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기록.
발달 움직임이 모든 인간의 움직임에 기본기라는 생각이 들자 저는
발달의 시각을 가진 다른 것들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내 안의 아이 찾기'라는 타이틀의 국제 워크숍을 만나게 됩니다.
이 워크숍은 기획하신 분은 소마틱스 분야의 알렉산더 테크닉을 하시는 분입니다.
어쩜 제 마음을 꿰뚫어 보신 듯 이 워크숍은 발달 움직임을 다루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알렉산더 테크닉의 프라이머리 컨트롤을 통한 움직임과
다트 프러시저라는 진화과정의 움직임,
펠든 크라이스의 차일드 스페이스.
소마틱스 분야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알렉산더 테크닉과 펠든 크라이스입니다.
두 방식의 정확한 차이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긴 움직임에 경계라는 것이 어디 있겠나요.
여하튼 이 워크숍은 두 방식에서 발달 움직임을 다루는 것들을 모아 만든 것입니다.
제가 찾던, 제게 꼭 필요한 워크숍이었던 것이죠.
기획하신 선생님과 간단한 통화 후 당일,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을 들으러 갔습니다.
국제 워크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국에서 오랫동안 움직임 지도를 해오신 선생님들이 오셨습니다.
처음 들은 수업은 프라이머리 컨트롤에 대한 것입니다.
알렉산더 테크닉에서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움직임을 시작하는 찰나에 습관에 의존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렉산더 테크닉의 정의에 따라 프라이머리 컨트롤을 켜고 다음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앞에 나가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동작을 해보았습니다.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는 움직임을 통해 선생님의 관찰을 받고 디렉션대로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허벅지를 강하게 하던 근수축이 가벼워지고 발바닥의 힘이 느껴졌어요.
생각의 전환은 몸을 가볍게 했습니다.
두 번째 워크숍은 펠든 크라이스의 차일드 스페이스였습니다.
아기 발달의 움직임으로 보자면 사실 가장 적합한 방식이었습니다.
동작 위주로 꽉 채워져 아주 세세하게 아기의 움직임을 해볼 수 있는 수업이었어요.
토닥토닥, 쓰담쓰담 같은 아기를 어를 때나 재울 때 쓰는 동작들의 이점도 설명해주실 만큼
아기와 관계, 발달에 특화된 수업이었습니다.
동작 사이사이에 서서 걷는 일을 통해 몸의 변화를 살펴보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몸의 변화가 바로 느껴질 만큼 재미있는 수업이었습니다.
한동안은 이 수업의 자격과정을 들을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니까요.
세 번째 워크숍은 바로 제 시야를 확실하게 넓혀 준 다트 프러시저입니다.
다트 프러시저가 준 인상이 너무 강력해서 차일드 스페이스는 잠시 잊게 되었습니다.
이 방식은 레이먼드 다트 박사에 의해 만들어진 방식입니다.
레이먼드 다트 박사는 해부학자이자 고고학자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최초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의 화석을 발견한 분입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는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남쪽의 고 인류라는 뜻입니다.
이 분이 만든 다트 프러시저는 어류에서 인류까지의 진화의 움직임을 담고 있습니다.
척추의 진화 과정을 잘 아는 분이 만든 그런 방식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아기 발달도 모자라, 진화라니.
움직임의 기본으로 계속해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시야를 진화로 넓히고 보니 신기하게도 인간의 발달은 모든 생물의 발달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가 양수 안에서 태어나는 것처럼, 어류는 물에서 뭍으로 나옵니다.
동물의 낮은 포목과 같은 자세, 네발 기기 자세를 지나 마침내 아이는 두발로 서고 걷게 됩니다.
다트의 움직임은 이를 찬찬히 쫓아가며 그 움직임 안에서 몸을 다시 사용하는 법을 찾게 해 줍니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것은 머리가 떨어지기 이전의 움직임입니다.
이 워크숍 이후에 다트의 전문 과정을 2년여에 걸쳐 들었지만 매번 할 때마다 너무나 힘들었던 자세,
오각형을 가리키는 펜타곤 자세입니다.
바닥을 떠나 몸을 일으키며 이를 버티는 지지점을 하나씩 줄여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머리를 포함한 사지 5 포인트를 붙인 자세가 바로 펜타곤 자세인데
정수리가 너무나 아파 견딜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트 과정을 생각하면 펜타곤 자세를 할까 봐 아찔할 정도로요.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유인원의 자세입니다.
인간은 두 발 걷기를 하는 반면 동물은 네발 걷기를 합니다.
그중에서도 유인원은 너클 보행이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는 사람으로 치자면 손을 뒤집어 손 등 쪽의 손가락을 사용하여 걷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자동으로 팔꿈치는 바깥을 향해 벌어지며 팔에 무게를 싣게 됩니다.
그 덕에 유인원은 엄청나게 강력한 등과 어깨를 가졌으므로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클 보행은 등을 단단하게 해주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인간에게는 상체를 너클로 버틸 힘이 없기에 손가락이 정말 아픕니다.
쿠션도 없는 마룻바닥에서 몇 번 하다 보면 정말 손이 얼얼하곤 했어요.
적으면서 생각해보니 모두 고통의 자세네요. 하하.
고통은 이처럼 뇌에 각인됩니다.
이 자세들은 효과가 정말 좋았지만 선뜻 수강생에게 권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아, 정말 그만하고 싶다. 안 아프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