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리달 Jun 21. 2024

도대체 힘은 어떻게 빼는 거야

우울증 치료 06 그리고 수영



수영을 시작한 지 5개월이 되었다. 버킷리스트에 늘 있던 운동이었는데 워낙 운동신경이 없기도 했고, 그냥 걷던 것도 힘들었던 체력이라 엄두가 나질 않아서 조금은 더 건강해지고 해야지 하고 미루던 것이었는데. 


그래도 1년 이상 나름 헬스장도 왔다 갔다(정말 거의 왔다 갔다 하던 수준) 했고. 클라이밍도 잘하고 있고. 이쯤 되었으면 수영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다. 


그러나 역시나, 나에게는 너무 어렵기만 하다. 


"몸에 힘을 빼면 그냥 물에 떠"


세 아이들은 모두 수영을 잘했다. 특히 첫째는 수영을 배울 때에도 막힘이 없었다. 배영을 배우면서 몸은 가라앉고 물은 계속 먹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서 경직되어서 힘든 나에게 첫째는 '그냥 눕는다고 생각해~'라고 말을 했다. 


그게 말이 쉽지. 가라앉으면 죽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냥 누워.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처음 배울 때에는 킥판을 놓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운동을 해서, 끝나고 나면 꼭 쥐고 있던 손이 아팠다. 배영을 배울 때에는 머리가 물속에 깊이 들어갈까 봐 목에 힘들 주느라 뒷목이 뻐근함을 달고 살았고. 


평영을 배우는 지금은 음... 그냥 총체적 난국이다. 발차기를 해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팔을 허우적거려도 몸이 위로 올라가지를 않는다. 진도는 빠르고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만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은 더 급해진다. 


내가 배영을 고민할 때 배영이 가장 쉬웠다는 첫째는, 내가 평영을 고민하자 평영도 가장 쉬웠단다.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더 하겠니. 




의사는 나에게 뭐가 제일 문제인 것 같냐고 물었다.


"저는 제가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어서 답답해요. 그래서 일을 많이 하고 싶은데, 그래야 돈을 많이 가능성이라도 생길 텐데 그러지 내가 답답하고 짜증스러워요."


보통 사람들은 여덟 시간 일을 하고 돌아와서 운동이나 추가 공부 등 자기 계발을 하기도 하는데. 나는 겨우 네다섯 시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안일을 조금 하고 나면 더 이상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없어져버리는 기분이다. 


그리고 그런 내가 한심하다. 


"좋아하는 게 뭐가 있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뭐가 있었더라. 


이런저런 책을 보면서 취미나 좋아하는 것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지만 그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나마 독서를 좋아하긴 하는데, 그것도 나도 모르게 자꾸 자기 계발서 위주로 찾아서 보게 된다. 


어차피 읽다 보면 뻔한 이야기들이고 읽다가 지치고 때론 '지금도 힘든데 뭘 더 얼마나 열심히 하라고'라며 짜증이 나기도 하면서, 여전히 거기에서 벗어나지를 못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발전을 해야만 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감이 있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내 모습을 보면 꼭 물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수업 외의 날에도 매일 수영장에 출근하면서 나름 연습을 하다가 오는데 좀처럼 나아지는 것이 없다. 


수영장 안에서 내 몸이 그러한 것처럼, 내 마음과 머릿속은 늘 그렇게 경직되어 있다. 재미있다는 예능을 보아도,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을 해 보아도 마음 한쪽에서는 지금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는가 하는 불안감은 좀처럼 떠나질 않고 허우적대기만 한다.



"저는 마음이 급해요. 경제적 상황이 좋은 편도 아니고. 그래서 돈도 더 벌어야 하고, 제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제 능력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런 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노력일까요? 아님 쉼일까요?"


의사의 답은 예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굳이 확인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했던 질문이기도 했다.


의사는 첫날 나에게 말했던 것처럼 스트레스 등으로 이미 가득 차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니 일단 쉬면서 좋아하는 것을 더 찾아보라고. 그렇게 힘을 빼고 스트레스를 좀 비우고 좋아하는 시간을 조금 더 채워보라고. 




힘을 빼, 그럼 더 잘 될 거야.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 몸과 마음이 좀처럼 그렇게 되지 않는다. 도대체 힘은 어떻게 빼는 거야. 









작가의 이전글 '편안함'에 다가가고 있는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