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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Sep 30. 2018

40대 개발자의 독일 회사 취업기 (2)

독일에 취업하려면 이력서는 최소 100통 이상 보내야 한다!

본격적으로 독일 취업을 준비하기 전에도 필자는 블로그나 베를린리포트와 같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독일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있었다. 이미 2013년이나 2014년 경에 독일 IT 회사에 취업하고 블루카드 비자를 취득한 분들을 블로그를 방문해서 그 분들의 경험담을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읽었고, 베를린리포트에 올라온 취업 관련 질문과 답변 글들을 열심히 읽었었다. 설마 내가 조만간 독일로 갈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었기에, 그 당시에는 그저 제3자들의 경험을 재미있게 읽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었었다. 그때 읽었던 댓글 중에 아주 인상적인 댓글은 바로 이것이다. "독일에서 취업하려면 최소 100통 이상의 메일을 보내야 한다."


본격적으로 독일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필자는 이민 관련 상담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독일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꽤나 큰소리를 쳤었다. 당시 상담하셨던 분이, 영어도 못하는 주제에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을 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었다. 왜냐면 이래뵈도 한국의 험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 많은 엔지니어인데, 그저 영어를 좀 못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지 그런 것쯤은 실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했었다면 좀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언제나 직접 경험해봐야 깨닫게 되는 "체험형 인간"이라 피터지게 깨져봐야 영어 공부를 시작했을 것이고 실제로도 그랬다. 


사실, 이력서를 100통 정도 보내는 것은 필자에게 크게 힘든 일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업을 해왔었고, 다양한 회사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해봤었기에, 상대방에게 "거절"을 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떤 일이든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경험 상 어떤 분야든 처음에 경험하게될 좌절과 거절에 대해서 충분히 감안하고 있고 시간 문제일 뿐 언제나 마지막에는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필자가 30대에 첫번째 책을 집필하기 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도 2~3년 정도 한국에 있는 왠만한 출판사의 이메일을 알아내서 모두 이메일을 보냈고, 몇개의 원고 제안은 대부분의 출판사로부터 100% 거절을 당했다. 출판 경험이 없다보니 처음에는 출판 시장에 맞지 않는 책을 제안하기 일쑤였지만, 꾸준히 소재를 바꾸고 시장성이 있는 원고 제안서로 업그레이드하다보니 결국에는 나의 제안을 받아준 출판사 1곳이 나오게 되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6권의 책을 출간했고, 7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게 되었다. 만일 처음에 수십차례의 거절에 기가 죽어서 더이상 시도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필자는 지금껏 한권의 책도 출간하지 못했을 것이다. 즉,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쌓인 두터운 "자존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왠만한 거절과 시련 쯤은 문제 없었다는 것이다. 독일 취업에 도전을 하기전까지는 말이다.


어찌되었든 필자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느냐의 문제이지 결국엔 취업에 성공할 것이고, 독일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독일 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는 당장 자신들의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경험 많은 엔지니어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여러분이 회사에 업무적으로 꼭 필요한 인재라면, 높은 연봉이나 살고 있는 지역이나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는 회사 입장에서 중요하지 않다. 이 세상 어디엔가는 그런 회사들이 많이 있다. 다만, 그것을 제 때에 제대로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일뿐이다. 만일, 한국이라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구인 공고만 읽고도 필자는 어렵지 않게 그런 회사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독일에서 그런 회사를 찾아야 한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 처럼 XING Jobs, AngelList 등의 독일 구직 사이트(한국의 잡코리아와 유사)에도 가입하고 잡 서치를 하거나 지원을 하기도 했었지만, 가장 많이 이용한 사이트는 "Berlin startup jobs"이다. 이곳은 한국의 로켓펀치와 같이 스타트업 구인 공고만 올라오는 곳인데, 복잡한 기능이 없이 쉽게 매일 올라오는 구인 공고를 검색할 수 있다.


