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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의 서사극(Epic Theatre)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18화

 Chapter. 공연연출 입시 함께 공부할까요? 18화 세 줄 정리.

ⓒ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 서사극의 창안자, 베르톨트 브레히트

 관객의 몰입을 지양하고 스스로 비판적 사고를 하게끔 유도하는 서사극, '소외효과'

 대표작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Chapter.1  선전 선동으로 국민의 눈을 멀게 한 나치독일

ⓒ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18화




 선전 선동으로 국민의 눈을 멀게 한 나치 독일


1933년, 독일에서 나치가 집권하면서 히틀러는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를 장관으로 하는 

제국 대중 계몽 선전부(Reich Ministry of Public Enlightenment and Propaganda)를 창설한다. 

계몽 선전부의 목적은 예술, 음악, 연극, 영화, 서적, 라디오, 교육 자료 및 언론을 통하여 

나치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있었다.


특히 영화는 반 유태주의 사상과 독일군의 우수성, 그리고 나치 이데올로기에 의해 

적으로 간주된 자들의 악마적 성향을 유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나치 영화는 유태인들을 아리아인의 사회를 더럽히는 “사람만도 못한 존재”로 묘사하였다. 

예를 들어, 프리츠 히플러(Fritz Hippler)가 제작한 영화 영원한 유태인(The Eternal Jew) (1940년)은 

유태인을 성과 돈에 집착하며 방랑하는 문화적 기생충으로 묘사하였다. 


독일 신문 슈트라머(Der Strümer, 돌격대)는 반유태주의적 관점의 만화를 통하여 유태인을 희화화했다. 

1939년 9월, 폴란드 침공으로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후, 

나치 정권은 독일 국민과 군인들에게 유태인은 단순히 인간 이하의 존재일 뿐만 아니라 

독일 제국의 위험한 적이라는 사실을 주입시키기 위한 선전 기법을 사용하였다. 


나치는 정권 말기까지도 자신들의 선전을 독일 국민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정복 전쟁을 지지하도록 만드는데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나치의 선전 선동은 유럽의 유태인들과 나치 통치의 다른 희생자들에 대한 

대량 학살 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는 또한 다른 수백만의 사람들이 인종 탄압과 대량 학살을 묵인하도록 하는 역할도 수행하였다.

(출처: 홀로코스트 백과사전)


나치의 계몽선전부가 주요한 선전 선동 도구로 사용했던 것은 바로 

독일 국민들이 쉽게 몰입하여 비판적 사고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이었다.

영화, 연극, 만화, 음악 등의 문화예술장르는 나치의 집권을 정당화하고

반인륜적인 편견과 범죄를 확산시키는 비극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5천만 명에서 8천만 명의 사상자를 낳은

인류 최악의 역사,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타났다.


1차 세계대전에 의무병으로 참전하여 전쟁의 참상을 눈으로 두고 본 독일의 한 극작가는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대대적으로 숙청하기 시작한 1933년부터 덴마크, 미국을 비롯한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본인의 정치적 의식과 신념을 드러내는 위대한 작품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그 이름은 바로, 현대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베르톨트 브레히트 (Bertolt Brecht)'다.




❍ Chapter.2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서사극(Epic Theatere)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18화



베르톨트 브레히트 (출처: 위키피디아)


✅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서사극 (Epic Theatre)


브레히트는 '서사극(Epic Theatre)'라는 그만의 독특한 연극의 형식을 창안한다.

서사극은 흔히 반 아리스토텔레스적 연극이라고도 불리는데, 

관객이 연극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게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극철학을

정면으로 부정하기 때문이다. '카타르시스'란 아리스토텔레스가 연민과 공포를 환기시키는

상태를 통해 감정을 정화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공연을 통해서 관객이 감정에 치우치게 되면 냉정함을 잃게 되고

스스로 관찰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능력도 상실한다고 봤다.

감정의 지배에서 벗어나 냉철한 이성을 통해 무대에서 전개되는 사회의 병폐를 바라보고,

관객 각자가 그에 대해서 어떻게 헤쳐나갈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연극, 서사극(Epic theatre)이 탄생한 것이다.


따라서 브레히트의 서사극에서의 무대는 현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의

하나의 시범(demonstration)임을 관객 모두에게 알린다. 

