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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30. 2022

무술영화 추천 TOP 100 (4)

Martial Arts Movies : ~21위

무술영화의 양대산맥인 일본과 중국을 비교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먼저 '무협(武俠)'이라함은 武(무술, 기예)를 가지고 俠(의리, 선)을 행한다라고 풀이하면 맞을 것 같다. 반면 사무라이와 닌자가 나오는 ‘찬바라’는 칼 부딪히는 소리인 찬찬(챤챤), 뿔뿔이 흩어지는 모양의 의태어 바라바라를 합쳐 찬찬바라바라인 것을 줄여 찬바라라고 부른다. 두 장르의 차이점은 무협이 사회성에 기반으로 하지만 찬바라는 관계 맺기를 거부한다. 무협은 의와 정을 중시하며 인간군상을 묘사하는데 치중한다. 사부와 제자, 사형과 사매, 고수와 하수 같은 인간관계가 강조된다. 반면 찬바라는 영주건 농민이건 간에 사건만 해결하고 속박되기를 거부한다. 


정리하자면, 무협은 억울한 일을 당한 정의로운 주인공이 수련을 쌓고 악인을 징벌하는 내용이라면 찬바라는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주인공 나름의 자경활동에 치중한다. 




#40 : 의리의 외팔이 (One-Armed Swordsman·1967) 장철

장철 감독은 홍콩 누아르의 모든 것을 만든 사람이다. 오우삼이 그의 밑에서 조감독을 하며 배웠던 사실을 유명하다. 출세작인 ‘외팔이 시리즈’는 장철의 스타일이 집약되어 있다. <외팔이>가 보여주는 육체에 대한 고통과 쾌락이라는 모순된 이중주와 잔혹미는 무엇을 뜻할까? 자신의 팔을 잘라버린 사부의 딸을 ‘남자답게’ 위험에서 구해준다는 데서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를 원망하고, 검객을 구출해준 또 다른 여성에게 애틋한 마음을 이입하게 된다. 


주인공이 결핍의 보완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스토리는 67폭동으로 분노한 홍콩의 민심을 반영한다. 1967년에 일어난 67폭동은 홍콩 현대사의 분수령이다. 영국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사회개혁을 단행하는 계기가 되어 홍콩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정치적 함의를 필름에 담은 덕분에 홍콩영화사상 최초로 100만불(한화로 100억원) 넘는 흥행수익을 기록하게 된다. 이로 인해 여배우가 주류였던 이전의 홍콩영화계가 ‘천황거성(天皇巨星) 왕우’로 대표되는 남자주인공 전성시대를 여는 단초가 되었다. 그리고 경극에서 출발한 구파(舊派) 무협에서, 일본 찬바라 영화의 영향을 받아 격렬하고도 피가 튀는 홍콩식 신파(新派) 무협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39 : 자토이치 시리즈 (Zatoichi·1962-1989) 미스미 겐지 外

찬바라 액션의 원산지 교토 출신의 미즈미 겐지 감독은 복수에 눈이 먼 검객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주인공 ‘자토이치(가츠 신타로)‘는 평소에는 눈이 먼 안마사로 살고 있지만 실은 비범한 검술을 지니고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돕는 검객으로, 현대에 맹인 검객이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의 시초가 되는 캐릭터이다. 26편을 배출한 최장수 시리즈로 자리 매김한다.    

 

재밌는 사실은 ‘압제자에 맞서는 장애를 가진 무사’라는 콘셉트이 홍콩으로 건너가 <독비도>로 재탄생한다는 점이다. 공교롭게 1971년에 <자토이치 22 외팔이와 맹협>로 크로스오버가 이뤄졌다. 재밌는 점은 홍콩에서는 외팔이가 승리하고 일본에서는 자토이치가 승리하는 결말로 따로 편집되어 있다는 점이다. 




