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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파고 May 27. 2024

삶에서 만들어진 철학

간삼건축은 건축설계 업계에서 특이하게도 유명한 건축사이다

전임 회장님은 지분 전량을 후임에게 물려주고 은퇴하셨다.

후임이라 하면 아들이나 친인척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건축사들에게 간삼검축은 꿈의 직장이라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할 말은 아니기에 언급하지 않으련다.


간삼건축의 창업가인 전임 회장님은 직원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마흔 넘으면 디자인하지 마라


웬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겠지만 그 말은 삶에서 만들어진 철학이다.

패기 넘치던 젊은 건축사이던 누군가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마흔을 넘겨서도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는 쉰 살이 넘어서야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디테일은 디테일이다.

트렌드를 선도할 수 없다면, 트렌드를 뒤따를 수 없다면 손을 놔야 한다.

감각이 떨어졌다면 일선에 서고자 하는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

마흔 넘으면 디자인을 하지 말라는 건 크게 볼 줄 아는 관리자가 되라는 말이었다.

패기 넘쳐나던 젊은 시절, 차고 넘치던 아이디어들을 쏟아내지 못하던 당시 피가 끓는 체력이 받쳐줬겠지만 지금은 어떤가?

패기도, 아이디어도,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

관리자가 되어 피 끓는 후임들의 앞길을 터주는 게 경력을 증명하는 모습 아닌가 싶다.

역시 성장하며 시야가 터지는 게 인생이고 경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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