즉,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이 진짜인양 믿음으로써 발생하는 '몰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렇듯 관객을 무대로부터 밀어내는 효과를 흔히 '소외효과'라고 불리며 이는 서사극의 핵심을 반영한다.

그리고 서사극의 독특한 형식은 관객의 몰입을 차단시키는, '소외효과'의 방법론들이 모여 만들어낸다.

<서푼짜리 오페라> 모스크바, 1930 (출처: DW)


서사극은 한 인물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의 특수한 내면이 아니라

생애에 걸친 긴 시간과 다양한 공간 속에서 전개되는 사건을 제시한다.

이야기의 줄거리가 고대의 서사시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입장에서 서술되며,

이러한 서술적 문장과 인물의 대사가 자유로이 넘나들며 공연이 전개된다. 

자유로운 형식에 걸맞게 시공간의 변화 역시 자유롭다.


배우의 연기는 스타니슬랍스키의 인물의 내면에 몰입하는 연기와 정반대의 방법론을 따른다.

'게스투스'라고 불리는 서사극의 연기법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나 상황을 표현해서는 안 된다. 

타인과의 관계와 그 관계를 둘러싼 사회적 신분, 시대적 상황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관객은 배우의 이러한 연기를 보고 그 인물이 처한 사회와 시대의 배경까지 유추해낼 수 있다.


또한 서사극은 극적인 순간이 일어나는 순간에 노래와 춤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사실적이지 않은 무대디자인을 선호하며 조명이나 무대장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막과 장의 구분을 관객에게 직접 일러주며 자막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서사극의 특징은 모두 관객들의 공연에 대한 몰입을 차단하는 소외효과를 발생시키며,

관객이 사회에서 비슷한 일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한다.


브레히트는 이런 공연의 사회참여적인 기능을 매우 중시했다. 

연극의 효과는 극장 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회에서, 극장 밖에서

관객들이 일상생활을 할 때도 유지되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브레히트의 연극에 대한 철학은,

전쟁과 프로파간다의 시대에 저항하고자 했던 지식인이자 예술인으로서의 철학이었을 것이다.




 Chapter.3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18화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베를리너 앙상블, 1949 (출처: Britannica)




✅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대표작으로 브레히트 서사극의 정수로 불린다. 

이 작품은 1600년대 유럽에서 벌어진 30년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인 억척어멈은 세 자녀와 함께 포장마차를 끌고 전쟁터에서 군부대를 따라다니며 

장사를 하는 종군주보상인이다. 이후 전쟁으로 인해 자식들을 모두 잃게 되지만 

여전히 전쟁의 참혹함을 깨닫지 못하고 물건들을 팔기 위해 전쟁이 계속되길 바란다.

이러한 설정은 나치 독일의 전쟁 준비에 덴마크가 적당히 공조하며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했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1941년 초연 당시,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당시 고전적인 전통비극의 맥락에 맞춰 연출되었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이런 연출에 분노했는데, 억척어멈을 어쩔 수 없는 비극적 운명에 대항하지만 패배한

비극적 인물로 창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레히트는 1949년 베를리너 앙상블에서 직접 연출을 맡았다.


브레히트는 헬레네 바이겔이란 여배우를 캐스팅하였고, 그녀는 억척어멈을 매우 분노에 차서 연기했다.

이 분노는 극적 인물 억척어멈이 갖고 있는 내면의 분노가 아니라, 

헬레네 바이겔 본인이 억척어멈에 대해 갖고 있는 분노였다. 

즉 바이겔은 자신을 억척어멈과 동일시하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둠으로써

억척어멈에게 분노를 느끼고 관객들도 그 분노를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극중 인물에 대한 '서사적 태도'야말로 서사극에 대한 브레히트의 의도를 정확히 담아내었다.


브레히트는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의 12개 장면들을 극적 방식이 아니라

단순히 나열한 몽타주 방식으로 구성했다. 각 장의 제목을 무대 위 커튼에 영사하여 보여주고,

뒤이은 장면에 대한 간단한 설명까지 관객에게 보여줬다.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알고 있는 관객은

사건에 대한 환상 없이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또한 극 중 노래도 자주 사용함으로써 '소외효과'를 유도하고자 했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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