#38 : 쿵푸 허슬 (功夫·2004) 주성치 

평소 이소룡이 자신의 우상이며 무협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던 주성치가 쿵후의 고수들을 1940년대 상하이로 불러 모아 거대한 웃음의 축제를 펼치다. 불우한 주인공이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개발해 성공한다는 줄거리나 만화적인 과장된 행동, 어처구니 없이 튀어나오는 웃음 등 주성치 영화의 모든 것이 그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다.      


버스트 키튼이 연상되는 무성 슬랩스틱코미디, 프레드 아스테어의 30년대 MGM뮤지컬에 대한 헌사 등은 할리우드에 대한 동경을 숨기지 않는다. 주성치의 개인기보다는 캐릭터 배분에 신경 쓴 점이나 김용에 대한 존경, 쿵푸에 대한 애정이 모조리 녹아있다. 




#37 :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 (Scott Pilgrim vs. The World·2010) 에드가 라이트

최고등급의 병맛영화, 브라이언 리 오말리가 그린 그래픽 노블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소년만화, 포스트 펑크를 모조리 아우른다. 줄거리는 좋아하는 여자를 얻기 위해 7명의 전 남친과 맞짱 뜨는 게 전부다. 그래서 대전 격투 게임을 플레이하는 자세로 관람하면 된다. 


    


#36 : 존 윅 4 (John Wick: Chapter 4·2023) 채드 스타헬스키

오우삼의 현대로 옮긴 무협 세계와 세르지오 레오네의 태양과 총의 오페라을 성공리에 부활시킨다. 초심을 지키며 성실히 진화해온 프랜차이즈는 마침내 볼거에서 사연으로 진화하는 놀라움을 선사한다.




#35 : 올드보이 (Oldboy·2003) 박찬욱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미네기시 노부아키, 츠치야 가론의 원작만화는 전형적인 일본 무술영화의 특징을 담고 있다. 조금 설명하자면, 중국 무협(武俠)물에서 ‘협(선, 의리)’를 배제하는 건조한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하드보일드한 분위기가 박찬욱 특유의 자극적인 미장센과 시퀀스와 잘 맞아 떨어진다. 


최민식이 상상훈련으로 싸움 실력을 키웠다는 묘사나 복수와 죄의식을 테마로 다룬 점은 무술영화와 궤를 같이 한다. 독학한 남자가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구도 역시 그러하다. 특히 사흘간 촬영한 ‘장도리 집단 격투장면’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교회 액션이나 넷플릭스 드라마 <데어데블>, <익스트랙션> 등 해외각지로 수출됐다. 




#34 : 소오강호 3부작 (The Swordsman Trilogy·1990-3) 호금전, 서극, 정소동外

<소오강호 (1990)>, <동방불패 (1992)>, <동방불패2 (1993)>은 90년대 무협활극의 진수를 보여준다. <천룡팔부>, <녹정기>와 함께 신필 김용의 3대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소오강호>는 문화대혁명의 혼란한 시기에 집필된 작품답게 노골적인 정치색을 드러낸다. 겉으로는 군자인 척하면서 속으로는 소인에 불과한 ‘악불군‘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서극의 허무주의가 결합하면서 액션영화을 뛰어넘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호금전의 선(禪)적인 스타일과, 서극이 요구한 휘황찬란한 ‘무협’은 아귀가 맞지 않았고 결국 호금전이 물러난다.  

   

<동방불패>는 원작의 단 몇 줄에 불과한 캐릭터를 통해 정파와 사파는 과연 다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뭣보다 임청하의 중성적 매력이 너무나 대단하다. <동방불패>는 바다가 갈라지고, 땅이 뒤집히는 호쾌한 무협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흥미진진한 극적 구성과 역동적인 캐릭터의 매력, 수준 높은 무술 안무는 놀랄 만큼 뛰어나다. 특히 일월신교 호법좌사 상문천과 영호충의 숲속 결투는 1990년대 나온 무협영화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동방불패2>는 전편의 아성에 기대고 있지만, 활자로 보고 상상으로만 그려내던 ‘무림 절기’들을 와이어 액션과 뛰어난 무술 지도를 통해 영상으로 표현한 것은 큰 장점이다. 소설과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당시로서는 현란한 기술적 성과물이며 지금 보기에도 꽤 매력적인 장면이다. 




