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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욱 Jul 07. 2019

모든 삶은 여행이다.

[지난 일기] 2018년 12월 27일의 일기

[지난 일기] 2018년 12월 27일의 일기



모든 삶은 여행이다.


긴 여행의 첫 도시 일정이 끝나간다. 오늘은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을 아무 계획 없이 보냈다. 지도도 찍지 않고 아무 데나 내려 정처 없이 걸었다. 물론 목표는 있었다. 젤라또, 티라미수 그리고 커피. 최소한의 목적만 두고 여유롭게 로마를 걸었다. 많은 생각을 하기에 하루는 충분히 길었고, 조금 여유를 가지고 살기에 24시간은 전혀 빠듯하지 않았다.


여행을 다니며 매번 느끼는 건 여행과 삶이 크게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다.


하나, 두렵고 막막하더라도 일단 발을 내딛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문제와 부딪힌다. 비자 문제, 수하물 용량, 경유 시간, 해외 USIM 등. 하지만 일단 항공권을 끊고 짐을 싸고 출발하면 결국 어떻게든 해결이 된다.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을 시작하는 건 항상 부담스럽고 걱정 투성이다. 그럼에도 일단 시작하는 사람과 고민만 하는 사람과의 차이는 분명하다.


둘, 분주하게 움직일수록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한다.


사실 이건 선택의 문제다. 누군가의 아침은 느긋할 수 있다. 적어도 내가 로마에서 보낸 여섯 날의 아침은 분주했고 덕분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빠넬리의 빵과 라떼는 몸의 허기뿐 아니라 감정의 허기도 달래주었다. 노점상 꽃집의 꽃은 저녁에 본 꽃보다 향기롭고 생기 있었다. 다 분주하게 몸을 움직인 덕분이었다.


물론 살면서 휴식은 필요하다. 하지만 무료하게 시간을 버리는 일은 다르다. 사는 동안 모든 순간에 최소한의 목적은 필요하다. 잘 쉬는 것, 잘 배우는 것, 잘 사는 것까지. 최소한의 목적이 쉽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우린 최소한의 목적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셋, 여행을 마치면 어떤 방향으로든 꼭. 반드시 성장한다.


나는 이제 이탈리아 말로 젤라또를 주문할 수 있게 되었고, 로마에서 지하철 승차권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곳 카페에서는 테이블 차지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6일 전에 나는 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일이었다. 그간 이 도시에서 쌓은 사소한 경험치가 나를 성장시켰다.


누구나 언젠가는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사회를 경험하고 가족을 이루고 죽음을 맞이한다. 일련의 과정들은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삶을 구성하고 나를 풍성하게 한다. 새삼스럽지만 나는 며칠 간의 경험을 통해 그 사실을 되새길 수 있었다.


위의 교훈을 통해 내가 닿은 결론은 이거다. 많은 사람들이 삶을 여행에 비교한다. 삶을 사는 과정에서 여행은. 다른 공간, 다른 ‘나’로 또 다른 삶을 짧고 굵게 살아내는 방법인 탓에 압축된 삶의 나이테를 한 겹 더 두르는 일이다. 모든 여행의 그렇듯, 내일의 내가 어떤 경험을 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오늘의 내가 보고 느꼈듯, 한 발씩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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