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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센스 Jun 19. 2024

친구와 남자친구를 같이 만나고 싶은 나

사랑은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을 주는 것

상담선생님이 사랑은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남자친구는 어떤 사랑을 받고 싶은 것 같냐고 했다.


교류분석 이론에서 양육적인 부모(Nurturing Parent)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교류분석 이론에 대해 공부해 보기 전에도 이미 알았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품어주고 지지해 주고 칭찬해 주고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대화와 그와 보낸 시간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사랑이라면 내가 잘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처럼 장난치고 기대도 보고 싫어할 법한 이야기도 슬쩍해서 도발도 했다가 어느 순간에는 엄마처럼 완전히 포근하게 안아주고 토닥여주는 사랑을 크게 노력하지 않고도 주고 있고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생님이 남자친구에게 내가 사랑을 많이 주라고 했다. 결핍감이 있다면 내가 채워주라고 했다.


나와 평생 함께하고 싶다길래 왜냐고 물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포근하다고 했다. 한 번 기대 봤는데 포근했다고 했다.


상담 선생님한테 그의 장점 3가지를 말했던 이야기를 하며 내 장점이 뭐냐고 물어봤다. 나는 그의 성격과 특징의 나름 객관적인 장점 3가지를 말했는데, 그는 그에게 보여주는 내 모습 3가지를 말했다. 포근하다, 자기를 정말로 사랑하는 것 같은 내 눈빛, 그리고 내 웃음소리라고 했다. 신기했다.


엄마보다 더 엄마처럼 따뜻한 나를 정말 원하고 또 그리워하는구나 싶었다. 내 품에 안기면 바로 코 골며 깊은 잠에 빠지고, 여기저기 다 뽀뽀해 주고 키스해 줄 때 사랑받는다고 느낀다고 말하는 그에게, 그가 원하는 그런 사랑을 듬뿍 채워주고 싶어졌다.


선생님이 내게 남자친구에게 어떤 사랑을 받기를 원하냐고 물었다. 완전히 꾸준하고 안정적인 사랑을 받고 싶다고 했다. 내가 감정기복이 있거나, 때로 갈등이 있거나 다툼이 있어도 침착하고 차분하고 흔들리지 않게 나를 사랑해 주기를 원한다고 했다.


선생님이 기대고 싶은 것이냐고 물었다. 솔직히 말해서 전에 연애할 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마음이 좋아하고 열정 있는 일과 취미, 친구들 등에 분산되어 있어서 연인한테 기대고 싶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남자친구에게 내가 받고 싶다고 말했던 사랑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이미 내게 그런 사랑을 두어 차례 증명했다. 그래서 우리 관계를 완전히 믿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랑을 증명해야만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나는 아직 그랬다. 밀어내고 불안해하는데도 안정감을 심어주면 그제야 마음을 완전히 열었다.


그에게도 어떤 사랑을 받고 싶은 지 물어봤다. NP의 사랑을 원하는 것 같다고 답변했는데, 그래도 궁금하다고 했다. 그 역시 안정적이고 꾸준한 사랑을 받고 싶다고 했다. 나는 기복이 없는 편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 채워주는 그의 옆에 있으니 나마저 사랑과 연애에 있어 안정적인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이 느껴진다. 너무나도 따뜻하고 다정했다가 관계를 있는 힘껏 흔들었다가 했던 내가 어느새 꾸준하게 다정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꾸준하고 안정적인 사랑, 내게 사랑을 눈빛, 언어 표현, 그리고 온몸으로 표현해 주는 사랑 밖에도 난 어떤 사랑을 받고 싶고 하고 싶었는지 생각해 봤다.


어린 시절의 가장 따뜻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늘 갈망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나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던 7~8살의 기억이 늘 내겐 사랑으로 기억되어 있었나 보다.


친구, 그리고 특별히 좋아하는 친구와 어울렸던 기억. 그리고 좋아하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같이 놀고, 좋아하는 친구를 집에 데리고 왔던 기억.


나는 늘 공개연애를 하고 싶었다. 남자친구와 친구들, 또는 내가 아는 사람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같이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그동안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남자친구를 꼭 보여주고 같이 어울리고 싶을 만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았고, 우리 엄마 만날래 하면 날짜 잡아 순순히, 아니 그보다는 신속하게 응해주는 연인도 굳이 없었다. 나는 매우 쉽게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뭔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벤트 같았다.


남자친구에게 내가 1년 넘게 갔던 독서모임에 나오라고 했다. 그는 생각보다 금방 나온다고 했다. 내가 하는 것이면 뭐든 한 번씩은 해보겠다고 했다. 같이 독서모임 토론하고 나서 절친 오빠랑 같이 셋이서 밥 먹으면서 이야기할래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다.


너무너무 신나고 좋았다.


그 역시 사귄 지 정말 얼마 안 되었을 때 회사에서 이벤트 있으면 같이 갈 것이냐고 물어봤다. 좋다고 했다. 나를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어 하고 초대하는 것이 좋았다.


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좋지만, 때로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함께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남자친구를 좋아해 주기를 너무나도 원했다.


우연찮게 베프 오빠와 남자친구가 흔치 않은 본관인데도 동성동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집안사람끼리 소개해 주기로 했다. 행복했던 8살로 돌아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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