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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레티아 Sep 18. 2023

병원 실습 썰 매거진 종료

그 동안 읽어주신 분 감사합니다

병원 실습 썰 매거진을 얼마나 보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공지나 남기고 마무리를 할까 싶다.


의과대학 실습은 본과 4학년 1학기 때까지 돌았고, 2학기 때에는 다른 수업도 있지만 시험공부가 메인이다. 의사국가고시는 두 개로 나눠서 보는데, 첫째는 실기고 둘째는 필기다. 실기시험은 하루에 모두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서접수를 하면 랜덤으로 날짜가 배치가 된다. 처음 보는 사람과 마지막에 보는 사람은 대략 40일 정도 차이가 나는데, 그래서 시험 날짜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조를 짜서 실기 준비를 하게 된다.


실기시험은 우리가 의사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점수이다. 그래서 환자 역할을 하는 배우가 필요하다. 보통 실기 시험 준비는 4주를 하는데, 2주는 조 내에서 환자역할, 의사역할을 번갈아가면서 한다. 그리고 나머지 2주는 시험 준비를 하는 애들은 의사역할만 하고 다른 조에서 환자를 조달하게 된다. 그래서 사실상 40일 간 쉴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내가 시험준비하는 한 달 동안은 당연히 공부하느라 바쁘고, 남이 시험공부하는 나머지는 환자 역할을 해야한다.


그리고 지금이 딱 그 시기이다. 웬만하면 매주 글을 하나씩 쓰려고 했는데, 너무 바빠서 못 쓰겠다. 환자역할을 할 때는 생각보다 이 친구가 빼먹고 물어보는 것이 있는지, 신체진찰과 교육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나도 공부를 해서 고쳐줘야 한다. 의사역할을 할 때는 어떤 주제가 나와도 매끄럽고 친절하게 진료를 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그러는 와중에 필기 모의고사도 있다. 중간중간 비는 시간에 쉬지도 못하고 필기고사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서 잠깐 시험공부 좀 하고 오겠다. 그 잠깐이 11월 초까지이기는 한데, 아 물론 11월 말에도 모의고사가 있어서 더 연장이 될 수는 있기는 한데, 아 물론 1월에 필기고사가 있어서 1월까지...


사실 병원 실습 썰 매거진을 통해 처음에 하고 싶었던 말은 거의 다 했던 것 같다. 음주운전은 보험이 안 된다, 가족끼리 연을 끊어도 법적으론 아니다, 살인죄랑 살인미수랑 뇌사랑 뭐 그런 이야기 등 약간 애매하고 이상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싶었는데 웬만한 건 다 글로 남겼다. 아직 의료계에 얽혀있는 사회적 문제는 많지만 이제부터는 더 썰을 풀었다가는 너무 구체적으로 될 것 같아서 두려워 가벼운 썰을 풀어보려고 했는데, 글쎄, 이게 내가 쓰고 싶었던 방향은 아니다.


그래서 이제 병원 실습 썰 매거진은 종료하려고 한다.


앞으로 난 어떤 의사가 될까?


난 초등학교 때부터 신경과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특목고를 갔고, 갔더니만 자연과학의 연구분야는 너무 현실과 멀어 보였고 실제 사람에게 적용이 힘든 것 같았다. 그래서 의대를 갔다. 좀 더 현실적인 연구를 하고 싶어서. 

공부하면서는 재미있었는데 필수실습으로 신경과를 돌면서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실습 기간이 짧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질환이 질환인지라 개선이 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슬펐다. 내가 좋아하는 과목인데, 그 과를 돌면서 슬펐다. 고민이 들었다. 어쩌지? 

그러다가 내과를 돌면서 면역학이 재미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물론 면역관련 질환도 치료법이 딱히 없는 일이 많다. 해봤자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그렇지만 많은 질환이 염증반응에 기반을 하고 있고, 이것은 뭔가 연구가 활발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막 그렇게 슬프진 않았다. 

의과대학의 마지막 학년에는 선택실습이 있었다. 3개 과목을 고를 수 있었는데, 신경과를 제일 먼저 썼다. 근 10년 이상 좋아했던 분야이기 때문에 미련이 남았다. 선택실습을 하면 필수실습보다 좀 더 자세히 배우니까 재미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별다른 감정의 차이는 없었다. 슬펐다, 여전히. 그런데 실습 와중에 새로운 치매치료제가 FDA 승인이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나보고 면역학에 관심이 있으면 치매 연구도 괜찮다, 면역학적 기전이 있다면서 설명해주셨다. 


그래서 더더욱 고민이다. 졸업하면 무슨 과를 쓰고,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나에게 많은 혼란을 남겼지만 그래도 병원 실습 기간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생과 사회를 배울 수 있었달까. 정말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이런 삶의 방식도 있구나, 이런 부분은 좀 주목받을 필요가 있을텐데, 나는 커서 저러진 말아야지,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


내가 작성한 글들이 남들에게 간접경험이 되어, 그래도 뭔가 생각할 만한 거리가 있었다면 좋겠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럼 시험공부하러 나는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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