#33 : 취권 (Drunken Master·1978) 원화평

쿵푸 코미디의 창시자, 성룡은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목숨 걸고 영화를 찍는다고 정평이 나있다. 우점원(于占元) 희극학교에서 합기도와 쿵푸를 배웠다. 그는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는 아이디어 넘치는 싸움장면을 기획하는데 도가 텄다. <취권>에서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적을 무너뜨리는 전법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이 쿵푸 코미디는 전 세계적인 문화충격이었다. 이소룡의 후계자는 바로 성룡 임을 몸소 증명한다. 




#32 : 사무라이 반란 (Samurai Rebellion·1967) 고바야시 마사키 

베니스 영화제 국제비평가상

무사도(武士道)는 주군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근간으로 성립된다. <사무라이 반란>은 영주의 불합리한 처우에 반항하는 사무라이의 저항을 보여주는데, 이는 감독이 오키나와 전투에서 전쟁포로였던 자신의 체험을 근거로 한 것이기도 했다. 그가 조직과 권력, 폭력과 비인간성으로 파괴되어가는 개인의 비극과 파토스를 평생의 주제로 삼은 것도 일면 이해가 간다.    

 

<사무라이 반란>은 평범한 개인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봉건적 관행을 통해 오늘날 지배계급의 위선과 허위를 비판한다. 거대권력에 항거하는 검술은 비장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멋있다. 




#31 : 일대종사 (The Grandmaster·2013) 왕가위 

영춘권은 도가에 바탕을 둔 무예라서 그런지 왕가위는 ‘물’의 이미지를 통해 표현한다. 감독은 “쿵후는 두 단어로 말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 최후에 수직으로 서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로 영화 내내 수직과 수평의 이미지로 액션을 설정한다.     


이소룡이 액션이 인물의 심리를 대변하는 도구로 삼았듯이 왕가위도 그 길을 따라간다. 왕가위는 ‘역경 속에서 헤쳐 나갔던 엽문의 일대기’에 흥미를 느껴 연출을 맡았다고 밝혔지만, 무술을 인류 보편의 실존적 고독으로 풀어내고 있다. 액션을 짧게 컷하고 클로즈업한다. <와호장룡>이 주인공이 무술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준다면 <일대종사>는 길고 좁다란 화면속에 주인공들을 가둬둔다. 




#30 : 워리어 (Warrior·2011) 개빈 오코너 

아마도 역대 최고의 MMA영화일 것이다. 링 위의 시합을 통해 10여년 전에 갈라섰던 아버지와 형을 되찾는 가족드라마다. MMA계의 손꼽히는 트레이너 그렉 잭슨이 무술감독을 맡아 경기 장면이 리얼하다. 톰 하디는 언제나 말없이 링에 올라 상대를 박살내는 한편으로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을 떨치지 못하는 그의 울분은 <워리어>의 기본 골격을 이룬다. 시나리오 작가 안토니 탐바키스와 캐빈 오코너는 닉 놀테에게 알코올 중독자로서 가정을 파탄내고 한참 세월이 흘러 자기와는 말도 섞지 않은 작은 아들의 코치로 지내는 아버지의 고단한 표정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짜 얼굴이다. 지극히 상투적인 가족 간의 화해를 뜨겁지만 쿨하게 대회의 ‘시합’과 결부시킨다. 화해의 몸부림이 사각의 링 위에서 주고받는다.  




