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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비 Mar 20. 2019

우리가 살아야 할 근사한 이유


“우리는 우리가 살아야 할 근사한 이유라도 있는 것이냐고 잘 묻는다. 그러나 “어디로?”라고 보채며 질문하지 말자. 다만 거기에 있을 뿐. 무릎을 모으고 앉아 있을 뿐. 우리는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오래도록 걸음을 멈추고 있어야 할 뿐. 그럴 때 손결이 한 번 스치고 지나간 듯 삶에는 빛이 인다. 그 빛에 무엇을 더 보태겠는가.” - 문태준    


두 가지 삶의 방식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고 방향 수정을 는 삶과 한 번 들어선 길을 따라 묵묵히 걸어 올라가는 삶입니다. 어느 것이 더 나은 삶인지 정답은 없습니다. 운명의 강물에 몸을 맡기고 강줄기를 따라 유유히 흘러가는 삶이 더 나을 수도 있고, 강물을 힘차게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사는 삶이 더 멋져 보일 때도 있습니다.    


사는 일이 녹녹지가 않습니다. 삶의 고갯길은 무척 가팔라서 오르기만도 힘에 겹습니다. 오르기에 급급해 무슨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나중에는 내가 왜 여기를 오르고 있는지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잊게 됩니다. 시인은 ‘어디로?’라며 보채지 말라지만, 그것은 의문을 갖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가만히 멈추어 서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는 것입니다. 바람결에 전해오는 우주의 숨결을 느껴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멈춤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많이 지쳤습니다. 밤 시간만이라도 평온하였으면 좋겠습니다.    


2008 3.3     산비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돈키호테’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것이 우리 현실 삶의 모습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궁극적 방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루어진다면 꿈이 아니고, 완전한 사랑은 이룰 수 없으며, 적은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이루어진 꿈은 욕망의 찌꺼기를 남기며, 이미 이루어진 사랑은 슬픈 이별을 남기고, 적을 무찌름은 결국 복수의 칼날을 불러올 뿐입니다.    


단지 나아갈 뿐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정열을 바치고, 적을 이기기 위해 전력을 다할 뿐입니다. 과정에 충실한 삶이 아름답습니다. 꿈을 꾸되 꿈의 노예가 되지 않는, 사랑을 구하되 맹목적으로 매달리지 않는, 운명에 맞서되 누군가의 피를 부르지 않는. 단지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애쓰며 살아갈 뿐.    

    

어제 다큐 ‘마추픽추로 가는 길’을 보았습니다. ‘마추픽추’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거기에 이르는 여정입니다. 기차를 타고 4시간 만에 도달할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거나 계곡을 걸으며 4일 만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선택은?    


2008 3.4     산비    


    

“몸의 고통은 정신을 정화한다.”    


인도의 수도승들이 고행을 하고, 라마승들이 카일라스 산을 삼보 배하며 돌고, 불가에서 삼천 배를 올리는 것도 몸의 고통을 통해 정신을 정화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라톤도 그러합니다. 극한의 고통에 도달하고서야 비로소 해방감과 희열을 맛보게 됩니다.


“바람을 생각하는 일이란 마음이 울렁거리는 일이다. 바람 불면 그곳이 어디든 따라나서고 싶고... 바람을 생각하는 일이란 사무치는 일이다. 빈자리를 어루만지는 부재와 상실, 추억과 그리움으로 가슴이 시리고...” - 정끝별    


바람은 생명을 몰고 옵니다. 바람이 불면 홀씨와 꽃가루가 날아 오릅니다. 들판의 풀들과 숲의 나무들은 바람이 불어야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바람이 거셀수록 근력이 강화되어 깊이 뿌리박을 수 있습니다. 바람은 변화를 몰고 옵니다. 흔히 바람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새로운 변혁의 바람, 개혁의 바람이 불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습니다. 삼라만상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삶의 화두입니다.   

 

2008 3.7     산비        



“놀이 기구를 타기 전에는 무섭지만 막상 타보면 재미있잖아요. 해보기도 전에 미리 스스로 잘라내는 것이 더 두렵죠.” - 김선욱    


해보기도 전에 미리 겁부터 내지 맙시다. 인간에게는 무한한 잠재력과 무서운 적응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의 절반도 채 활용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내가 어떻게...’라든가, 체면이나 입장의 곤란함이 마음을 내키지 않게 만듭니다. 안 해본 것을 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선뜻 나서지 못하게 나를 막아섭니다. 그러나 삶에는 해서 후회하는 일보다는, 하지 않아서 한으로 남는 일들이 더 많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시도했다면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나만의 역사에 기록으로 남게 되지만,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내 인생에 아무 역사의 흔적도 갖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게 될 것입니다.    


어제 <반 고흐전> 전시 관람 정말 좋았습니다. 보통의 그림들도 도판으로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의 차이가 있겠지만, 고흐의 그림들은 유난히 두껍게 칠하는 그의 화법 때문인지 직접 보는 맛이 더욱 강렬합니다. 짧게 끊는 붓 터치와 타오르듯 구불거리는 짧은 곡선들은 꿈틀거리는 생동감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두껍게 도드라진 유화물감은 마치 부조로 조각된 조각 작품을 보는 듯 부피감을 더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고흐를 직접 본 사람들은 더욱 고흐에 열광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008 3.8    산비      


  

“몇 명의 여행자에게 '세상을 일주하는 제일 좋은 여행 방법'을 물었더니 어떤 사람은 역사 기행을, 어떤 사람은 크루즈 여행을, 어떤 사람은 자전거 횡단을 추천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나이 든 사람이 '친구와 함께 가는 여행'이 가장 좋은 여행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비슷한 이야기로 영국의 어떤 라디오 방송에서 런던에서 어떤 곳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문제로 냈는데 ‘애인과 함께 가는 것’이 뽑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시간이 더디 가든, 빨리 가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사랑에는 시간을 초월하는 초감각적인 위대성이 있습니다. 여행을 지루하지 않게 하고, 빛나게 하는 것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입니다.    


“신현림은 지금도 여행 중이다. 날마다 여행을 하는, 여행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사람이다. 여행은 사람을, 삶을 변화시킨다. 죽을 것처럼 외로울 때 여행을 떠나면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고 살고 싶어 미쳐갈 때 여행을 떠나면 살아갈 지혜를 얻는다. 신현림이 지금 살아있는 이유도 알고 보면 여행 때문이다.” - 임동준     


죽음을 앞둔 사람이 가장 원하는 것이 여행이라고 합니다. 죽음을 앞둔 말기 암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여행’을 꼽는 이들이 가장 많다는 것입니다. 살고 싶어서 여행을 하기도 하고, 죽고 싶어서 여행에 나서기도 합니다. 여행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마력이 있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그것이 좋았든, 나빴든 깨달음 한 가지를 얻어서 돌아옵니다.


삶 자체가 여행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구별을 여행 중입니다.    

 

2008 3.15     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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