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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조 Nov 28. 2019

운동하기 싫어 죽겠다!

열여덟 번째




나는 운동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내가 어떤 목적 없이 순수하게 즐거움만을 위해 하는 여러 가지 활동들이 있지만 운동은 그 안에 절대로,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냥 남들 하는 만큼은 한다고 생각하지만 운동하는 매 순간 매 초마다 내 머릿속에선 욕설의 쌈바 디스코가 열린다. 


건강한 삶 따위 개나 줬으면—아니다 그럴 순 없다, 늙어서 골골대면 나만 손해다! 다 늙어서 몸도 아프면 얼마나 힘들겠냐!—그럼 그전에 죽으면 된다! 


순화하면 이런 식의 사고의 흐름이 끊임없이 쳇바퀴처럼 돌고 돈다. 한때 운동을 가르쳐주던 트레이너는 나더러 운동하는 것보다 운동하기 싫은 걸 참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 같다고 했다. 표정만 봐도 그렇다고. 설마 그럴 리가요, 하고 웃었지만 속은 서늘해졌다. 왜냐하면 저 말이 구구절절 사실이라서. 트레이너가 아니라 남의 관상이라도 봐주셔야 할 것 같다고는 얘기하지 않았고 그 다음 달부턴 그 헬스장은 그만뒀다. 


운동을 싫어하는(이라 쓰고 증오한다고 읽는다)것치곤 이것저것 많은 스포츠 종목들을 거치긴 했다. 복싱부터 시작해서(한 달 만에 그만뒀다) 스쿼시, 검도, 헬스, 수영, 요가, 발레, 필라테스까지 거의 할 수 있는 모든 종목은 다 해본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종목을 거쳤는데 운동이 싫다고?라고 묻는다면, 운동이 너무 싫어서 그나마 재미 좀 붙여보려고 애쓴 결과라 하겠다. 참고로 저 중에 세 달 이상 꾸준히 한 종목은 두어 개밖에 없다. 그나마도 삼 개월 혹은 육 개월짜리 이용권을 끊었기 때문에 본전 생각에 악착같이 다녔지 진짜 재밌어서 다닌 적은 없다.


그럼에도 운동을 계속하는 것은 운동에 대한 내 유구한 미움보단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닥쳐오는 무기력감과 체력 저하를 더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운동을 안 하면 나는 밖에도 나가지 않고 하루에 고작 100걸음만 걷는 삶을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곧 죽어도 운동하러 가서 죽어야 한다는 다짐으로 산다. 


요즘 열심히 하는 운동은 발레와 달리기다. 발레는 필라테스가 너무 재미없어 죽어버릴 지경인 와중에 자세교정에 좋다는 이유로 시작했고 실제로 단기간에 가장 효과를 많이 봐서 계속하게 된 것이다. 좌식(혹은 와식) 인간의 가장 중대한 고질병인 거북목과 요통 때문에 정형외과를 몇 번 들락거린 후로 발레는 어쩔 수 없는 물리치료의 범주에 들어가게 되었다. 일단 1회당 비용이 정형외과에서 도수치료를 받는 것보다는 싸다. 그런 경제적 계산과 여러 가지 실용적 이유로 발레는 살아남은 종목이 되었다. 


그리고 달리기는 어릴 적부터 있었던 유구한 ‘스티커 모으기 병’이 도져서 시작하게 됐는데, 나이키 런 클럽 앱을 켜놓고 뛰면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주듯 앱에 매일 ‘오늘은 어디를 이만큼 뛰었어요! 대단해요!’ 대충 이런 기록이 뜨는 것이 좋아서 그나마 근근이 해나가고 있다. 


늙어서 고생하기 싫으면 지금 고생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겨우 해나가지만 운동하러 나가는 것부터 이미 전쟁이다. 나도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즐거운 듯 아침마다 뛰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러나 현실은 오늘치 운동 가기가 너무 싫어서 삼십 분을 몸부림치고 또 다른 삼십 분을 미적대며 운동복을 어지르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대체 운동 자체가 즐거워지는 일이 가능하긴 한가? 만약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언젠가 길고 긴 글을 쓰겠다. 아마 내가 글을 100개 쓴다 해도 그중 그런 글은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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