#29 : 중화장부(Heroes Of The East·1978) 유가휘

일본인 아내(미즈노 유카)와 중국인 남편(유가량)이 문화적 갈등을 겪다가 양국의 무술논쟁이 촉발한다. 급기야 중국과 일본의 무술가끼리 서로 자국의 명예를 걸고 도전한다. 예절과 관습의 차이로 갈등이 발생한다는 발상은 당시 홍콩 영화의 관습에서 벗어났다. 일본인을 악당으로 고정관념화하는 대신에 일본인과 일본전통을 존중하는 태도로 묘사한다. 유혈사태와 범죄를 벗어나 순수하게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성숙한 태도의 무협영화다.

  

<중화장부>는 다양한 무술 스타일과 병장기를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홍콩영화지만 유도, 검도, 가라데 등을  세심하게 조율했다. 특히 타케노(쿠라타 야스아키)의 인술은 그 어떤 닌자 영화보다 우월하며 인상적이다.




#28 : 정무문 (Fist Of Fury·1972)/당산대형 (Big Boss·1971) 나유

‘이소룡 신드롬’은 데뷔작 <당산대형>부터 생겨났다. 이소룡의 쿵후(功夫, 궁푸) 영화는 세계적으로 140여개 나라에 팔렸고, 미국과 대만 한국 등에서 만들어진 모방과 아류작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


이소룡은 중국의 무술을 아름다운 전통 속에만 가둬 놓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쿵후를 동시대적인 시간과 공간으로 가져 왔고, 나아가 국제적인 플랫폼 위에 올려놓았다. 자신의 임무를 다해 적들을 물리치지만, 결국 장렬하게 산화하고 마는 캐릭터는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쌍절곤 하나 들고 힘 있는 자들에 의해 짓밟히고 모욕당하는 세상을 뒤바꿔 놓겠다는 그의 꿈은 통쾌한 복수를 통해 재현됐다. 보다 공정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응징해야 할 제국주의의 폭압을 향한 민족주의적 발로였다. 바로 그 때문에 이소룡은 오늘까지도 우리의 전설로 살아있다.




#27 : 이연걸의 정무문 (Fist Of Legend·1994) 진가상

정무문의 정식 리메이크작으로 견자단 주연의 1995년 드라마와 함께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정평이 나있다.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원작보다) 일본여인과의 로맨스가 강조되어 있고 중화민족주의를 순화시켰다. 여담으로 이연걸은 훗날 스승 곽원갑을 다룬 <무인 관원갑>에 출연했다.   

  

순위가 높은 만큼 오리지널 못지않게 액션 시퀀스가 눈부시며, 독창적인 격투 장면에 인상 깊게 본 워너 브라더스에 의해 무술감독 원화평을 <매트릭스>에 고용하게 된다. 





#26 : 옹박 (Ong-bak·2003) 쁘랏야 삔깨우/옹박 : 두번째 미션 (Tom Yum Goong·2005) 프라차야 핀카엡

“이소룡은 죽었고, 성룡은 늙었고, 이연걸은 지쳤다.”라고 외치는 토니 자에게 스토리 따윈 거들 뿐이다. 토니 자의 무에타이는 숨 쉬지 않고 수 십 명의 팔다리를 꺾어놓는다. 1편이 성룡의 아크로배틱 기예를 넘어 자유롭게 활공하는 모습을 담았다면, 2편은 이소룡처럼 분노를 모아 살의를 전하고 짧고 굵은 몸동작으로 관절을 으스러뜨린다. 




#25 : 고요킨(御用金·1969)/ 3인의 사무라이 (三匹の侍·1964)/야수의 검 (Sword Of The Beast·1965) 고샤 히데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의 라이언 존슨 감독은 검술 장면과 유머 코드는 <3인의 사무라이>를 참조했다고 밝혔다. 고샤 히데오 감독은 리얼한 액션을 위해 다케미츠(대나무제 칼) 대신 두랄루민의 칼을 채택하고 칼이 칼과 충돌할 때 자신의 금속 사운드를 개발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총론형식을 빌려 간략히 설명하겠다.     


