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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May 10. 2023

학을 떼게 만드는 독일 인터넷 변경

1월부터 해온 인터넷 공급자 변경 신청이 드디어 성공한 기념으로 쓰는글

5년전 처음 독일에 와서 사용하던 인터넷은 집근처 O2 대리점에서 신청을 했던 O2 인터넷이었다. 처음 얼마간은 잘되는 듯했으나 사용한지 2년이 지나면서부터 하루에도 여러차례 인터넷 연결이 끊기는 문제가 생겼는데, 문제는 O2 인터넷의 서비스 지원이 최악이어서 회사 동료의 도움으로 2년전부터 1&1으로 공급자를 변경해서 사용해오고 있었다. 1&1으로 변경하기 직전까지 1년간 우리 가족은 수시로 끊기는 인터넷 때문에 온갖 스트레스를 다받고 있던 상태였기에, 1&1으로 변경된 이후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모른다. 또, 이벤트 기간에 신청한 덕분에 10개월간 무료로 사용을 할 수도 있었고, O2 인터넷처럼 눈에 띄게 문제가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한시름 놓은 셈이다.


작년말쯤 우리가 사는 아파트 내에 보다폰 인터넷용 케이블 공사를 하는 듯하더니 집집마다 대리점 영업사원들이 돌아다니며, 보다폰 케이블 인터넷으로 공급자 변경을 권유하고 다녔다. 우리 집에도 온다고 해서 처음에는 거절을 했었는데, 1&1 인터넷도 최근 들어 인터넷 연결이 중간중간에 끊기는 문제가 생겼고 속도도 그다지 빠르지 않아서 지난 1월달에 두번째 대리점 영업사원이 방문했을때, 홀라당 변경 신청을 해버렸다. 그리고 며칠후에 보다폰 인터넷 단말기가 우리집에 도착했고, 또다시 며칠후에는 기사가 우리집을 방문해서 신속하게 설치를 하고 돌아갔다. 1&1과의 계약이 몇달 남았는데, 공급자가 변경되기 전까지는 무료로 (최대 1년간) 보다폰 인터넷을 쓸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미리 보다폰 케이블 인터넷을 같이 써보게 되었는데, 확실히 빠르고 안정적이었다! 가격도 기존과 비슷하다니 잘 바꾸었다고 좋아했는데... 당연히 그렇게 일이 쉽게 풀리진 않았다.


<왼쪽> 보다폰 케이블 인터넷 단말기 <오른쪽> 1&1 DSL 인터넷 단말기

O2에서 1&1으로 변경할때는 솔직히 큰 문제 없이 꽤나 원활하게 공급자 변경 처리가 되었었다. 기존 O2 인터넷용 단말기 반환하라는 내용을 놓쳐서 뒤늦게 반환했던 것이외에는. 그것도 단말기 미반환으로 O2에서 단말기값을 통장에서 인출해갔는데, 뒤늦게라도 반환을 하니 금방 다시 돌려주었었다. 그래서, 이번에 1&1에서 보다폰으로 변경하는 것 또한 알아서 잘 처리되겠지 했었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 가있던 3월에 갑자기 공급자 변경 신청에 문제가 생겼다고 다시 신청을 해달라는게 아닌가?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항상 내가 자리를 비우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징크스가 있다. 덕분에 가족들과 친구들이 함께 보다폰에 전화도 해보고, 직접 인터넷으로 알아봐서 공급자 변경 양식을 찾은 다음 우여곡절 끝에 신청서를 작성해서 우편으로 보냈었다. 그런데, 1&1에서 우리에게 할당해준 전화번호에 대해서는 가족들이 잘몰랐던터라, 이 부분을 잘못 기재해서 보냈었고 내가 독일로 되돌아 왔을때, 보다폰으로부터 기재된 정보가 잘못되어 다시 신청해달라는 우편을 받게 되었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1&1에서 할당받은 두개의 전화번호를 기재해서 작성한 다음, 다시 보냈는데 이번에는 신청자가 불분명하니 다시 작성해서 신청하라는 세번째 보다폰 우편을 받았다. 보낸 내용을 아무리 재검토해도 작성하라는대로 썼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알수가 없었다. 더욱 문제는 어느새 1&1과의 계약 만기일이 20일 이내로 다가온 상태였다는 것이다. 보다폰에서 보내온 우편에는 만일 계약 만료일이 20일 이내이면 직접 해지 신청을 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작년쯤인가 인터넷 공급자 계약 관련해서 독일 법이 변경되어, 1년 단위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던 것이 한달 단위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1&1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계약 해지" 버튼을 눌렀는데... 반드시 1&1에 전화를 해야만 계약 해지 프로세스가 끝난다는 것이다. ㅎㅎㅎ 내가 메일을 선호하는 이유는 독일어를 잘못해도 번역기 도움을 받으면 왠만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일단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기 힘든 전화 통화는 여전히 쉽지 않다. 운이 좋게 가끔 영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있어서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영어를 못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계약 해지를 위해 전화를 걸어서 1&1 직원과 연결이 되었는데, 처음에 영어를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당연히 못한단다. 그래서 독일어로 떠듬떠듬 이야기하는데, 해당 직원의 질문중에 몇개의 단어는 도무지 뜻을 모르겠어서 삽질을 하고 있으니 나중에는 자기가 답답했는지 영어로 이야기하면 알아는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내가 해지를 하려는 이유를 영어로 설명을 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이 직원이 말하는 독일어의 몇몇 단어가 모르는 것이라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 직원은 영어로 설명을 해주었고 (원래 영어를 할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못한다고 했었던것 같다. 특히 계약 해지이기 때문에 더 그런 듯) 만일 계약을 해지하지 않으면 스페셜 오퍼를 제안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인터넷 속도나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으로 중요한 미팅을 할때 종종 인터넷이 끊기는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해지를 원한다고 이야기 해서 결국 해지 처리가 완료 되었고, 신청한지 한달 이후에 계약이 종료된다는 메일이 왔다.


