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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Jul 15. 2024

퍼펙트 데이즈*일상의 가치

Perfect Days (2023) 영화 해석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존경심

《퍼펙트 데이즈》는 빔 벤더스 감독이 일본에서 찍은 첫 장편 영화다. 1985년에 평소 존경하던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다큐멘터리 《도쿄가》이후 일본의 문화, 일본 영화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다미방이 등장하고 너무 기뻐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않는 태도로 삶을 살며, 사소한 에피소드만 나열되고 움직임 없는 카메라는 아무 의미 없는 공간을 무심히 훑는 듯한데도, 삶의 묵직한 비애감을 마침내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는 〈동경이야기〉, 〈만춘〉, 〈안녕하세요〉이 저절로 연상된다. 그러면서도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심 또한 빔 벤더스의 영화를 설명하는 주요 요소이다. 독일 시절 감독한 로드 무비 3부작부터 삽입곡들은 주로 올드팝들이었고,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짐 자무시의 〈패터슨〉에도 등장함)의 소설이 인용된다. 특히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 루 리드의 〈Perfect Days〉가 점점 회의적인 운명론에서 실천적인 가능성으로 새롭게 인식하는 벤더스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②야쿠쇼 코지, 제76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은 매일 반복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영화는 그의 일과를 여러 차례 보여주면서도 인물과 거리를 둔다. 인물의 전사(前事), 인간관계, 개인적인 감정을 깊게 파고들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관객과 카메라의 거리에서 주인공이 직업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발견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출근했는데, 갑자기 업무가 몰리거나, 직장 동료의 형편을 봐주거나, 퇴근해서도 쉴 수 없는 일이 터지는 등의 모습은 익숙하다. 


히라야마는 종종 미소로 웃어넘긴다. 운명을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본인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가 일러준 삶의 비결은 다음과 같다. 그는 매일 필름 카메라로 점심시간대의 하늘을 촬영하고 현상한 사진 중에 마음에 드는 결과물만 보관한다. 탈락한 사진은 찢어 버린다. 모든 것에 에너지를 쏟을 수 없으니까 소중한 것은 남기고 나머지는 비워내라는 히라야마의 태도는 마치 공(空) 사상 같았다.


영화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지만, 야쿠쇼의 연기로 유추할 수 있다. 적은 대사와 사건에 의존하지 않는 전개에서 선불교의 가르침을 전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알고 넘치는 욕심을 내지 않으며 자신이 처한 처지를 파악하여 만족하며 살아간다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자세 말이다. 올드팝 카세트테이프는 젊은 시절부터 수집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서점에서 100엔짜리 중고책들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점심때마다 찍은 사진을 기록하는 이 남자에게 나무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신사에서 단풍나무 묘목을 자신의 맨션에서 키우려고 조심스럽게 뿌리를 캐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나무는 3장에서 다시 이야기하겠다.


⓷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에 쿠키 영상 한 개가 나온다. 이게 그 장면이다.

《하와이언 레시피》의 다카사키 타쿠마가 각본에 참여하고 있어서 일본 노래와 일본 소설이 등장하기도 한다. 소설〈나무〉는 영화의 주제와 밀접하다. 나무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할뿐더러 영화의 형식도 나무처럼 줄기와 가지를 뻗고 있다. 오즈 영화가 줄거리(중심적 이야기)가 주변적 이야기를 포섭하여 이어지는 중심화된 선형 구조를 따르지 않고, 양자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탈중심적 순환 구조를 취하고 있다. 본론(메인 플롯)과 여담(서브플롯)이 구분되지 않은 독특한 구성은 카메라가 이야기와 관계없는 공간을 종종 비춘다. 《퍼펙트 데이즈》도 이런 형식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히라야마는 흑백 필름으로 자연을 찍거나, 꿈에서 흑백으로 하루의 노곤함을 씻겨낸다. 영화는 ‘그림자’라고 부른다. 이때 주된 이미지가 ‘흔들리는 나뭇잎 아래에서 반짝이는 빛줄기’를 표현한 장면이다. 일본어로 ‘코모레비[木漏れ日]’라고 한다. 쨍쨍한 햇빛이 아니라 나무 사이에 스며들어 은은하게 비추는 햇살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그것은 자연의 일부,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에서 삶을 위로를 얻는 주인공의 태도를 상징한다. 그는 귀천을 가리지 않고 만물을 동등하게 대한다. 자신을 불결하게 보는 아줌마이건, 길 잃은 아이이건, 일본어를 못하는 외국인이건 미소로 답한다. 다른 보행자들이 공원에서 노숙하는 홈리스(다나카 민)을 무시하는 동안, 히라야마는 그 남자가 독특한 춤을 추는 장면을 경이로운 눈으로 지켜본다. 그리고 화장실은 볼일을 보는 곳이지만,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공간이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흑백 이미지가 중요하다. 벤더스는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도 천사의 관점은 흑백으로, 인간의 시점은 컬러로 표현했었다. (그 원조는 파월과 프레스버거의 〈1946년작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다.) 색채가 없다는 것은 사진이든 꿈이든 히라야마가 삶을 경험하는 순간을 나타낸다. 색깔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는 현존한다. 그날이 빨강이건 파랑이건 노랑이건 간에 말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의미를 색상을 없앰으로써 표현했다. 


