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따른 세대 간 의식차이도 크고 남녀 성별에 따른 역할 인식도 급변하고 있다. 오랫동안의 시어머니와 며느리 갈등구조는 어느덧 옅어지고 장모와 사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 모든 갈등은 사실 <내가 기여한 만큼 인정해 달라>는 욕구의 표출이다.
어느 일반적 가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직장 다니는 며느리는 출산 이후 육아를 위해 시부모와 같이 살기를 희망한다. 그녀는 시아버지가 사준 아파트도 있지만 좀 더 마음 편히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합가를 선택한 것이다. 시어머니는 또 기꺼이 승낙한 걸 보면 유교적 사고가 몸에 밴 유순한 분인 것 같아.
4 가족이 저녁식사 하는 중이었다. 아들이 생선가시를 발라 자기 부인에게 주는 일은 늘 일상이라 했다. 그 모습을 본 시아버지 말씀.
"얘야 저번에 온 작은 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생선 발라 준다고 웃긴다고 하더라. 도대체 체신머리 없이 ..."
이 말을 듣고 며느리 한 말 한다
" 아니 아버님...어머님도 늘 아버님께 생선 발라 드리는데 그럼 어머님도 체신머리 없으신 건가요? 그럼 아버님도 어머님한테 하지 말라고 하셔야죠."
"얘야.. 그거 하고 같냐?"
그 뒤에 나온 며느리의 말은 생략한다.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양성평등론에 뒷말을 잊지 못하고 말았다 한다.
시아버지 시대에 남녀역할은 분명히 구별되었다. 나가서 돈 버는 남자, 집에서 살림하고 출산 육아를 담당하는 여자. 하지만 가사에 대한 경제적 가치는 인정하지 않고 현금만 돈으로 인정하는 남성중심적 가치관에 아내들은 남편의 생선가시를 발라주는 일을 무심코 습관처럼 되었고 남편들 또한 그 대우를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이 가족은 누구도 실수했거나 잘못한 게 아니다. 각자가 살아온 시대적 가치를 존중하고 있을 따름이다. 다만 가족 중 누군가가 좀 더 지혜롭고 현명하다면 지금까지 누려온 편안함이 누군가의 배려와 노동력을 제공받았기 때문이라는 걸 알 것이다. 늘 가까운 가족을 한 번 챙기고 아껴주는 마음을 가진다면 많은 가족 간의 갈등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