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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레티아 Sep 10. 2023

보도는 해야 하는데, 베르테르 효과는 어쩌지

응급의학과 실습 썰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각색되었습니다.

완벽한 자살은 없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 자살을 하기까지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면 다들 타인에 의해 상처를 입고, 그 상처의 해결 방법을 본인이 다 끌어안고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모든 자살은 일부 타살의 형태를 띤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누군가가 스스로 운명하였을 때 그것을 보도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준 타인이 우리 사회의 불합리함인 경우는 더더욱, 개선이 가능한 사건이었다면 더더욱. 


그렇지만 '베르테르 효과'라는 것이 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소설이 나왔을 때 베르테르의 자살을 모방하여 자살한 사람이 많았던 데에서 생긴 단어라고 하는데, 사전적 정의로 이는 "유명인이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이를 모방하는 현상"이다. 이는 실제로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통계적으로 증명되었다. 사실 굳이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비연예인의 죽음도 일부 베르테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자살예방을 위한 언론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고.

관련 내용이 궁금하다면?
(논문) Suh, S., Chang, Y., & Kim, N. (2015). Quantitative exponential modelling of copycat suicides: association with mass media effect in South Korea. Epidemiology and psychiatric sciences, 24(2), 150-157.
https://www.cambridge.org/core/services/aop-cambridge-core/content/view/A60C699221A1C9AA739E4996B4B6379C/S204579601400002Xa.pdf/div-class-title-quantitative-exponential-modelling-of-copycat-suicides-association-with-mass-media-effect-in-south-korea-div.pdf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권고기준 3.0 
https://www.journalist.or.kr/news/section4.html?p_num=12

내가 응급의학과 실습을 돌던 중이었다. 당시에 실습 몇 주차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한 연예인이 유명을 달리하였다. 뉴스로 그 소식을 접했을 때 나와 나이가 비슷해서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다음날과 다다음날, 하여간 그 주에, 이게 베르테르 효과인가, 싶을 정도로 환자분들이 이전보다 많이 들어왔다. Fall down, hanging, poisoning,... 그때 날씨도 진짜 좋았는데, 푸른 하늘과 따스한 날씨에 아름다운 이 세상을 저버려야 할 정도로 인생이 힘들었다는 것인가. 너무 안타깝다. 우리 의료진 선생님들은 최선을 다해서 치료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이 이후로의 치료를 담당하실텐데, 환자분들이 잘 따라와주시면 좋을 것 같다.


요즘 자살 보도가 많다. 보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저걸 보도를 하는 게 맞기는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사회적 문제에 맞물려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가 어느정도인지 파악을 해야 하니까... 왜, 우리는 인터넷에 '아 오늘 이런 일 있었어 ㅠㅠ'라고 쓰면 '에이 말도 안돼 주작주작', '그냥 그 지역 애들이 그런 거 아냐? 대부분은 안 그럼'거리고 금방 잊혀지지만 저렇게 누군가가 사망을 하면 '와 저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 실화였네'이러면서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이건 보도를 하는 게 맞는데, 그렇다고 자꾸 보도를 하면 베르테르 효과가 생기는데, 어쩌지?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권고기준이지 강제기준이 아니라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 만약에 강제기준으로 바뀐다면 더 괜찮을까?


그래서 말인데요, 다들 병원 오세요. 자신과 맞는 병원을 찾는 것이 힘들 수 있어요. 왜냐하면 의사들도 면허를 언제 땄는지에 따라 배우는 내용이 다르고 (보수교육은 매년 합니다), 세부 전공이 무엇이냐에 따라 잘 하는 게 다르고, 의사들도 사람이라서 실수하고 상처주고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우울증의 정식 명칭은 '주요우울장애'라고,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안 나오는 상태가 되어서 혼자서는 그 상태에서 못 벗어날 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나에게 맞는 의사에게 방문해서 약도 받고, 심리치료도 받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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