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성북동~창의문
'한적한 산길 따라서~ 나는 올라갔지~'
제목도 기억은 안 나지만 왠지 음이 경쾌해서 좋아하는 노래다.
아마 많은 한국인이 그렇겠지만, 나는 도시에 산다.
도시는 24시간 내내 시끄럽다.
새벽 3~4시에는 새벽배송을 하는 분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부시럭거리기도 하고, 물건을 내려놓는 탁 소리, 가끔은 던져지는 소리도 난다.
5시~8시 정도는 사람들의 출근 소리가 들린다.
수요일 아침에는 재활용 차량이 전날 정리해 둔 재활용 쓰레기를 챙겨가는 소리도 나고,
모두가 직장과 학교에 가고 나면 낙엽 청소하는 어르신들이 움직인다.
옛날에는 빗자루로 쓸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낙엽을 바람으로 밀어내는 아주 시끄러운 기계가 있다.
하교 시간이 되면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오후는 삼삼오오 시끌벅적하다.
그래도 그렇게 사람 소리가 나면 좀 괜찮은 것 같다.
내가 다녔던 대학교 기숙사는 하필이면 병원 옆, 상업지구에 있어서
새벽에는 쓰레기차 및 주취자들의 소음이,
낮에는 어디 공사하는 소리와 자동차 및 오토바이 소리가,
가끔은 앰뷸런스와 닥터헬기 소리도 나고,
어디 사회 문제가 심각하면 시위하는 소리도 들렸다가,
밤이 되면 다시 주취자들의 소음이 또 들린다.
심지어 기숙사는 원룸이기 때문에 외부 소음 뿐 아니라 내부에 들어와 있는 가전제품의 소음도 여과없이 들을 수 있다.
특히 냉장고 콤프레셔 소리가 진짜 시끄러웠는데,
내 냉장고가 아니라 어떻게 못 하다가 룸메가 잠든 사이 왜 소리가 나는지 찾아내서 고쳐...아니 고친 건 아니고 소음을 감쇄시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러고 연구 주제를 소음으로 잡았...)
그래서 내가 산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하도 소음에 시달려서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자꾸 기어들어가고 싶나보다.
몇 달 전 친구들과 청와대 뒤에 있는 북악산을 올랐다.
날씨가 워낙 좋아서 사진도 잘 나왔는데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야, 여기 조용하니까 좋다."
그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수다를 멈추고 가만히 있어보았다.
바람에 나뭇잎 움직이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정도만 들렸다.
심지어 등산 하시는 분도 많지 않아서 사람 소리도 안 들렸다.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 소음에 지쳐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날이었다.
많은 산 중에서 북악산이 유난히 조용한 것 같다.
왜 그럴까 고민해보았는데
첫째로, 개방된 지 얼마 안 된 산이라 사람들이 잘 모른다.
둘째로, 청와대 뒤편에 있어서 접근성이 좀 떨어진다.
셋째로, 산 자체가 예쁘지는 않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옆에 있는 인왕산이 조금 더 멋있다.)
그래서 사실 좀 마음에 드는 산이다.
심지어 납작한 편이라 난이도도 낮아 편하게 가기 좋은 것 같다.
소음의 건강 영향은 많다.
일단 청력이 나빠지는 것이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소음 때문에 짜증이 나므로 혈압이 오르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고,
스트레스는 만악의 근원이기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고...
하지만 단순히 소음 때문에 도시를 벗어나기에는 나는 도시가 너무 좋다.
운전을 안 해도 대중교통으로 웬만한 곳을 갈 수 있고,
배송도 하루~이틀이면 웬만해서는 오고.
시끄러운 도시에서 조용한 삶을 추구하다니,
내 욕망은 매우 모순적이다.
아무래도 앞으로도 계속 자연을 찾아다니며 살 것 같다.
간헐적으로 조용한 곳에 방문해서 소음에 대한 참을성을 키워두었다가,
평상시에 참을성을 조금씩 소모하다가,
다 소모될 때쯤 다시 조용한 곳으로 가서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