처음에는 올라오는 구인 공고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떤 회사이고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어느 정도 감이 올 정도가 되었다. 일단 나와 관련된 구인 공고를 필터링해서 선별하는 것이 우선이다. 필자가 독일 스타트업에 집중한 이유는 일반적인 독일 회사에 비해서, 한국에서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경력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어느 나라의 스타트업이나 사용하는 기술 스택이나 업무 환경, 사용하는 도구 등이 비슷하기 때문에 한국의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게 선별한 공고들을 구글 번역기로 초벌 번역을 한 것을 바탕으로 해당 업체에서 무엇을 원하지를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개발 스택은 무엇인지 알아낸다. 그 다음에 나와 맞는 일이라고 판단되면, 이미 만들어놓은 커버 레터와 CV를 첨부해서 이메일을 보내거나 해당 회사 입사 지원 사이트에서 접수를 한다. 개인적으로는 입사 지원 사이트보다 이메일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메일로 지원하는 것이 관리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입사 지원을 했다고 해서 바로 회신이 오지는 않는다. 필자는 처음에 오래전에 만들어 놓고 가끔 내용을 업데이트했었던 영문 레주메 텍스트 파일을 사용해서 지원을 했는데, 이 때는 거의 회신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독일에 맞는 양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독일에서 취업한 분의 블로그에서 쓸만한 커버레터와 CV 양식을 참고하여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지원했다. 그래서인지 이전보다는 회신이 많이 오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검토해봤는데 더 적합한 인력을 채용했다면서 거절하는 메일이었다. 좀더 커버레터와 CV를 다듬고, 링크드인 페이지를 업데이트하고 영문 블로그도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자신의 코드를 볼 수 있도록 github에 등록하여 오픈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대부분 회사에서 개발을 한 것이라 공개를 못하고 강의에서 사용하던 예제나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하던 것들을 공개하였다.


드물지만, 드디어 긍정적인 내용의 회신이 오기 시작했고 Skype나 Google Hangouts 등으로 인터뷰를 보기 시작했다. 한국과 독일은 시차가 8시간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터뷰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 9시부터 12시 사이에 진행하였다. 때에 따라서는 오전 1시나 2시에 인터뷰를 보기도 했는데, 첫번째 인터뷰는 어이없게도 화상은 연결이 되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 목소리가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아서 허둥지둥 대다가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처음에는 원격 인터뷰 자체도 쉽지 않았다. 발음이 명확하고 천천히 말하는 스타일의 상대의 말은 이해가 잘되었지만, 연결 상태가 안좋거나 발음이 익숙치 않거나 소리가 울리거나 하면 듣는게 더 어려워진다. 전화 통화만으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수십 차례 반복을 하다보니 HR 담당과의 첫번째 인터뷰는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첫번째 인터뷰는 대게 회사 소개와 지원자의 자기 소개, 서로 몇가지 질문을 주고 받은 다음 마음에 들면 다음 인터뷰를 예약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예상되는 질문에 대해서 몇가지 답변들을 준비하고, 해당 회사의 특징에 맞는 질문 몇가지도 미리 준비를 해서 인터뷰 시에 적절히 활용했다. 다행히 예상한 내용의 질문이 오면 분위기 좋게 진행되었지만, 예상치도 못한 질문이 계속 날라오는 경우에는 정말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바로 "기술 인터뷰"였다. 보통 기술 인터뷰 전에 코드 챌린지를 진행하는데,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내거나 주어진 문제를 풀거나 간단한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회신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에 진행되는 인터뷰는 보통 같이 일을 하게될 다른 엔지니어들이나 CTO나 기술 책임자들이 진행하는데, HR 담당과 진행하는 인터뷰에 비해 난이도가 훨씬 높다. 잘알고 있는 용어도 서로 읽는 방법이 달라서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영어로 해야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기술 인터뷰가 있는 날에는 꽤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인터뷰를 진행했었고, 혹시라도 분위기가 안좋으면 정말 속상했었다. 다행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좋게 봐주더라도, 최종적으로 영어 때문에 떨어지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생애에 처음으로 영어 인강을 듣기 시작했다. 간혹 한국에서 원격 인터뷰만 보고 취업에 성공하는 분들도 있는데, 필자의 경우엔 원격 인터뷰만으로 어필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이왕이면 독일로 출발하기 전에 회사를 확정했으면 했지만, 기대했던 몇몇 회사들이 최종적으로 거절을 하게 되어 불안한 마음으로 독일에 올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살 집은 독일 출발 전에 계약이 완료되어 이케아에서 급하게 필요한 가구들은 미리 주문해서 배송 및 설치까지 마친 상태였다. 독일에 와서 입사 지원을 하니 좀더 많은 회신들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여전히 원격 인터뷰를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부터는 직접 회사를 방문해서 만날수 있으니 많은 회사들이 자신의 회사로 초대해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국에서처럼 그저 인터뷰만 진행하는 회사도 있었고, 어떤 회사들은 1차 인터뷰 후에 바로 다음날 "트라이얼 데이"에 초대해서 보안 각서를 쓰고 실제 개발팀에 자리를 만들어 주고 6시간 정도 주어진 문제를 풀게 만들었다. 다른 팀원들과 함께하는 아침 스탠딩 미팅에 참석하기도 하고, 개발 팀장이 자신의 회사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 다음 나에게 주어진 성능 떨어지는 컴퓨터와 익숙치 않은 독일 키보드를 이용해서 자바와 AngularJS를 이용해서 결과를 만들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주어진 문제를 구현하고, 구현한 다음에는 개발팀장과 다른 개발 팀원에게 만든 것을 설명하고 그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나름 선방을 한 것 같았지만, 이곳도 아쉽게도 떨어졌다.


