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 01
아주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몇 달 만이던가.
새로운 일이 생겨서 조금씩 바빠지기도 했지만, 우울감에 깊게 빠져버리면 좀처럼 내 이야기는 하지 못하게 된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이 공간에서조차 나는 그랬다. 이게 뭐라고.
정신의학과 예약을 하고, 두 달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며칠 머릿속이 조용하면 '혼자 잘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아, 예약 취소 할까?'라고 했다가, 며칠 또 머릿속이 시끄러우면 '병원 가면 해결이 되겠지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라고 생각을 했다.
지겨우리만치 늘 똑같은 일상 똑같은 하루인데도 내 마음은 왜 그렇게도 왔다 갔다 하는 것일까.
내 증상을 체크하는 때에는 그냥 무난하게 했던 것 같은데, 검사 끝나고 조금은 긴 대기시간에 혼자 중간중간 울컥하기도 했다. 의사의 첫 질문은 '어떻게 오셨어요?'였던 것 같고. 나는 대답 대신 눈물을 쏟아냈다. 얼마 만에 울어보는 건지.
속 마음을 꺼내야 하는 질문들이 내 어딘가를 건드렸던 것일까. 아님 병원에 와서 의사와 어떤 얘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긴장감이었을까.
특히 생판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그렇게 터진 울음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사실, 병원에 오기 한참 전부터 나는 무엇을 질문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미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쓸데없는 불안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었다.
"집중이 잘 안 돼요."
애써 울음을 삼키며 겨우 대답을 했다. 왜 우는 것 같으냐는 의사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대답도 겨우 했다. 그렇게 우울지수와 스트레스 지수가 너무 높으며, 사회적 예민함과 불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진단을 받고 약물 치료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애써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방치하고 있던 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었고, 생각은 점점 확신이 되었다.
집중력 부족.
알고 있었다. 한 때 내가 ADHD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관련 책을 읽기도 했었다. 흔히 생각하는 ADHD 뿐 아니라 조용한 ADHD도 있었고 증상도 거의 비슷하긴 했지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것들을, 이젠 도움을 받아서 정말로 내보낼 때가 왔구나.
혼자서 해 볼 만큼 다 해 봤기에 나의 '노력'에 대해 더 이상 미련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증상을 느끼고 있었고 관련 책들을 찾아서 읽었으며 때로는 실천도 했다.
자기 계발서에서 심리학 책으로, 감정이나 내면아이, 마음 챙김, 명상, 뇌과학까지.
모든 책의 내용을 다 제대로 이해하고 기억하며 실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동안은 아침에 일어나서 명상을 해봤으며, 마음이 심란해지면 무작정 걸어보기도 했고. 자기 계발 긍정확언 감사일기 등등, 매일 아침마다 내 무의식을 바꿀 수 있는 혹은 확언을 써보기도 했다.
대부분 반년 이상 꾸준히 오래 하지는 못 했던 것 같지만, 문제를 자각하고 해결하기 위해 최소 3년 이상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내 울음은, 그 노력의 끝이 결국 병원이구나 라는 허탈함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낯선 일과 공간이었기에 병으로 인한 불안이 터진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