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가 잔뜩 들어갔던 나의 약이 수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며칠째 낮에도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잠은 이루지 못해도 좀 나아졌는데 이제는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캄캄한 어둠은 어디로 갔는지 창밖으로 하얀빛이 새어 들어오고 오늘도 그 빛을 눈으로 보고 말았다. 일을 해야 할 시간은 다가오는데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지친 육신을 쉬라고 자꾸만 유혹하고 있음에도 나의 불안은 눈을 감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지독한 감정변화
눈물이 울컥울컥 올라온다. 참아낸다. 신경안정제라도 먹어본다. 심장의 볼륨이 줄어들지 않는다. 빨간 이명의 소리는 커져가고 겨우 달랬던 눈물이 다시 차올라온다. 발작이다. 무섭다. 그래서 다시 꾹 참아낸다. 언제까지 참아낼 수 있을까? 스스로가 장담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누군가에게 항상 신뢰를 주는 사람이었던 아주 먼 기억이 있다. 정말 멀리 있다. 시선이 아무리 염세적으로 변하였어도 스스로를 믿지 못한 건 아니었는데 이제는 나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한다. 정말 참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지독히도 피폐해진 내 모습
거울에 비친 나를 본다. 내가 서있는데 내가 맞는지 모르겠다. 부어있는 얼굴, 충혈된 눈동자, 눈물이 차오르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안된다. 아니다. 이건 내가 아니다. 이런 모습으로 수업에 나서면 더 안된다. 한주가 너무 길다. 병원을 가야 한다. 그런데 가지 못한다. 신경안정제만으로 버틸 수가 없다.
하지만 일을 해야 할 시간. 제대로 벌지도 못하는 일에 둘러싸여 있다는 생각에 빠져버린다. 정말 그러면 안 된다.
하지만 거울 속의 나는 너무 낯설고 처량하다. 아직 지옥 같은 일주일이 다 지나지 않은 금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