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에게 매우 낯선 독일의 마약문화
14시간의 고통스러운 비행 후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인천공항과 비슷하게 세련되고 거대한 여느 대도시의 공항과 비슷했다. 얼른 씻고 싶은 마음에 빠르게 심사를 마치고 공항 게이트에 있는 벤츠 택시를 냅다 잡아 탔다. 독일이니 택시도 당연히 벤츠 겠거니 했는데, 알고보니 우리나라의 모범택시처럼 추가 요금을 더 받는 택시 였다. 독일 살면서 처음이나 마지막으로 내 돈 주고 탄 택시였다.
10분 정도 달려 외진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서니 수많은 Skyscrapper가 보였다. 아 내가 진짜 독일 땅을 밟았구나. 마침 보랏빛 노을이 지던 찰나에 택시가 대교를 가르지르는 순간,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독일로 오기 전 한국에서의 2주는 기쁘기 보다 힘들었다. 당시 오래 사귄 남자친구 와의 생이별, 눈물을 훔치는 가족을 기차역에서 떠나 보낸 순간, 내가 사랑하는 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나는게 맞는걸까. 회의감까지 들었다. 해외 생활이 처음도 아니었고 이제 몸과 정신이 건강한 20대도 아니니, 오히려 두려움과 걱정이 설레임을 앞섰다. 영어권도 아닌 나라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외롭지는 않을까. 친구들을 다시 사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의 사슬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으나 이미 한 선택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도착한 호텔은 정말 허름하기 짝이 없었고 마침 엘리베이터도 수리중이라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4층까지 끙끙 거리며 이동했다. 다음 날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시 카셀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무조건 기차역에서 가까운 저렴한 호텔을 예약했던게 실수 였다. 대충 짐을 풀고 간단히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호텔 밖을 나선 순간 수많은 마약 중독자들이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여기가 할렘인지 독일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한국에서의 깨끗한 거리와는 대조되게 깨진 병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아니 도대체 오후 길거리에 깨진 유리병들이 왜 이렇게 많이 보이는건지. 간밤에 무슨 싸움이라도 벌어진 건지 알길이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근처 편의점을 향해 경보를 해서 갔다.
중앙역 근처로 다가갈수록 홈리스, 마약중독자들이 더욱 눈에 띄게 늘어났다. 무리를 지어 함께 대마를 피거나, 같이 맥주를 마시거나 혹은 길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도 정말 많았다. 서울역 및 일부 지하철역에서도 홈리스를 볼 수 있지만 마약청정국 한국 (이제는 유효하지 않은것 같기도..) 에서 온 나는 해가 지기도 전에 이미 대마나 마약에 절어 있는 사람들을 떼거지로 만나니 그들이 특별히 위협을 가한게 아님에도 왠지 서둘러 호텔로 돌아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알고보니 프푸 중앙역은 독일 역 중에서도 가장 sketchy한 역이고 스토너들의 소굴로 유명한 곳이었다.
내가 생각한 반듯하고 정갈한 독일인의 이미지는 일부였구나. 이렇게 마약중독자들이 대낮에도 떼를 지어 활보하고 길거리에 깨진병이 나뒹구는 곳일거라는 상상하지 못했다. 물론 중앙역 근처를 벗어나자 곧바로 관광객이 많은 지대가 이어졌고 여기서 부터는 내가 생각했던 전형적인 독일 건물과 높은 고층 건물들이 이어졌다. 불과 100미터 내외로 이렇게 생경한 풍경이 오버랩 되다니, 어느 대도시의 어두운 면을 우연치 않게 맨 처음 목도한 것이다.
독일은 의외로 매우 최근 (24년 4월)에 대마초가 합법화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대마 흡연은 공공연했다. 독일인들은 유난히 흡연을 일찍 시작하는데 이건 아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만국 공통 같았다. 주변 독일인들은 거의 13살때 부터 흡연을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대마를 10년 이상 피운 친구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30살 즈음에는 장기 흡연을 마무리하고 금연을 하는 친구들도 종종 있었다. 최근 합법화 된 게 무색하게 대마는 다양한 형태로 일상에 스며들어 있었는데, 이들 기준에서는 weed는 그저 또 다른 Tabacco에 지나지 않으며 joint, pipe, brownie 가지각색의 형태로 소비하며 각자의 집에서 대마를 키우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는 완전한 불법인 대마가 이렇게 평범하게 소비되는데 일반 마약류는 어떻겠는가. 독일에서는 특정 지역에서는 이미 마약을 거래하고 함께 소비하는 장소가 지정되어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성당이나 교회 주변에서 그렇게 많이들 피운다 ㅎㅎ 그러면 마음이 덜 불편한가? 수도 베를린은 굉장히 많은 인구가 마약을 소비하고 있다. 18년에 조사된 바에 따르면 베를린 클러버의 절반이 ecstasy 와 MDMA를 소비하며, 30프로 이상이 Cocaine 그리고 ketamine을 소비한다고 밟혔다. 베를린 클럽 문화와 마약은 함께 가는 거라고 봐도 무방한데, 이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더욱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이처럼 마약은 일상화 되어있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호 식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내가 사는 wedding 지역의 leopoldplatz는 베를린 안에서도 게토로 이미 유명한 곳이다. 24시간 내내 몰려서 함께 마약을 하는 공중 화장실이 따로 있으며 곳곳에 마약을 구걸하거나 판매하는 사람들이 길거리를 서성인다. 흥미로운 점은 베를린 차원에서도 이 거리를 청정화 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결국 그들은 돌고 돌아 다시 광장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결국 시에서는 큰 응급차를 일부 게토 지역에 상시 배치 시키고 깨끗한 주사 바늘, 그리고 소독약 등을 배포 한다. 그도 그럴것이 감연된 바늘을 오용, 남용하여 다리가 마치 코끼리 처럼 부운 사람들, 휠체어를 탄 사람들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전 세계 통계를 보면 단연 미국 및 남미 국가들의 마약 중독 수준을 따라갈 수는 없다. 다만, 독일 또한 최근 크리스털이나 판타닐과 같이 강한 항정신성 약물로 인해 사망하는 인구가 늘고 있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특성상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약 소비자들이 저소득, 저학력일까? 그렇지도 않다. 최근 알게된 독일인 변호사, 기자 심지어 정신과 의사조차도 마약을 주기적으로 하는 친구들이었다. 이제는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이 퇴근을 하고 가볍게 맥주를 마시는 게 아니라 가볍게 코카인을 흡입하는 그런 사회가 도래한것이다. 일부 연예인들의 범죄로만 익숙했던 마약이 이태원이나 강남 클럽 일부에서도 적발되는 것을 보니 한국도 이제는 마약에서 자유로운 것 같지 않다.
아 참, 깨진 유리병의 유래에 대해서 많은 독일인에게 물어봤지만, 이건 그냥 우연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하철에서도 맥주를 마시는게 일상인 독일에서 길거리 및 공원에서의 맥주 마시기는 여름 나기의 큰 재미 중 하나인데 그 중 몇몇이 우연찮게 병을 떨어뜨리는 거다. 다만 길에서 술마시는 사람의 수가 압도적이다 보니 깨진 유리병의 수도 많을 수 밖에 없달까. 그래도 여전히 깨진 유리병은 적응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