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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30. 2024

스턴트맨*영화를 사랑한 스크루볼 코미디

《The Fall Guy·2024》노스포 후기

《스턴트맨》은 ABC에서 1981년부터 1986년까지 방영된 리 메이저스 주연의 TV 드라마 〈더 폴 가이〉를 원작이다. 스턴트맨 콜트(라이언 고슬링)은 촬영장에서 영화감독이자 전 여자친구 조디(에밀리 블런트)와 함께 영화를 찍게 된다. 어느날 주연배우 톰 라이더(애런 테일러존슨)가 행방불명이 되고, 콜트는 이를 해결하려고 나선다.


《스턴트맨》은 신분 격차가 큰 남녀 주인공이 나와 재치 있는 대사로 갈등과 애증을 겪는데, 처음에는 갈등의 폭이 커지지만, 결국엔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스크루볼 코미디 영화'다. 여성 감독과 남성 스턴트맨이 함께 영화 촬영을 진행하다가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두 남녀 주인공이 시시덕거리고 말다툼하는 순간 웃기지만, 로맨틱하지 않다. 영화의 주된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옛 연인 조디와의 재회, 둘째는 주연 배우의 실종사건이다. 이 두 가지로 진행되다가 후반에 영화의 진짜 주제가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로맨스와 추리는 맥거핀에 가깝다. 이런 연유로 로맨틱 코미디의 전신인 '스크루볼 코미디'라고 말씀드렸던 것이다.


영화가 진짜 사랑하는 존재는 따로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어수선하고 투박하다. 라이언 고슬링과 에밀리 블런트 사이의 감정선을 쌓으려고 할수록 코미디, 액션, 복수극의 호흡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영화가 진짜 사랑하는 존재가 분명해지면서 로맨스(?)가 살아난다. 힌트를 주겠다. 극중 주인공이 찍는 영화〈메탈스톰〉은 〈듄〉을 연상되지 않는가? 살인사건의 단서가 왜 딥페이크일까? 영화를 보다보면 관객은 자연스럽게 스턴트맨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여기서 스턴트 액션을 촬영하는 장면을 상세히 보여주는 이유가 밝혀진다. 얼굴 없는 영화 종사자들의 숨은 노고에 헌사를 보내기 위함이다.  정확히는 레이치 본인이 좋아했던 추억의 영화들에게 지난 사랑을 고백한다. 대사와 촬영과 편집에서 고전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실제 데이빗 레이치 감독은 스턴트 연기자로 데뷔해서 액션 코디네이터(무술감독)을 거쳐 영화감독이 되었다. 두 주인공은 감독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남주에게는 과거의 자신을, 여주에게는 현재의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 위험한 대역을 거침없이 소화하는 대범한 성격의 콜트와 촬영 감독을 거쳐 연출자로 승격한 조디는 성격이 현실적이어서 현장에서의 안전을 중시한다. 남녀 주인공의 상반된 두 가지 태도는 영화 제작에서 병행되어야 한다. 미연의 사고를 대처하는 것과 멋진 장면을 찍기 위해 몸을 불사르는 연기자는, 영화가 탄생한 1895년 이후로 항상 필수불가결한 존재였다. 남녀 주인공이 따로 취하는 두 가지 자세는 감독 본인이 느끼는 영화를 대하는 양가적 성격인 것이다.


다시 말해, 스턴트맨이 사람도 구하고, 영화도 구하고, 자신도 구한다는 줄거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스턴트 연기자와 대역, 보조 출연자들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영화 제작에 꼭 필요한 스태프이다. 이들의 숨은 공로를 재조명하려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다. 엔딩 크레딧 이후에 촬영 후일담을 보여주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실제 스턴트맨의 사연을 보여줌으로써 영화의 주제를 더욱 명확하게 표명한다.


영화 제작의 찬가

영화의 주제를 이야기했으니까 다른 부분도 한번 짚어보자! 우선 액션은 스턴트맨이 할 수 있는 모든 종목이 망라되어 있다. 카체이싱, 고공낙하, 총격전, 맨손 격투에서 인간이 몸소 실행하는 아날로그 액션만의 쾌감을 전달한다. 할리우드판 성룡 ‘톰 크루즈’가 대사로 언급되며 그의 투철한 프로정신을 칭송한다. 그 다음은 촬영, 카메라는 액션이 이뤄지는 스튜디오 현장을 자주 비춰준다. 스턴트맨이 구르고 맞고 뻗고 때리는 전 과정을 중계한다. 보이지 않는 대역과 보조 출연자, 스턴트 연기자 등이 영화 한 편이 만들어는 공로를 스크린에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음악도 영화의 성격을 반영했다. 《스턴트맨》은 80년대 드라마원작이라 올드팝이 많이 등장한다. 본 조비의 〈You Give Love a Bad Name〉, 저니의 〈Any Way You Want It〉, 원작의 주제가 〈Unknown Stuntman〉까지 반갑다. 그리고 《스턴트맨》이 영화에 대한 러브송이라면, 테일러 스위프트의 〈All Too Well (10 Minute Version)〉을 놓쳐서는 안 된다. 빌보드 선정 역대 최고의 이별노래 1위에 선정된 가장 큰 배경인 '가사(영화에는 일부만 자막으로 보여줌)'를 알고 청취하시길 추천 드린다. 



★★★☆ (3.5/5.0) 


Good : 영화제작(특히 스턴트맨)에 대한 러브송

Caution : 미지근한 전반부와 미국적인 개그


●스크루볼 코미디는 여성들이 매우 진보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에밀리 블런트를 포함한 사만다 '빅 잭' 잭 (스테파니 수) 게일 (해나 워딩엄) 등 여성 캐릭터들은 남성처럼 독립적이고 진취적으로 행동하면서도 여성적인 재치와 지성을 부각한다. 또 대사량이 많은 것도 스크루볼 코미디의 주된 특징 중 하나이다. 


●콜트가 복귀이후에 펼치는 자동차 회전 스턴트 장면은, 기네스 세계 기록을 실제 달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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