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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독일 시민권 취득 과정

시민권 신청후 약 1년쯤 걸린 오늘 아들내미가 귀화 증서를 수령했습니다

by 정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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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작년 6월에 와이프와 딸내미의 영주권 취득이 마무리되었고, 아직 미성년자라 영주권과 시민권 취득이 어렵다는 이민 변호사의 답변에 아들내미의 거주권 문제는 여전히 마무리 되지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내 블루카드와 영주권, 와이프와 딸내미의 영주권 취득까지 담당했던 변호사 대신, 1년전 이맘때쯤에 와이프가 소개받은 이민 변호사와 상담을 잡았다. 새로 만난 변호사는 미성년자인 아들내미의 영주권과 시민권 신청을 동시에 진행해보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고, 불과 2개월 차이로 미성년자 영주권 신청 자격이 못된다며 시민권만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8월에 동반자 비자 유효기간이 만료가 되기 때문에 이 이전에라도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면 깔끔하게 처리되는 상황이었다. 마침 회사 동료 가족도 불과 3개월만에 모두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면 끝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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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3개월이 다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변호사에게 문의를 하니 "신경써서 관리하고 있으니 독촉하지 말라"라는 회신만 날라왔다. ㅎㅎ 독일에 온 이후에 계속 변호사들과 많이 일을 해왔던 터라, 그냥 기존 변호사에게 맡길걸 그랬나하는 후회가 되기도 했고 3개월만에 시민권 취득을 성사시킨 회사 동료의 변호사에게 맡길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미 진행되고 있는 케이스이고 이왕 맡긴 것 끝까지 밑어보자라는 심정으로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8월 비자 만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변호사에게 연락을 하니, 조만간 베를린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할 생각이라는 회신이 왔다. 비자 만기를 대비해서 영주권 신청을 해놓고, (그사이에 아들내미는 성인이 되어 신청 자격이 됨) 법정에서 싸워서 이기게 되면 시민권 취득 시기를 당길 수 있고 모든 소송 비용을 베를린 시에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행정소송에서 패소하게 될 경우 모든 소송 비용을 내가 부담해야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단다. 시민권 취득 요건은 충분히 갖춘 상태이기 때문에, 이 정도 리스크는 감수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서 행정 소송을 진행하라고 답변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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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초에 변호사로부터 법원에서 추가 자료 (급여 명세서, 재직 증명서, 월세 계약서, 통장 내역서 등)을 요청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만일 법원에서 서류를 검토해서 문제 없다고 판단되면 결정이 나올것이라고 했다. 신속하게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전달 했고 약 2주후에 행정 소송에서 승소를 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사이에 백업 플랜이었던 영주권 테어민도 잡혔으나, 소송에 이겨서 귀화 증서 수여식 일자가 확정되었기 때문에 영주권 테어민은 취소했다. 또한 한국 남성은 군대 문제 때문에 국적 이탈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대사관에 메일을 보내서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면 되는지도 물어보고 회신을 받았다. 먼저 "국적 이탈"은 출생 등으로 인해 복수국적(예: 독일 및 대한민국)을 취득한 사람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다른 국적(예: 독일)만 보유하게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고, "국적 상실"은 한국인이었던 사람이 독일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국적법에 따라 한국 국적이 상실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적 이탈"의 경우에는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까지 원정 출산 등으로 인한 복수국적이 아님을 증명하면서 국적이탈신고를 해야하지만, "국적 상실"의 경우에는 독일 시민권 취득후 1개월 이내에 국적상실신고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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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 베를린 출입국청(LEA)에서 간단한 귀화 증서 수여식을 하고 왔다. 대기실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귀화 증서를 받으러 왔고, 축하해주는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온 경우가 많았다. 나와 와이프는 일부러 지난 일요일에 머리까지 했고 오랜만에 한껏 치장하고 갔는데, 너무 간단하게 끝이나서 허무할 정도였다. 성을 부르면 온 가족이 다같이 들어가서 앉아서,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맹세를 하는 모습이나 귀화 증서를 받는 것을 지켜보면 끝이었다. (귀화 증서는 재발급이 안되기 때문에 절대 잃어버리면 안되고, 가능한 한 사본을 사용하라는 주의 사항을 강조했다) 귀화 증서 수령후, 바로 옆에 마련된 암트의 대기표를 받아서 아들내미의 독일 신분증과 독일 여권을 신청했다. 추가비용을 내고 빠른 여권 발급을 신청했는데도 1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독일 신분증은 4주 걸림) 독일 여권이 나오면 한국대사관에 예약을 잡은 다음 국적 상실 신고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막상 아들내미의 한국 국적이 상실된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묘하다. 작년 신청 당시에는 미성년자라 영주권 자격이 안되는데다가 어차피 앞으로도 계속 독일에서 공부하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지만, 주위 외국인 동료들이나 외국인 친구들처럼 2~3개의 국적을 동시에 가질수 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 아들내미에게 귀화 증서를 준 독일인 직원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독일은 복수 국적 허용)

복수 국적을 취득한 것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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