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사라예보 현지 시간은 03: 20. 서울 떠나온 지 이틀 째. 첫날 눈 뜬 시간은 새벽 3시쯤이다. 서울시간으론 오전 10시. 일어난 김에 이곳저곳 일정을 검색하고 8시쯤 숙소를 나와 걸어서 염소의 다리도 갔다 온다. 왕복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오르막길, 숲길, 묘지길을 걸었다. 오후 2시엔 미리 예약한 그랜드 워킹투어 3시간을 또 걷는다.
가이드가 영어로 설명하는 건 잘 알아듣지 못해도 감으로 고개도 끄덕인다. 좀 많이 피곤해 호스텔로 돌아와 밥과 김치찌개 만들어 위장을 편하게 하다 보니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다. 야경 보러 가야되는데...라고 맘속으로 외쳤지만.
잠을 깨보니 새벽 3시. 조용조용히 나가 양치질과 볼 일 보러 샤워실로 가 문을 잠그려는데 문고리가 떨어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낡은 알루미늄 문손잡이는 우리 집에서 가끔씩 빠진 적이 있었다.
샤워실은 입구문과 샤워실 겸 화장실 문 두 개라 소음방지를 위해 꼭꼭 닫고 하려다가 생긴 사고였다. 문을 열려니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음... 잠겼구나...'
나이 든 할매라 다행이다. 안되면 소리 지르면 되지. 라는 마음에 일단 따뜻한 물로 기분 좋게 씻고 양치질하고 볼 일도 끝냈다. 혹시나 해서 가져온 룸키로 입구문을 열려 시도했으나 실패.
살짝 고민 후 문을 약하게 두드리며 역시 작은 목소리로 " helf helf "
1분도 지나지 않아 문 여는 소리가 나서 나는
" bath room"이라 했더니 20대 커플이 문을 열어 주었다. 고맙기도 하여라.
숙소 위치가 아주 좋다는? 이건 인정.
가격도 아주 저렴한 3일에 13만 원.
첫날 숙소에 들어오는 순간 후회했다. 근데 아주 깨끗한 시트,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둔 8개의 룸, 공동욕실 2개와 뜨거운 물. 뭐 이 정도는 감수하는 마음. 누구의 얼굴도 마주치지 않는 혼자만의 공간이라 지날수록 익숙해지는 숙소다.
그래서 평점이 좋은 듯.
암튼
나 홀로 해외여행 결정 이후 조금은 심심하고 사진 찍을 때 셀카로 찍어 건질 건 없지만
샤워실에 갇혀도 당황하지 않고 될 때로 잘 되겠지 하는 심리적 상태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대처한 60대 할매 페미니스트는 오늘도 씩씩해서 내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