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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마발달요가 은희 Aug 01. 2022

엄마의 방향성

스물두 번째 기록

책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책은 아이가 둘인 엄마의 공부를 책임져주는 성실한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돈보다 없는 것이 시간입니다.

오롯이 저를 위해 쓸 시간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프라하행처럼요.

엄마는 엄마이기 때문에 이런 희생들을 자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신을 포기하고 엄마의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학부 때 하지 못한 공부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때 석사까지 할걸, 그때 춤을 좀 더 춰볼걸.

지금의 인생도 꽤나 즐겁지만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미련이 남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책이 있습니다.

책을 주문하는 일은 가계 경제에 그렇게 큰 타격이 되지도 않습니다.

또 우리는 책값에는 얼마나 관대한가요.

공부를 하겠다는데, 누가 말릴까요.

학교를 가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책 한 권이니 말이에요.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책을 읽습니다.

주로 인간의 발달에 관한 책을 봅니다.

인간 발달 시각에서 쓰인 근막에 관한 이론이 재밌습니다.

발생학에 근거해 초기 발달 이론들을 알기 쉽게 써두었습니다.

태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인간의 근막 구조는 어떤지, 중력과 움직임의 관계 등

많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옵니다.


아기가 뱃속에서 처음 생겨날 때 수정란에서 배엽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아마 몸에 관심이 조금 있으신 분이라면 외배엽, 내배엽, 중배엽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이것은 엄마의 몸속에서 동그라미 모양일 때 시작되는

인간의 몸을 만들기 위한 초기 공장의 건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게 얼마나 신기하느냐 하면 이 공장은 임신 2주에 이미 완공합니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기초 작업을 끝내고 3주 차가 되는 시점부터 각자 주어진 자신의 길로 성장을 시작합니다.


이때 제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성장 방향입니다.

배아는 원시선이라는 구조를 만들며 이것은 나중에 항문이 됩니다.

바로 골반이 있는 곳입니다.

여기서 분화된 다음 구조물은 다른 게 아니라 머리입니다.


발달은 머리와 원시선이 멀어지며 그 자리를 채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배엽을 형성하며 원시 척추인 척삭을 만들고 먼저 좌우를 구분하며 생겨납니다.

위아래에 이어 좌우가 생겼지만 앞뒤는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것이죠.


진화 움직임 발달에서도 그렇습니다.

좌우의 움직임 더 원시적, 그러니까 물고기나 도마뱀 같은 어류 파충류들이 구사하는 움직임의 방향입니다.

그리고 앞뒤 움직임은 조금 더 진화된 포유류에게서 나타납니다.

그중 우리 인간도 앞뒤 방향의 움직임을 할 수 있는 동물인 것입니다.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발달의 과정과 다르게 생명이라는 것은 참 신기했습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이라는 것은 참 위대한 것이죠.


나중에 발달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이 2-3주를 지난 시기부터는 배아의 복제도 금지되어있다고 해요.

바로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것이죠.

이미 이때 이 아이의 모든 것이 정해집니다.

그래서 공장 건립에 문제가 있는 아이는 영문 모를 초기 유산으로 이어집니다.

저도 초기 유산을 겪어보았어요.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이유를 알고 싶으면 유전자 검사를 해볼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으나 대부분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그럴 운명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세상에는 과학과 의학으로 밝힐 수 없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쨌든 엄마의 방향은 이러합니다.

책을 통해,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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