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시차 적응을 못해서 오후 6-7시부터 졸리고, 오후 10-11시가 되면 잠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래도 어제는 2시에 깨였는데 오늘은 5시 반에 일어났다. 그러다 지금까지 잠이 안 와서 쓰는 글.
씻고 준비를 하고 배가 너무 고파서 한국에서 사 온 컵라면을 뜯었다. 가져오길 정말 잘했다. 오늘 꼭 한인마트를 갔다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제 집주인이 준 교통권을 가지고 트램을 타러 갔다. 분명 집에서 나오기 전에는 흐렸는데 내가 나갔을 때는 나름 맑은 하늘이었다. 그래서 또 기분이 좋아졌다. 39번 트램을 타러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여기는 정류장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거의 기다릴 때마다 1-2명 꼴? 담배 냄새를 정말 싫어하는데 피하기가 어렵다. 트램은 버스와 지하철 중간 정도 길이의 전차 같다. 벨기에의 트램은 탈 때도 문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문을 열어주고, 문이 한 3-4개 정도 있는데 어떤 문으로 타도 된다. 타면 한국과 비슷하게 생긴 빨간색의 티켓 인식기(?)가 있다. 거기에 교통권을 대고 타면 된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잘하던 것들인데도 벨기에에서 처음 하니까 신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3 정거장 정도 지나니까 Stockel에 도착했다. 어제 집주인이 알려준 슈퍼가 있고 교통권을 판매하는 곳이다. 나는 카드와 10회권을 구매하고 싶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1회권을 파는 기계밖에 없었다.(카드 5유로, 10회권 14유로, 1회권 2.1유로라서 카드 수수료를 내더라도 10회권을 사는 것이 1회당 1.9유로로 이득이다. 보증금이 아니기 때문에 카드값 5유로도 돌려받을 수 없다.) 지도에는 슈퍼마켓 안에서 판매한다고 쓰여있길래 우선 들어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교통권을 파는 곳은 없었고, 일단 장을 보기로 했다. 제일 필요했던 물과 1.99유로 밖에 안 하던 큰 빵과 딸기잼, 샌드위치, 가위 등을 샀다.(가위 챙겨 온 줄 알았는데 빠진 것 같다..) 식빵같이 생긴 좀 더 큰 빵이었는데 빵 진열대 옆에 빵을 써는 기계가 배치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니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라 빵을 넣고 기계로 잘랐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는데, 빵이 너무 커서 이걸 어떻게 담아야 할지 당황하게 됐다. 분명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갑자기 사람도 2명 정도 기다리니까 마음이 너무 급했다. 근데 친절하게도 벨기에 현지인으로 보이는 두 명이 기계를 어떻게 활용해서 빵을 담아야 하는지도 알려주고 내 빵이 내가 고른 봉지보다 기니까 더 긴 봉투를 알려줬다. 영어나 불어도 아니고 다 손짓으로 알려주셨는데 너무 고마워서 나도 모르게 "Thank you"라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벨기에에 영어 못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다음부터는 "Merci"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도 미리 생각해놓지 않으면 튀어나오지를 않는다.
계산을 하면서 교통권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영어를 못하시는 분이라 계산만 하고 나왔다. 벨기에에서 카드를 사용하고 싶으면 종업원에게 건네는 것이 아니라 손님 쪽에 위치한 카드 리더기에 직접 꽂아야 하고 화면에 뜨는 '00유로 결제, OK?'(영어로 뭐라고 쓰여있는데 대충 이런 뜻이다.)라는 안내를 보고 내가 초록색의 ok버튼을 눌러야 한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계산되기를 멀뚱멀뚱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슈퍼에서는 가게용 영수증에 내 사인도 하게 했다. 다른 곳에서는 그러진 않아서 가끔 하는 곳이 있는 것 같다. 결국 제일 중요한 교통권을 찾지 못했는데 짐이 너무 무거웠다. 하.. 끙끙 거리며 짐을 들고 가다가 일본 식재료를 파는 마트가 있어서 들어가서 구경을 좀 하고 종업원에게 교통권을 어디서 살 수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1회권은 살 수 있는데 10회권은 더 큰 역에 가야 살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10회권을 꼭 사고 싶었던 탓에 이 사실을 믿기 싫어서 역에 서있던 안내원? 경호원? 같은 분께 물어봤더니 마찬가지의 대답이 돌아왔다. 당장 돌아갈 티켓도 없기 때문에 결국 기계로 가서 1회권을 3장 뽑았다. 내가 찾아본 정보로는 1시간 동안은 환승도 자유자재로 된다는 데 나중에 1시간이 안된 것 같은데도 이미 쓴 카드라는 화면이 떠서 새로운 카드를 찍어야 했다. 아직 이건 잘 모르겠다. 아마도 1시간이 지난 거겠지?
원래는 바로 유심 사러 가려고 했는데 짐이 무거워서 일단 집에 들르기로 했다. 교통권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이 찝찝해서 더 큰 역인 몽고메리역으로 가기로 했다. 몽고메리역에 내렸더니 한국에서 1호선, 2호선 방향을 알려주듯이 KIOSK라고 쓰여있었다. 다행히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았고, 팻말을 따라가니 역무원이 계셨다. 그렇게 드디어 10회권을 발급받았다. 그런데 10회권의 문제점은 내가 몇 번 찍었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아마 교통권을 찍을 때 화면에 뜨는 것 같은데 숫자는 없고 다 불어라 뭔 말인지 모르겠다. 다음에 사진을 찍어서 번역기를 돌려봐야겠다. 사실 10회권도 임시이고, 이건 겐트나 브뤼헤에 여행 갈 때 쓸 계획이며 학생이라는 서류가 있으면 50유로를 내고 1년 동안 브뤼셀 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발급받을 수 있다. 다만, 벨기에에는 교통 회사가 STIB과 De Lijn으로 나뉘어 있어서 50유로짜리 무제한권으로는 STIB의 교통수단만 이용할 수 있다. 이 정보는 네이버에도 잘 나와있다. 브뤼셀에는 STIB과 De Lign이 혼합되어 있는데 내가 주로 타고 다닐 것들은 STIB인 것 같아 50유로 무제한권을 사는 게 더 유리하다.
정리하자면, Woluwe-saint-pierre지역이나 ICHEC brussels management school로 교환을 오는 사람들은 Stockel로 가서 장을 보면 좋을 것 같다. 한국으로 치면 좀 작은 스타필드 같은 느낌이다. 네이버에 검색해봐도 아무도 왔다 간 사람이 없다. 나름 일본인 마트도 있어서 갈 법도 한데 너무 교외라서 그런 듯하다. 다만, 10회권은 살 수가 없으니 몽고메리역의 KIOSK에서 사면된다. 아니면 바로 50유로 무제한권을 사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나는 국제처가 문을 열지 않아서 교통권에 필요한 서류를 받지 못해서 번거롭게 일을 해야 했다. 2일에 생각보다 한 일이 많아서 나눠서 써야겠다.
원래는 글을 쓸 생각을 안 했더니 사진이 너무 없다. 내일부터는 사진도 열심히 찍고 돌아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