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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펼쳐지는 소설의 세계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7화

 Chapter. 공연연출 입시 함께 공부할까요? 7화 세 줄 정리.

ⓒ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 예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끌었던 소설의 무대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작권료로 인지도 있는 작품을 각색할 수 있다는 매력. 하지만 무대에서만의 문법에 맞춰야.

 [자기 앞의 생],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천개의 파랑] 등



 Chapter.1  소설의 무대화가 인기라구요?

ⓒ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7화



창작뮤지컬 [파과] (출처: PAGE1)



✅ 소설의 무대화가 인기라구요?


현대문학계는 각자만의 매력으로 주목받는 작가들을 계속 배출하고 있다.

그 중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작품들은 

심심치 않게 다른 장르로까지 진출하기도 한다. 


2024년 5월, 구병모 작가의 베스트셀러 [파과]를 무대화한 PAGE1컴퍼니의 창작뮤지컬 [파과]가 개막한다. 

[파과]는 40여년간 냉혹하게 살인청부업을 해온 60대 여성 킬러 '조각'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타인의 고통을 뒤늦게서야 깨닫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기 시작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현재 캐스팅까지 발표되어 개막을 기다리는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이러한 '소설의 무대화'가 요새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이미 [매일경제]의 1988년 '시·소설 연극화 활발'이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당시 수많은 시와 소설이 연극화하여 소개된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한 시대의 유행이 아니라, 무려 30~40년 간 꾸준히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두 장르 모두 서사를 공통분모로 갖고 있기 때문에 영역을 넘나드는 시도가 가능하지만

분명 소설과 연극/뮤지컬은 그 형식이 매우 다른 장르다.

매력적인 소설의 세계를 연극과 뮤지컬로 가져올 때 그 이점은 무엇이고

창작진은 무엇을 유의하며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 Chapter.2   소설과 무대의 문법은 다르다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7화




교보문고 (출처: 한국경제)


✅ 소설과 무대의 문법은 다르다

연극과 뮤지컬의 창작진이 소설을 무대화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소설이 갖고 있는 '인지도'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작품들은 물론이고, 유명세를 얻고 있는 작가는

수많은 팬들을 갖고 있기에, 이 팬들을 잠재관객으로 판단한다.

장대한 세계관과 배경을 그려내는 대형뮤지컬은 고전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는 성당을 상징하는 세트와 100kg이 넘는 종,

[몬테크리스토]는 당테스가 갇힌 감옥과 거대한 배 등 작품에 맞는 세트를 통해

거대한 현장감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눈 앞에 실제로 소설의 세계를 펼쳐놓음으로써 원작의 팬을 끌어모을 수 있다.


2019년 기준, 스테이지톡이 관객 1,020명을 대상으로 기대되는 공연을 조사한 결과, 

연극 초연작 부문에서 페미니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이 266표로 1위에 올랐다.

실제로 예매오픈과 동시에 매진행렬을 보여 당해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 되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덕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원래 [이갈리아의 딸들]이란 작품이 페미니즘과 유토피아 소설로서 얻고 있던 명성을 생각하면,

소설에 대한 관심이 무대로도 옮겨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소설이 만화, 웹툰 등 타 장르에 비해 저작권료가 저렴한 편이란 것도 요인이다.

소설을 각색할 때는 원작 소설의 판권을 가진 출판사에 2차 저작물 사용 허가를 요청한 뒤 저작권료를 협의한다. 공연 제작사는 예상 매출을 계산한 뒤 저작권료를 산출해 계약한다. 특히 한 공연관계자는

국내소설이 해외소설에 비해 저작권료가 높은 편이 아니라고 말하며, 

현재 국내소설을 원작으로 한 각색 및 무대화 작업이 활발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출처: 한국일보)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무대 사진 (출처: 경향신문)


하지만 소설의 이야기를 그대로 무대 위에서 재현하기 위해 작업하는 창작자는 없다.

소설은 소설만의 문법을, 무대는 무대만의 문법을 가지고 있으며 

창작자마다의 방식으로 소설을 새롭게 재해석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설은 주인공의 내면 묘사가 많거나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지만, 

무대에서는 공연을 한 인물의 독백으로만 채우거나, 시공간적 한계로 등장인물을 무한정 늘릴 수가 없다. 

무대에 맞는 새로운 형식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원작의 이야기를 최대한 잘 재현해내는 작품도 많지만,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의 내용을 모두 공연에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적절한 각색과 변형은 필수적이다.


무대에서 이 이야기를 왜 해야하고, 어떻게 무대에 맞게 재탄생시킬 수 있는지를

잘 고민한 작품은 소설의 팬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무대작품으로서의 고유한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

소설의 세계관을 창작진의 방법대로 재해석하여 무대화한 작품과

2024년 개막할 새로운 소설 원작 공연을 살펴보며 올바른 '소설의 무대화'의 방법을 고민해보자.




