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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칭하는 4개의 영어 단어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22화


✅ 진지한 놀이로서의 연극 (play, drama)

✅ 연극은 결국 공간의 예술 (theater)

✅ 배우와 퍼포머의 차이점 (performance)




❍ Chapter.1 Play와 Drama - 진지한 놀이로서의 연극

ⓒ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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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강조되는 헨릭 입센의 연극 <유령>과 배우들의 움직임과 놀이성이 강조되는 국립극단 연극 <스카팽> (몰리에르 작)


✅ play와 drama의 차이점


연극을 칭하는 영어 단어는 기본적으로 play와 drama가 주로 많이 사용된다. play와 drama 모두 '연극, 희곡'을 뜻하는 유의어이지만 drama는 play보다 내용적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을 경우에 사용된다. 연극의 4요소를 희곡 배우, 무대, 관객이라고 정의했을 때, '희곡'을 중요하게 다루는 연극을 drama라고 할 수 있다.


drama

1.명사 (극장·텔레비전·라디오 등에서 공연하는) 드라마[극]

2.명사 (문학적 형태로서의) 연극

3.명사 극적인 사건, 드라마 (같은 일)


여기서 우리는 연극의 중요한 한 가지 요소를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극적인 사건이다. 연극의 한자 표기는 '演劇 '로 펼 연, 심할 극을 사용한다. 쉽게 말해 '심한 이야기를 펴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심할 극'은 원숭이 거 자와 칼 도 자가 결합한 모습으로 원숭이 거 자는 호랑이와 멧돼지가 함께 있는 모습이다. 이것이 바로 '갈등'을 상징하는 것이다. 호랑이와 멧돼지가 서로 싸운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호랑이와 멧돼지가 인간과 갈등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도 비극을 "진지하고 일정한 크기와 질서를 갖춘 행위의 모방으로, 이야기의 형태로 이루어지며, 각기 다른 부분을 통해 연민과 공포를 일으켜 그러한 감정들을 정화하는 예술이다."라고 정의 내린다. 이처럼 연극에서 드라마라는 것은 공연으로 보여질 만한 진지한 이야기여야 한다. 이러한 진지함은 희극과 비극을 따지지 않는다. 희극 안에도 삶에 대한 진지한 탐구는 포함되어 있다.


play

1.명사 놀다 (게임·놀이 등을) 하다

2.동사 (재미로 다른 사람인 것처럼 가장하는) ... 놀이를 하다

3.명사 놀이

4.명사 희곡; 연극, (라디오·텔레비전용) 극

극작가를 칭하는 영어 단어는 일반적으로 playwright로 쓰인다.


play는 '놀이성'이 강조된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들이 어릴 적 하고 놀았던 소꿉놀이를 생각해 보라. 누군가가 가르쳐 주어서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은 자연스럽게 행해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인 것처럼 가장하여 노는 행위를 즐기며 이것이 장차 발전하여 연극 행위가 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앞서 말한 드라마에서 연극의 '진지함'에 대해서 고찰한다면 놀이로서의 연극은 놀면서 발견되는 '우연성'이 더 강조된다. 특히 연극은 창작진과 배우뿐 아니라 관객들이 현장성을 공유하며 '함께 노는 행위'로 인식된다. 최근 들어 이머시브 연극에서는 관객에게 역할을 분담하는 등 역할 놀이로서의 연극을 관객과 함께 하고자 하는 작품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Chapter.2 Theater - 공간(극장)으로 이해되는 연극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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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시니엄 무대와 블랙박스 무대