번거로운 인터넷 계약 해지까지 내가 해야했기에 열이 받을 대로 받은 상태라, 보다폰이 보내온 양식 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 찾은 양식 두개 모두 다시 쓴 다음 1&1 웹사이트에서 인쇄한 고객 정보는 물론 계약 해지 메일 내용까지 모두 인쇄한 다음 우편으로 보냈고, 이 모든 것을 스캔한 것을 알려준 웹사이트에서 업로드해서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어제 2통의 우편이 보다폰에서 왔다. 둘다 다시 작성하라는 내용이긴 한데, 그 이유가 달랐다. 하나는 우편으로 보낸 것에 대한 답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으로 업로드한 것에 답장이었던 것이다. 우편으로 보낸것에 대한 답장에는 이번에도 계약자가 불분명하니 다시 정확히 쓰라는 문구였다. 일단 1&1의 계약 정보를 잘못 기재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 했지만, 이 문구 때문에 그동안 우리는 꽤나 여러가지 추측을 해야했다. 그런데, 어제는 이것이 서명란에 이름과 서명을 함께 써야한다는 것으로 읽혔다. 그동안 개인 정보란에 당연히 이름을 썼기 때문에 서명란에는 서명만 했었는데, 서명란에 "이름과 서명"을 써야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이번에는 그렇게 다시 작성을 했다. 문제는 독일에서 오래살고 독일어를 잘하는 우리 친구조차 상상도 못했던 부분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업로드한 것에 대한 답장에는 대문자로 정확하게 쓰고, 검정색 굵은 펜으로 쓰고, 사진 찍지 말고 스캔해서 보내라는 내용이 적여 있었다. 이미 스캐너로 스캔을 해서 보낸 것이었고, 용량 제한에 맞춰 PDF 파일로 만들기 위해 해상도를 약간 낮춘 것밖에 없었는데, 알아보기 힘들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들이 다시 보내준 양식에 시키는대로 대문자로 검정색 볼펜으로 작성을 하고, 서명란에 이름과 서명을 같이 쓴다음 고해상도로 스캔을 해서 어제 다시 인터넷으로 업로드했다. 그리고 오늘도 여느때처럼 보다폰에서 신청이 접수 되었다는 안내 문제가 왔다. 참고로 내가 보다폰으로 받은 안내 문자는 1월 10일, 2월 24일, 3월 28일, 4월 17일, 5월 2일, 5월 3일 그리고 5월 10일에 보내진 것이다. 참으로 지겨운 놈들이라고 보다폰을 신나게 욕을 하고 있는데, 드디어 1&1에서 인터넷 공급자 변경 신청이 처리 되었다는 이메일이 도착했다. 내가 이미 지난달에 해지 신청을 해서 원래는 9일후면 계약 종료인데, 어제 신청한 공급자 변경이 접수된 것이라 오늘 기준으로 20일후에 계약이 종료되는 것 같다. 어쨌든 5개월동안 고생한 것이 이제 끝났으니 그쯤이야 하고 넘어가려고 하다보니... 그동안 내가 보낸 공급자 변경 신청서를 별 하찮은 이유로 계속 반려해온 것이 바로 "1&1"이었고, 보다폰은 그저 내가 작성한 신청서로 1&1에 공급자 변경을 요청한 것 뿐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서명란에 이름을 쓰지 않고 서명만해서 계약자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아니 이런 반전이... 적은 보다폰이 아니라 1&1이었던 것이다.

<5개월만에 드디어 인터넷 공급자 변경 신청이 처리되었다는 1&1의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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