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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행가 Sep 04. 2022

안녕 주정뱅이(권여선 저)  

안녕 주정뱅이, 치료 좀 받으세요….

안녕 주정뱅이는 매일 술을 마시고 아무리 마셔도 불안하다는 권여선 작가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주정뱅이는 술을 먹고 취해서 주정을 부리는 사람이다. 취해서 행패를 부리거나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다.   책 제목이 안녕 주정뱅이라 술과 관련된 가벼운 내용인가 했는데 어둡다.  


주인공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술의 힘을 빌리지만 주정뱅이를 넘어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고 상해를 입히기도 한다.  술보다는 정신상담이나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싶다.


<봄밤>에서 영경은 결혼에 실패하고 시댁 식구들은 어린 아들을 데리고 몰래 이민을 가버렸다.  아들을 찾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였으나 언니들의 반대로 포기한다.  이후 상처를 이기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진다.  


교사직마저 그만둔 영경은 신용불량자인 수환을 만나 같이 산다. 알코올 중독인 영경과 악성 류머티즘 환자가 된 수환은 요양병원에 입원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영경에게 크게 할 요량으로 의사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에도 수환은 영경이 술을 먹도록 허용한다.   수환이 먼저 죽고 결국 영경은 알코올 치매에 걸린다.  이 와중에 언니들은 영경의 남겨진 재산인 아파트에 관심을 보인다. 


<삼인행>에서 세 사람이 강원도 여행을 간다.  부부인 주란과 규, 친구 훈은 대학동창이다. 여행은 맛집을 찾아다니고 참 술을 많이 마신다.  규가 알코올 중독을 넘어 환청을 듣고 의처증을 의심케 하는 행동을 하는데도 말이다.  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치료를 권하는 게 정상이 아닐까 싶다.


<이모>는 딸보다는 아들이 우선인 엄마와 누나 돈으로 도박 빚을 해결하는 남동생을 위해 삶을 희생한다.  안타깝다.  희생을 하더라도 가치 있는 일에 희생을 해야 하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하고 스스로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모>는 가족으로부터 강요당한 무의미한 희생 때문인지 다른 이에게는 상해를 입히는 가해자가 된다.  대학 1학년 때 자신을 좋아하는 동기 남학생의 손에 담뱃불로 지진다.  이모는 견디기 어려웠다는 감정표현만 있고 사과는 없다.  


<역광>의 여주인공은 예술인 숙소에 입주한 작가이다.  독특하게 커피잔에 소주를 드신다.  커피잔이 에스프레소 잔인지 머그잔인지 궁금하다.  


이분은 가상의 남자 작가를 만들어내 실제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술을 마시기보다는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


<실내화 한 켤레>에서 세 사람은 여고 동창생이다.  14년 만에 우연히 만나게 되고. 술판이 벌어진다.  셋 중 선미는 오싹함을 느끼게 한다.   아들 쌍둥이와 남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혼자 사는 것 같은데 행동과 말이 분명하지 않다.  술자리에서 만나 혜련과 밤을 보낸 남자가 심한 성병환자임을 알면서도, 아는 언니가 이 남자 때문에 자궁을 들어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혜련이 아이를 갖기를 간절히 원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날 밤 모른 채하고 넘어간다.  그리고 경안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소름이 돋았다. 


안녕 주정뱅이를 읽고 나서 개운하지가 않다.  주인공들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술을 자제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보다 따뜻한 이웃을 만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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