는 한때 무슬림 범죄조직을 이끌었던 거물이지만, 과거를 청산하고 요리점을 운영하면서 종교 활동에 정진한다.살라는 공권력을 불신하지만, 신입 스테판은 '2005년 파리교외 사태'처럼 이번에도 폭력으로 해결할 것인가라고 되묻는다. 이에 수긍한 살라는 문제의 물건을 건네며, '자네를 믿지. 그러나 분노를 막을 수는 없을 거야.'라고 경고한다. 이렇듯 살라는 양분된 두 세계를 모두 아우른다.


%EB%A0%88%EB%AF%B8%EC%A0%9C%EB%9D%BC%EB%B8%942.jpg?type=w1 이사는 왜 집에 돌아갈 수 없을까?

문제아 ‘이사(이사 페리사)’는 모든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연루된 모든 인물들이 집으로 되돌아갈 때 오직 이사은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이 장면은 '어른의 부재'로 방치된 아이를 상징한다. 이렇듯 이민 2·3세대는 프랑스인도 아니고 북아프리카인도 아닌 어쩡정한 위치에 놓여있다. 이민자 출신인 라쥬 리 감독은 증오 세대의 문제를 그들을 이끌어줄 ‘어른의 부재’로 규정짓는다.


아이들이 뭉쳐서 어른들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는 대목에 이르면 이러한 감독의 의도가 더욱 분명해진다. 그리고 결말에서 감독은 이 갈등의 순환을 끊을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 (5.0/5.0)


Good : 쉬이 다루기 어려운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한다.

Caution : 세계 첫 0명대(0.98) 국가인 우리에게 남 일이 아니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그 해에 칸영화제 심사위원·벌칸상을 받았다.


■극 중 배경인 몽페르메유는 ‘르 코르뷔지에 파리 계획안’이 실패하면서 슬럼가가 형성되었다. 감독의 고향이자 <레미제라블(1862)>의 원작자 빅토르 위고가 집필하던 곳이며, 동시에 극 중 사건의 모델이 된 2005년 11월 파리 교외 소요 사태가 일어난 센생드니 주에 속한 도시이기도 하다.


■파리 인근 빈민가 방리유를 배경으로 한 《증오(1995)》, 《디판》, 《걸 후드》도 함께 감상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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