 Chapter.3   소설을 원작으로 한 무대화작품의 예시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7화



<자기 앞의 생> 소설과  공연사진 (출처: yes24, 국립극단)



<자기 앞의 생> 

원작 : 에밀 아자르 / 각색 : 자비에 제이야르 / 연출 : 박혜선


파리 슬럼가의 허름한 아파트.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키우는 로자와 그녀에게 맡겨진 열 살 소년 모모가 살고 있다. 엘리베이터 없는 7층 계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일은 두 사람이 살아온 인생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모모의 눈에 비친 세상은 매일 매일이 새롭다.


거리를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 사랑과 꿈에 대한 이야기들, 로자 아줌마와의 소소한 대화는 

외로운 소년의 삶을 살며시 지탱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숨겨왔던 로자 아줌마의 비밀이 밝혀지고 

모모의 아버지라는 남자가 불쑥 찾아오는데...


세계 3대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유일하게 두 번 수상한 작가 로맹 가리(필명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은 연극으로도 몰리에르상 최고작품상을 받으며 찬사를 이어갔다. 

프랑스 파리 슬럼가를 배경으로 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아랍계 소년 모모와 

유대인 보모 로자의 이야기라는 설정은 원작과 같지만, 

모모와 로자 주변의 인간군상을 다양히 묘사한 소설과 달리 희곡은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다. 

박혜선 연출은 모든 인물들을 무대에서 표현하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희곡에서는 특정되는 몇 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소설과 포스터 (출처: yes24, 남산예술센터)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원작 : 장강명 / 각색 : 정진새 / 연출 : 강량원


십여 년이 넘는 기자활동을 통해 다져진 기민한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온 장강명 작가의 다섯번째 장편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오로지 시간을 한 방향으로 단 한 번밖에 체험하지 못하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작품이다. 일진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얼결에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 

그 남자의 사랑을 너무 뒤늦게 깨닫게 되는 여자, 그리고 그 남자의 칼에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 

세 인물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작가는 시간과 기억, 속죄라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나간다.


신체행동연기를 중심으로 작업활동을 이어가는 '극단 동'의 연출 강량원과 

SF를 중심으로 한 작품세계를 펼쳐나가는 정진새 작가, 그리고 '극단 동'의 단원들이 완성한

<그믐...> 연극은 제 55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베스트3', 

한국연극 '공연 베스트7'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극단 동'은 과거로부터 쌓여 온 현재가 아니라 언제인지 알 수 없이 ‘계속되는 현재’를 

무대에서 표현하기 위해 극단의 연기 메소드인 ‘신체행동연기’를 작품에 집약시켰다. 

‘신체행동연기’란 감정이나 심리의 표현보다 행동의 나열을 통해 인물과 장면을 전달하는 연기 방법론이다. 

또한 달을 표현한 원형의 무대 위에서 저마다의 세계를 표현하는 배우들은 

균형이 무너진 채로 끊임없이 돌고 도는 몸짓을 만들어 과거에 대한 기억, 

기억에서 비롯된 고통과 분노, 현재에 대한 위로 등을 전한다.



<천 개의 파랑> 소설과 서울예술단 및 국립극단 라인업 (출처: yes24, 서울예술단, 국립극단)




<천 개의 파랑>

원작 : 천선란 / 뮤지컬 작사 : 김한솔, 작곡 : 박천휘, 연출 : 김태형 /연극 각색 : 김도영, 연출 : 장한새


2035년, 경마 경기의 기수가 사람 대신 휴머노이드로 대체되면서 말은 시속 100km를 향해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과도한 속도는 말의 관절에 부담을 주고, 달릴 수 없게 된 말은 금세 다른 말로 대체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오래 해온 연재는 로봇 베티에게 밀려 일자리를 잃는다. 

연재의 아버지인 '소방관'은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한 예산 때문에 우선 순위에 밀려 교체되지 못한, 

오래된 소방복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연재의 언니 은혜는 몇천만 원을 웃도는 기계 다리 부착 수술을 하지 못해 '사이보그 인간'이 되지 못하고 휠체어를 사용해야 한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지만 그 기술의 속도를 채 따라잡지 못하는 곳에 아직 우리가 사랑하는 무엇들이 있다. 

사람이라고, 동물이라고, 기계라고 함부로 지칭하기 어려운 주어들은 

제 속도에 맞게 움직이며 살아가고, 존재하고 있다.


제 4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에 빛나는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은 2024년 '소설의 무대화' 흐름의

중심에 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서울예술단과 국립극단에서 각각 뮤지컬, 연극으로 무대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쟁쟁한 창작진이 무대화 작업을 맡고 있어 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

어떤 작품이 나올지, 어떻게 매력적인 소설의 세계관을 무대에 펼쳐낼지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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