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splay Oct 01. 2018

호수의 해 뜰 녘

계절의 경계에서 만난 춘천 호반의 새벽


 새벽 출근길, 밤이 점점 길어지면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한다. 밤과 아침,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출근 중인 요즘, 아무도 없는 고요한 호수의 해 뜰 녘은 정말 멋지다. 나만 보기 아까울 정도로.


 올여름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더웠다. 심지어 하루 중에 가장 온도가 낮다는 새벽의 온도도 30도에 가까워서, 출근길 풍경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도시의 한낮 열기를 고스란히 머금은 새벽 공기는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울지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였다. 집에서 나옴과 동시에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사무실로 얼른 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었으니까.


춘천MBC에서 바라본 의암호 (2018.8.23.)


 그래도 말복이 지나면서, 조금씩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새벽 공기가 제법 시원하다거나, 바람의 방향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뀌는 날이 많아지면서 습도가 내려갔다거나... 그래도 무엇보다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게 한 건, 묘하게 밤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동튼 후, 안개가 살짝 낀 의암호 (2018.8.22.)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새벽 출근길이 대낮처럼 환했는데, 며칠 전부터는 오토(AUTO)로 되어 있는 자동차 전조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어두컴컴 하지만, 1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출근길, 그사이 회사에 도착하면 해가 조금씩 뜨고 있다. 그 일출을 보기 전까지는 고요한 호수에서 떠오르는 해를 지켜보는 일이 그렇게 아름다운 일인지 알지 못했다.

 봉의산 뒤에서 나올락 말락한 태양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빛깔을 하늘에 그려 낸다. 그 모습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사진으로 남겨보지만, 사진에는 그 감동이 그대로 담길 수는 없다. 곧 밤이 더 길어지면, 출근길 일출은 당분간 볼 수 없겠지.



 [TRAVEL TIP] 춘천MBC
 춘천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은 참 많다. 그중에서도 춘천MBC에서 바라보는 해돋이가 매력적인 이유는 의암호와 봉의산, 춘천시내 곳곳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춘천MBC 앞 편의점 루프탑, 춘천MBC 언덕 위에 있는 춘천지구전적기념관 등을 해돋이 포인트로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춘천을 걷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