보통 월초에 회사들로부터 회신이 많이 오고, 중순까지 인터뷰와 코드 챌린지를 열심히 진행 하고 월말쯤에 결과를 통보받는 패턴이 계속되었다. 인터뷰가 많을 때에는 하루에 3~4차례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그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어떤 코드 챌린지는 몇시간이면 되지만, 어떤 것은 하루 종일 매달려야 했기 때문에 그 또한 쉽지 않았다. 이런 패턴으로 진행되다보니 매달 월초부터 중순까지 정신없이 바쁘다가, 월말까지 결과만을 기다리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그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오르락 내리락 하게되어 충분한 내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필자에게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월말이 되어 2~3차 인터뷰까지 마쳤던 회사들로부터 모두 거절의 메일을 받게 되면 쌓아둔 "자존감"이라는 저축이 일정 부분 사라졌음을 느끼게 된다. 몇개월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니 서서히 그 "자존감"이라는 저축의 밑바닥이 드러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 때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었고, 다른 하나는 독일에 와서 산 "엑스박스 원 X"였다. 기대했던 모든 회사들이 불합격 통보라도 보내오면, 하루 종일 엑스박스로 게임을 하면서 그 좌절감을 잊기 위해 노력을 해야 했다. 그렇게 전열을 가다듬고, 다음날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회사들에 지원서를 보냈다.


이 모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고, 드디어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이메일로 계약서가 왔을 때 그 기분은 정말 이루 말할수가 없었다. 그 동안 받았던 수많은 거절 이메일에는 항상 "Unfortunately"로 시작되는 문장이 있었다. 대부분 입사 지원해줘서 고맙고 너의 실력은 훌륭한데, 불행하게도 우리는 우리에게 더 맞는 인력을 선발하게 되었다라는 식의 거의 유사한 형식의 이메일들을 엄청나게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불합격하면 메일로 통보도 거의 안하기 때문에, 그나마 불합격 통보 이메일이라도 보내줘서 감사하기는 하지만 한동안 필자는 Unfortunately라는 단어에 대한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였다. 그러다가 합격을 했으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정말 자존감이 거의 바닥이 된 상태에서의 합격 소식이었다. 합격 소식을 받은 이후에도 몇몇 회사들에서 인터뷰를 보거나 코드 챌린지에 참여하겠냐는 메일이 왔었는데, 필자는 이때 답장을 쓰면서 Unfortunately 단어를 쓰면서 다른 회사에 취업이 되어 더이상 인터뷰나 코드 챌린지에 참여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소심한 "복수"를 했다. 


독입 취업에 성공하고 나서, 대략 세어본 입사 지원 이메일 (자체 시스템을 이용한 지원 포함) 개수는 약 250 통이었다. 그 중 100여곳과 원격 인터뷰를 하거나 오프라인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약 50곳에서 2차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코드 챌린지에 참여했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지만, 독일에서 취업하려면 최소 100통 이상의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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