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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틸 라이프 Jun 08. 2020

마스터(폴 토마스 앤더슨)

대낮의 이별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다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커다란 함정과 사람들. 군인들이 모인 갑판 위에  널브러져 있는 한 남자를 위에서 조망하는 카메라. 남자의 모습은 신들의 세상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한 죄로 매일 심장이 자라나 독수리에게 파 먹히는 프로메테우스의 형벌을 연상시킨다.
모든 걸 꿰뚫듯 하늘 위에서 세상을 읽는 카메라는 미약한 인간을 지켜보는 전능한 신의 눈처럼 보인다. 배와 항해,  귀향의 구조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외로운 여행을 계속하는 오디세우스의 운명을 닮았다.

전쟁의 트라우마와 상처로 영혼이 뒤틀린 프레디(와킨 피닉스)는 우연히, 전후 불안한 사회를 기반으로 급성장한 신흥 종교의 교주 랭카스터(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를 만난다. 둘은 서로에게 흥미를 느끼고 급속도로 빠져든다.
그러나, 이별은 갑자기 찾아온다. 종교 지도자 역시 나약한 인간임을 직감하자 프레디는 돌아보지 않고 집단을 떠난다. 떠나려는 어떤 사건도 이유도 없이 다른 곳에서 그랬던 것처럼  무리에서 도망친다. 카메라는 끝없는 지평선 밖으로 멀어지는 프레디를 지켜본다. 먼지가 날리는 사막과  오토바이가 내는 굉음, 그를 바라보는  랭카스터의 시선이 그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다. 햇빛에 눈이 부신 건지 랭카스터는 눈 위에 손 받침을 하고 작아지는 프레디의 모습을 따라 쫒는다. 그의 눈은 슬픔과 아픔을 모두 담아 처연하다.

프레디는 간절히 원하지만 영원히 연인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흔들리고 불안한 영혼은 안식처를 갈망하지만 종교도 사랑도 신도 그를 채워줄 수 없다. 프레디가 랭카스터를 떠나 끝없는 들판으로 달려 갈수록 가슴은 무너진다. 그들의 사랑과 예견된 이별을 바라보며 기대고 싶은 사람을 갈망하지만 반복되는 좌절이 아프게 다가온다.

영화 마스터를 관통하는 정서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서글픈 관조다. 프레디의 구부러진 어깨는 어디에도 없는 절대자를 찾아 기대고픈 안간힘 같다. 도달할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그곳은 언제든 부서지는 모래성에 불과해도 그는 자신의 계속되는 여행을 멈출 수 없다. 그것은 모든 나약한 인간의 숙명이다. 해결할 수 없는 물음을 깨닫고 느닷없이 이루어지는 대낮의 이별은 볼 때마다 아픈 눈물이 흐르게 하는 힘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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