1899년에 서양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무사도>를 쓴 니토베 이나조는 “무사(사무라이)는 온 국민의 아름다운 이상이었다. ‘꽃은 벚꽃, 사람은 무사’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을 정도였다. 인간의 삶에 대한 본연의 자세, 사고방식 등 무엇 하나 무사도에서 영향을 받지 않은 게 없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섬기는 자’라는 뜻을 사무라이는 일본적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열쇠이다. 일찍이 할리우드는 <라스트 사무라이>로 신화적 존경을 드러냈다면, 그 보다 전에 짐 자무시는 <고스트 독>에서 무사도에 관해 명상했고, 그 보다 더 오래전에 장 피에르 멜빌은 <사무라이>라는 누아르를 통해 실존적 고독을 얼음같이 차갑게 그렸다. 


서양조차도 미화되고 신성시되었으나 고샤 히데오는 거부한다. 2차 대전을 몸소 체엄했던 그는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지배층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를 조롱하는 한편, 로닌의 자유로움을 긍정했다. 그의 캐릭터는 다층적인 관계맺음으로 풀어간다. 사무라이 복수극답게 진행되면서도 인물의 갈등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이렇듯 예상대로 사건이 진행되지 않으니 자연스레 무사도의 위선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실로 놀라운 경지라 할 수 있겠다. 그의 철학은 장철, 미야케 다카시, 카와지리 요시아키에게 계승되었다. 

  



#24 : 황비홍 1-3 (Once Upon A Time In China·1991-3)/서극의 칼 (The Blade·1993) 서극

이연걸은 <황비홍>, <동방불패>, <의천도룡기>, <정무영웅>, <태극권>을 통해 이소룡와 성룡의 계보를 잇는 중화권 액션스타로 등극한다. 어릴 적부터 무술대회 5연패한 무술천재로 일찍이 1974년 백악관에 초청되어 닉슨 대통령 앞에서 대련을 벌였던 이력이 있다. 우슈와 복싱, 번자권, 태극권, 소림권에 모두 능한 그는 ‘중국 당대 10대 무성‘’으로 공인받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배우로 칭송받았다. 특히 공중에 떠서 연속 발차기를 던지는 무영각(無影脚)은, 와이어 액션의 도움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이연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실존 인물인 황비홍은 홍콩영화 100편 이상 단골로 등장하는 영웅이었다. <취권>이후 한동안 잊혀진 황비홍을 서극과 이연걸의 손으로 부활했다. 두 사람은 <황비홍>에서 중국인의 자긍심을 맘껏 펼쳐 보인다. 그러면서도 비극적인 홍콩의 현실을 토로한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1997년이면 다시 중국으로 귀속되는 홍콩인 스스로가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짓지 못하고 끌려 다녀야만하는 심리와 맞물려 영화외적으로 많은 지지를 얻는다.  


<서극의 칼>은 <독비도>의 리메이크이다. 크게 따지고 보면 왕우의 독비도 역시 김용의 신조협려에서 큰 영향을 받았으니 둘 다 신조협려의 변주라고 볼 수 있다. <서극의 칼>은 일직선으로 달려간다. ‘도(刀)’라는 원제처럼, 간단명료하게 사랑과 복수의 나날만을 그려낸다. 외팔이 도객이 팔을 잃고 반쯤 불탄 비급을 찾아서 마적에게 복수하는 단순한 스토리지만, 주인공이 한쪽 팔로 최강의 무공을 읽히기 위한 피눈물 나는 노력과 한쪽 팔만으로 행하는 기묘한 움직임의 무공을 보여주는 것에만 혼신을 기울인다. 