④불행을 이기는 인간의 의지

(개인적으로) 둘이서 한 약속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로드무비의 거장은 매일 되풀이 되는 한 남자의 일상을 다룬 반(反) 로드무비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카메라는 불행한 일들과, 그들이 잊히는 것에 대한 무기이다. (The camera is a weapon against the tragedy of things, against their disappearing)”라고 벤더스는 영화를 정의했다. 영화는 내내 이런 관점에서 진행된다.


우리는 일상을 보호하려는 성향이 있다. 갑작스럽게 루틴을 바꾸는 것에 꺼려 한다. 벤더스는 정형시처럼 각운을 바꾸는 식으로 운율을 반복한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킹크스, 오티스 레딩, 패티 스미스의 노래로 히라야마의 내면을 여행하는 데 길잡이로 삼는다. 노래 가사가 주인공의 심정을 대변한다. 올드팝으로 그의 영혼을 들여다보면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삶의 가치가 있다. 바로 '조화'다. 그는 이전의 더 특권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그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다른 욕망은 버렸다. 오직 그가 추구한 것은 어떤 일이 발생해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이다. 그런데 영화는 주인공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소원했던 조카가 갑자기 찾아왔을 때, 자기 딸을 찾기 위해 여동생이 방문했을 때, 산처럼 단단했던 히라야마가 크게 동요했다. 울먹이는 동생이 병든 아버지를 찾기를 권유했을 때, 참고 있던 눈물을 흘리며 동생을 안아주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드라마는 역시 갈등과 불화 속에서 번성한다. 그 사연은 밥 라펠슨의 〈파이브 이지 피시스 Five Easy Pieces〉와 닮았지만, 영화는 길게 언급하지 않는다. 


솔직히 우리 모두 말 못 할 사연 한둘 정도는 짊어지고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꿈꾼다. 그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도 이 영화도 잘 알지만 말이다. 극장 문을 나서며 든 생각이 있다. 마치 지친 삶에서 눈빛만으로 서로를 알아보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 (4.0/5.0) 


Good : 불행을 이기는 안분지족의 자세

Caution : 직장인이 아니라면 공감하기 힘들지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 영화는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이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부야구의 17곳의 공공 화장실을 수리하는 것으로 빔 벤더스 감독도 참여했다. 그러다 ‘수리한 화장실을 보고 영감이 떠오른다면 관련된 작품을 하나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그렇게 도쿄에 와 《퍼펙트 데이즈》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빔 벤더스는 오즈 야스지로 추종자로 유명한데, 칸 영화제 인터뷰에서 "오즈가 그의 마지막 영화인〈꽁치의 맛〉을 도쿄에서 만든 지 60년 만에 《퍼펙트 데이즈》를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동경 이야기〉의 히라야마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야쿠쇼 코지는 인터뷰에서 "정말 다큐멘터리처럼 거의 시험 없이 실전만 반복해서 찍었기 때문에 마치 그곳에서 진짜 생활을 하는 것 같은 촬영이었습니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지금의 이 순간순간을 소중히 살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야쿠쇼는 "하루하루를 정성스럽고 조용히 거듭하듯 살아가는 이 히라야마라는 남자를 연기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빔 벤더스라는 위대한 감독에게는 픽션의 존재인 이 남자에게 아주 큰 리스펙트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저를 이끌었고 히라야마라는 남자를 이 세계에 만들어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마틴 스코세이지가 제7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기자회견 도중, 최근 좋았던 영화로 〈패스트 라이브즈〉와 함께 이 작품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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