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재혼은 있을까?
이렇게 더운 날씨엔 ' 뭔가 열심히 해야지 ' 하는 마음먹기가 싫어진다.
60대 초반엔 8월에 서울둘레길을 땀을 뻘뻘 흘리며 걷고 난 다음 근처 목욕탕을 찾아 씻고 귀가하는 것도 참 보람 있는 일이었는데 코로나시기를 지나고 난 지금은 그저 쉬어야지... 무리하지 말아야지... 하며 몸을 도사리게 된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더위를 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시원한 영화관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조정석이란 배우. 연기를 잘한다기보다는 코미디스러운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라 부담 없이 보려고 <파일럿>을 보러 갔다.
텅 빈 영화관도 시원해서 스낵을 먹으며 머릿속의 긴장된 회로를 풀었다.
요즘 영화는 코미디라도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이 없고 공감할 수 있는 결말이라 그럭저럭 대본을 쓴 작가의 의도가 읽힌다.
근데 아직 어린, 유치원생인 아이들 둔 부부의 이혼을 접하고 잠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위의 60대 이후 노년기 접어든 사람들 중에 돌싱들이 꽤 있다. 황혼 이혼으로 돌싱이 된 남녀도 있지만 40대에 이혼을 하여 지금까지 돌싱생활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어쩌겠는가? 원래 이성에 대한 끌림은 본능적이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이성 없이 혼자서 살아가는 돌싱은 거의 없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와 교제하고 어떻게 노후를 같이 보낼 수 있을지 꽤나 재고 있고
여자는 여자대로 이전 남편보다 더 멋있고 자신을 맞춰줄 수 있는 남자를 찾고 있다.
혼자서도 이성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고 살아갈 준비가 되어있다면 힘들더라도 이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주위에서 본 돌싱들 중에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이성에 대한 관심은 이어지고 있었다.
영화 속 한정우 부부의 이혼사유는 무엇인가?
이혼전문 변호사가 말하는 이혼사유 1위는 불륜, 2위는 경제적 빈곤이라 했는데
음... 둘 다 아니다.
대부분의 3~40대 젊은 여성은 남성의 기질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나는 본다. 나 역시 그 나이에 알 수 없었다. 그 나이대의 남녀는 인생의 가장 전성기가 아니겠는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원하는 남편 또는 아내에 대한 기대도 높을 때이다. 듣는 것, 보는 것, 판단되는 기준 등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정말 심도 있는 어떤 심리학적, 생태학적, 자연학적, 인류학적 남녀 본질에 관한 자료는 찾기 힘들다.
오래전에 나온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남녀유별이란 차원에서 보면 빙산의 일각만 열거해 놓은 것에 불가하다. 요즘 들어 좀 더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남자종족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좀 더 많은 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다.
이러고 있는 나 또한 젊었을 땐 시대적 남성우월에 잘 적응하며 살았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그나마 나이 들고서야 남자실체에 대한 여러 가지 사례를 듣게 되고 누군가 들려준 다양한 인생스토리에서 얻게 된 지혜라면 지혜라고 할 수 있는 걸 젊은 여성들에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혼을 고민하는 여성들이여!
60대가 되어도 남자는 여자를 그리워하고 여자 또한 남자를 그리워한다. 그리워한다라는 표현은 내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남녀는 이성으로 서로 자석처럼 끌리게 마련이다.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젊을 때는 노인들이 서로 연애하는 것에 이상한 잣대로 들이대지만 '인간은 동물이다'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내 주위의 노년돌싱들의 혼자서 사는 하루하루는 배우자와 같이 사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고들 한다. 그렇다. 편할 수밖에 없다. 늦잠을 자던, 밥을 굶던, 청소를 안 하던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주는 이 없으니.
여자나 남자나 젊은 땐 주위에 관심을 가져주는 이성도 많고 결혼이란 울타리에 갇혀 손해 보는 느낌을 늘 가지고 상대방을 판단한다. 능력 있는 여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경제적 독립은 물론 육아까지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가능하다. 아직도 유효한 부모찬스도 있을 테고.
만일 나한테 관심도 많고 잘 맞춰주는 남자랑 만나 재혼을 한다면? 축하받을 일입니다. 푸하하하~~~
근데 그 재혼남이 ex남편보다 훨씬 더 다정해 내가 만족하고 이전 결혼보다 더 행복하게 살 것 같은가?
확률적으로 쉽지 않지요. 필요조건이 하나 더 늘어났으니까요. ex남편보다 더 장점이 많아야 되는데...
<파일럿>에서 이혼을 한 한정우의 아내는 앞으로 만날 남자에게서 무얼 기대하는 것일까?
아마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들도 같은 상황이라면 이혼을 선택할까나? 나는 그것이 궁금하긴 하다.
이 이혼에 대한 찬반결론은 내리자는 건 아니다.
부부의 관계도 경제적으로, 혹은 누가 더 상대방을 좋아하는가, MBTI 성격유형별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자라온 환경에도 정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일찍 아버지를 여의어 부모로터 저절로 익혀져야 할 부부관계에 서툴 수밖에 없는 영화 속 남편 한정우에게서 어릴 적부터 가족의 관심 속에 성장했을, 발레리나 전공의 아내 수영은 도저히 용납 안 되는 남편으로 생각될 수밖에 없다.
발레리나는 조금만 부상에도 정말 부모들이 난리가 난다. 대학입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말 부모의 끝없는 관심 속에 발레리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혼 초기엔 그렇지 않더라도 점점 세월이 지나갈수록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남편들은 더 이상 아내들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 걸 누가 불평하지는 않는다. 덥지만 견뎌야 하고 날씨가 좋으면 즐기면 된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친정엄마한테 들은 말
" 이혼한다고 별거 있는 줄 아니? 세상에 별 남자 없다. 이 놈이나 저 놈이나 다 비슷해"
하면서 그냥 참고 살라고 날 위로하셨다. 하지만 전적으로 공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씩 나도 이혼을 꿈꾼다. 40년 이상을 같이 살아도 여자가 무얼 원하는지 생각하는 뇌회로가 없는 남자는 여전히 나에게 연구대상이다.
최근에 나온 넷플릭스 다큐 <개는 왜 개일까> inside the mind of a dog처럼 <남자는 왜 남자일까>에 대한 심도 있는 더큐라도 나와 젊은 여성들이 품는 남편에 대한 혹은 남자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을 걷고 이성에 대해 제대로 된 특질을 이해하고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