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번째 기록
소마틱스 분야가 제게 좀 특별했던 것은 그것을 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누가보아도 정말이지 운동에 관심이 있어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체 이 사람들도 몸에 정말 관심이 있는걸까?
제가 그동안 움직임을 배우거나 가르친 곳에 사람들은 모두 운동하는 사람 같은 아우라가 있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아, 운동 좀 하나보다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마틱스 분야의 수업을 들으러 간 곳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이렇게 보통의 일반인들도 들으러 오는 수업에서 나는 무얼 가져갈 수 있을까?
이질적인 분위기에서 갖게 된 놀람은 곧 기대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무릎을 세우고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주어지는 말에 집중해 보았습니다.
천천히 무릎을 펴고, 접습니다.
무릎을 펴고 접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어디로 다리를 뻗는지도, 얼마만큼 접는지도 없고 단지 펴고 접는 것이 다 입니다.
이번엔 무릎을 펴고 접으며 등을 생각합니다.
같은 동작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다음은 머리를 생각합니다.
또 다름이 느껴집니다.
몸에 집중 하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정말 편안했습니다.
그동안 밖으로 뱉어내기만 했던 몸을 다시 차곡차곡 채워넣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여태 배운 것들에 비교 한다면 소마틱스 분야의 수업은 몸의 걸음마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걸음마를 언제 해 보았는지 까마득 합니다.
과연 해본적이 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움직이기 전에 생각하고, 느끼고, 움직입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운동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의 몸을 알고자 모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부학의 이론들과 무용이나 요가의 동작들과는 다르게
움직임 그 자체에 대해 고민하는 이 분야가 참 매력적입니다.
다른 움직임 보다는 쉽고, 정적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깁니다.
과연 운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조용한 것을 하러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