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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마발달요가 은희 Sep 21. 2022

인간의 출산

스물 네번째 기록

아이들은 참 쉼 없이 자랍니다.

인간의 발달이라는 경의를 두 번이나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큰아이를 낳는 날은 케이크를 잔뜩 먹었습니다.

임신기간 동안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없었기 때문에 출산 전 케이크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첫 출산을 자축하는 저만의 행위이기도 했어요.


진통이 시작되자 저는 남편에게 부탁해

생크림 케이크를 준비했습니다.

조금씩 오는 진통을 맞이하며 맛있게 먹었어요.

한판 모두요.


진통이라는 것은 참 신기했습니다.

아기를 낳기 위한 진통은 계속해서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일정한 주기를 갖고 반복됩니다.

보통 1분 내외로 극심한 고통이 왔다가 또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 주기가 5분이 되면 병원으로 향하는 5분 주기입니다.


밤새 10분 주기의 진통 때문에 잠을 설쳤습니다.

1분은 너무나 배가 아프고, 10분은 너무나 멀쩡합니다.

멀쩡한 10분 동안 잠이 들었다가 아픈 1분 동안 잠이 깨길 반복합니다.

5분이 되지 않아 병원에 갈 수도 없습니다.

거의 9시간 정도를 그렇게 집에서 진통을 하다 드디어 5분 간격이 되어 병원으로 갑니다.

이때 시간이 새벽 5시쯤입니다.


병원에 도착하면 자궁경부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체크하고

가장 먼저 관장을 하게 됩니다.

관장까지 모두 마치고 진통 측정기를 붙인 후 촉진제를 맞습니다.

물론 진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골반 문이 열릴 때까지 5분 간격의 진통은 4시간을 이어졌고, 아침 9시 마침내 아이가 태어납니다.

그때의 시원함은 아마 낳아 본 사람만이 공감할 것입니다.


둘째는 훨씬 진행이 빠릅니다.

두 번의 출산은 정말 인간의 위대함을 몸소 느끼게 해 줍니다.

출산일이 임박한 시기가 되니 몸이 자연 관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정말 몸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 배출합니다.

매일매일 열심히도 몸을 비웁니다.

첫째 때 했던 관장이 굳이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출산 당일에는 집에서 5분 진통이 시작한 후 병원에서 아이 낳는 데까지 3시간이 걸렸습니다.

두 번째 출산, 저는 약간의 진화를 했습니다.

출산에 있어서는 말이죠.


그렇다고 고통의 크기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남편은 큰아이를 보느라 분만실에 들어오지 못했고,

저는 간호사 선생님께 너무 아파서 애 못 낳겠다며 동동 거렸습니다.

아마 그분이 아니었으면 저는 애를 못 낳았을 수도 있습니다.

산모님 할 수 있어요! 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셨으니까요.


첫째 아이 낳은 순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둘째 아이 낳은 그날의 간호사 선생님은

둘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오늘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그 순간은 저의 출산을 진심을 다해 도와준

동료였으니까요.


인간은 직립을 하며 골반이 아이 낳기 부적합한 모양으로 진화했습니다.

여타 유인원들은 아이를 낳으면 엄마와 마주 보는 상태로 태어납니다.

엄마가 아이를 바로 안을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인간의 아이는 다릅니다.

좁은 골반을 통과하기 위해 몸을 회전시키며 뒤를 보고 태어나기 때문에 누군가 아이를 받아주어야 합니다.

혼자 힘으로 나오는 아이를 안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자칫 아이가 다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물은 새끼를 낳을 때 혼자 있으려 하는 반면,

인간은 누군가를 찾게 됩니다.


아마 저의 둘째 출산의 날에는 간호사님이

그 누군가 였기에 이토록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직립을 위한 골반의 변화는 출산 외에도

인간의 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왜냐하면 골반은 아기 뿐 아니라,

하늘을 향해 서있는

척추를 담는 그릇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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