✅ theater, 공간(극장)으로 이해되는 연극


작품을 선택할 때 공연장, 공연이 이뤄지는 장소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아마 각자가 선호하는 극장의 형태가 있을 것인데, 프로시니엄(액자틀)무대, 블랙박스, 돌출형 무대, 원형극장 등 다양한 형태의 극장들이 존재하고 이러한 극장들은 각자 고유한 특성을 지닌다. 가령 프로시니엄 무대는 관객의 객관적인 관찰과 훔쳐보기의 관음적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블랙박스는 연출가에게 있어서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뽐낼 수 있는 장소로, 관객에게는 연극 특유의 현장성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 이 둘의 장점을 잘 살린 돌출형 무대는 '강조'를 통해서 중요한 장면을 강조하며 그 순간에는 관객들이 좀 더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세계적인 연출가 피터 브룩의 책 「빈 공간」의 도입부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빈 무대가 될 수 있다. 누군가 이 빈 공간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다른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연극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연극이 곧 공간의 예술임을 입증하는 매우 유명한 말이다. 연극은 결국 빈 공간 안에 '무엇을 채워 넣느냐? 또는 무엇을 채워 넣지 않느냐?'로 작품의 완성도가 결정될 만큼 연극을 공간으로 이해하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간을 채우는 방식에 있어서 공연의 선호도도 매우 다르다. 어떤 관객은 화려하거나 혹은 상징성 있는 오브제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무대를 선호하고 어떤 관객은 최소한의 소품과 빈 여백이 있는 공간들을 자유롭게 상상하며 채우는 재미를 즐기는 관객도 있다. 어떤 것이 더 훌륭하고 좋은 연출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겠으나 '무엇으로, 어떻게, 왜'극장을 채웠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이전에 읽었던 한 연출 도서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무대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의미를 가진다"라는 말이다. 이것은 극작에 있어서 안톤 체홉이 "무대 위에 있는 총은 반드시 발사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의미이다. 불필요한 요소는 제거하고, 등장한 요소는 의미 있게 회수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Chapter.3 Performance - 무대 위에서 현존하기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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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인물인 '햄릿'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자신을 드러내는 '이성직' (출처: 동아일보, 두산아트센터)


✅ 배우와 퍼포머의 차이점


최근 들어 예매한 공연의 출연진을 보았을 때, 배우가 아닌 '퍼포머'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들을 보았을 것이다. 최근 포스트드라마에 대한 논의와 함께 배우와 퍼포머의 개념에 대한 연구와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배우(actor)은 전통적인 허구의 인물이나 사건을 재현(representation) 하는 존재이다. 인물의 감정과 행동을 해석하여 관객에게 '믿을 수 있는 허구'를 전달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퍼포머(performer)로서의 배우는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의 몸을 통해 '실재(presence)를 드러내는 존재이다. 퍼포머는 인물을 '연기'하기보다는, 지금-여기에서 살아 있는 존재로서 관객 앞에 '출현'해야 한다.


또 배우는 극 속의 인물로서 과거의 사건을 '현재처럼'연기하지만 퍼포머는 공연의 시간과 공간, 즉 현재를 강조한다. '이 순간'벌어지는 ' 이 공간의 행위'로서 작업하며, 때로는 즉흥적이고 반복 불가능 한 것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퍼포머는 배우에 비해 더 능동적으로 작품에 참여한다. 스스로의 자아와 정체성을 철저히 유지한 채로 대사가 아닌 발언을 이어간다. 그렇기에 주어진 대사를 하는 배우와는 달리 때로는 텍스트가 없거나, 중요하지 않으며, 퍼포먼스 자체가 의미 생산의 중요한 의미가 되는 공연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전문적인 연기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퍼포머로 등장하는 작품도 종종 볼 수 있다. 2023년 두산아트랩 '다원'분야 선정작인 이성직의 <아파야 낫는다 건강백세!>는 창작자 이성직이 자신의 친할머니, 1933년생 이명숙을 이야기하며 무대 위에서 물김치를 직접 담근다. 그리고 이 물김치는 공연이 끝난 후 집으로 배달을 받아볼 수 있다. 또 이명숙의 친구를 가장하는 김신자는 이명숙의 친구도 아닐뿐더러 전문적인 배우도 아니다. 그녀는 3막에서 평소 이명숙이 즐겨 했던 꽃꽂이라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일면식도 없는 이명숙에게 다가감과 동시에 관객들을 이명숙과 연결시키는 가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무대 위의 퍼포먼스는 무대 위의 행위자와 창작자에 대한 고민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와 사유를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드라마극과는 다른 차원의 사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것만의 예술적 의미가 창조된다.



(출처, 한스-티스 레만(Hans-Thies Lehmann), 「포스트드라마 연극 Postdramatisches Theater)」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Master. DU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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