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기록
무언가를 배우면 늘 그것을 초석 삼아 할 새로운 것이 없는지 고민합니다.
청개구리 과는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배운 것을 다르게 표현해 볼까 하는 생각은 늘 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어요.
다소 엉뚱하기도 하지만 저는 이런 저의 방식이 좋습니다.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몸에 대한 고민을 이렇게 오랜 시간 할 수 있었던 것도 단 하나, 재미 때문일 것입니다.
또 다른 재미를 찾아 쉬는 동안 새로 만들어진 움직임들을 배우러 나섭니다.
맨 먼저 배운 것은 '자이로 키네시스'입니다.
무용수의 요가라는 문구가 저를 이끌었습니다.
과연 어떤 운동이길래 무용수가 하는 요가일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수업에 나갔습니다.
익숙한 움직임들이 많았습니다.
아치와 컬, 트위스트 움직임들을 일으키며 온 몸의 연결이 한 선을 따라가게끔 구성한 시퀀스가
정말 무용수의 요가다운 운동이었어요.
닫는 움직임과 여는 움직임이 한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머리 가슴 배 골반 다리 팔까지 함께 일어납니다.
몸 전체를 신전, 굴곡시킵니다.
아주 섬세하게 발가락까지도요.
무용적인 움직임이 저에게는 너무 좋고 재미있지만 대중적으로 다가가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대중적.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제게 늘 고민하게 만드는 하나의 명제였습니다.
무용학과이다 보니 자연스레 무용 공연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들만의 축제'라는 것입니다.
매우 유명하고 규모가 큰 무용단이 아니고서야, 혹은 무료공연이 아니고서야 보통의 일반 사람이 무용 공연을 보러 오는 일은 드뭅니다. 특히 현대무용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점이 저는 좀 슬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용계에서는 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연계는 변하지 않습니다.
왜일까.
제가 내린 결론은 '어렵다'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일을 합니다.
그 일에서는 누구보다 전문가일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공연은 여가입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여가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이해해야 한다면?
어찌 보면 저에게 쉬는 시간에 수학 문제를 풀라는 말과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을 만나보아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효과적이고 쉬운 것을 원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는 움직임보다 빠른 효과를 보는 움직임을 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자의 움직임이 고급스러운 것이고, 후자의 움직임은 저급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느리고 질 좋은 움직임을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너는 이걸 몰라' 하며 혀를 찰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민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음악에 맞춘 재밌는 운동을 하는 사람을 데려다 이 조용한 움직임을 납득시킬 것인가.
어떻게 하면 오락영화를 보는 사람을 데려다 무용 공연장에 앉힐 것인가.
집 가까운 동네 요가원에서 수업을 하면서도 저의 이런 생각은 끝없이 가지를 치고 나갑니다.
그렇다면 일반 사람들에게 좀 더 쉽고 효과적으로 움직임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러던 중 저는 다른 하나의 분야를 발견합니다.
소마틱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