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산을 사계절을 겪으면 산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같은 산을 몇 년을 다니면 이색적인 매력을 느끼게 된다.
좋다는 산 그렇게 다녀도 질리지 않는 건 각기 풍기는 매력이 달라서다.
일이 좋아 멀리 했던 도봉산 하얀 벽들이 거멓게 보였다.
하얀 눈에 뒤덮인 나무들에 빛을 잃었다.
올 첫눈에 도로 사정을 걱정하며 나선 출장길에 만난 도봉산이 가슴을 설레게 했다.
눈길에 약속이 늦을까 싶어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설경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못했다.
멀어져 가는 도봉산을 아쉬워하며 길을 재촉하는 상황이 야속했다.
쭉 이어지는 설경에 출장길이 설경여행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설악산이 그리워지는 하루였다.
허리까지 푹푹 빠지는 화채능선이
아슬아슬하게 쌓인 눈을 살피며 걷던 공룡능선이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서북주능이
산악인의 영혼이 깃든 죽음의계곡이
지금도 가슴이 쓰라린 토황폭계곡이
힘들었던 오르막길을 잊게 했던 글리세이딩을 선물한 산길들이
아직 겨울맞이를 준비하지 못했던 내게 오랜 추억들을 꺼내오게 했다.
이런 그리움이 쏟아질 땐 당장 배낭 메고 뛰쳐나갔던 난데...
보이지 않는 족쇄가 너무 무거워 떠날 수가 없다.
내가 만든 무게이기에 그저 그리움만 삭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