#23 : 동사서독 리덕스 (ASHES OF TIME Redux·1994) 왕가위 

왕가위는 ‘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나뭇가지도 아니고 네 마음일 뿐이다.’라는 불경 구절을 보고 제작을 결심했다고 한다. 주인공 ‘구양봉(장국영)’은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의 형과 결혼하게 되고, 두 사람의 결혼 당일 산으로 들어가 살인청부업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는 구속받지 않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자신 스스로 쳐놓은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카메라는 물과 모래의 이미지를 통해 과거의 추억에 사로잡힌 회한을 표현한다. 유동적인 이미지들이 시간에 떠밀려 되돌아갈 수 없는 그 때 그 시절의 아련함을 담고 있다. 일렁이는 세피아 톤 화면과 아날로그 필름의 따뜻한 색조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풍경화를 그리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과 거의 같다.   

 

액션 역시 자극적인 역광 촬영기법에 의해 무협고수들의 검기(劍氣)를 느끼게 했다. 동작이 겹쳐있거나 흐릿한 인상에서 일종의 배경이나 분위기로 정서적으로 소구력을 시각화한다. 결국 <동사서독>은 퇴락한 현재는 불타던 과거의 잿더미에 불과하다며, 상실의 정서가 항상 다른 이를 떠올리며 어긋나는 풍경들이 연달아 이어진다. 더불어 이미 지난 전 과정을 다 알고 있는 자의 전지적 시점의 내레이션과 끊임없이 일렁이는 시각적 이미지가 현재 만남에도 불구하고 과거로 계속 회귀하게 만드는 거대한 풍경화로 귀결된다.




#22 : 글래디에이터 (Gladiator·2000) 리들리 스콧 

아카데미 작품·남우주연·의상·음향효과·시각효과상

고대 로마에 유행했던 검투대결은 무협의 천하제일무술대회에 출전한 것과 같다. 현대에 프로레슬링 경기나 종합격투기 시합로 비유할 수 있다. '검투사(Gladiator)'를 가르키는 라틴어 단언 ‘글라디아토르’의 원뜻은 검을 뜻하는 글라디우스를 다루는 사람이다. 즉 검사다. 스토리 또한 쇼브라더스 홍콩영화의 학습과정을 거친다. 가족을 잃은 한 남자가 '검투사로의 삶'을 배워가며 복수를 한다는 내용 말이다. 


로마가 멸망한 후에도 유럽은 결투로 재판하던 무인(기사)사회였다. 왕은 잉여 귀족의 수가 너무 많으면 반란을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전쟁을 일으키거나, 아니면 이들의 불만을 다른 방향으로 풀어줘야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결투다. 19세기 중반까지도 참가자 둘의 상호 동의하에 입회자(second)가 지켜보는 가운데 벌이는 길거리 싸움이 빈번히 벌어졌다. 유럽의 귀족계급이 기사(무사)들이었기에 무술영화의 한자리 정도는 차지해도 괜찮을 것 같다. 

 



#21 : 쾌찬차(Wheels On Meals·1984)/비룡맹장(Dragons Forever·1988) 홍금보

명실상부 가화삼보(嘉禾三寶)의 최고작. 다소 느슨하지만, 코미디와 액션의 황금비율을 자랑한다. 특히 성룡, 홍금보, 원표 트리오의 연기 앙상블이 일품이다. 특히 성룡 자신이 꼽는 최고의 대결로 미국 킥복싱 챔피언 베니 우르퀴데즈와의 박진감 넘치는 격투 장면은 지금봐도 화끈하기 그지없다.     

 

<쾌찬차>는 홍콩을 벗어나 바르셀로나 해외 로케를 시도하여 관객을 사로잡았다. 할리우드에 견줄만한 자동차 추격전, 미스 스페인 출신의 로라 포너의 눈부신 미모, 홍금보, 성룡, 원표 골든 트리오의 매력이 넘친다.      


<비룡맹장>은 늘 비슷한 이미지였던 세 배우들의 각기 다른 개성의 경합을 잘 살리고 있다. 성룡은 배우 인생 처음으로 바람둥이 변호사 역에 도전했고, 이는 기존의 성룡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홍금보 역시 액션의 비중을 줄이고 사랑을 쟁취하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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