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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호 May 18. 2020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차이

한국 생활과 독일 생활에서 느끼는 작은 차이들을 적어본다

코로나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독일도 슬슬 통제를 풀면서 조금씩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 상황이다. 3월 중순 이후에 실시된 강력한 방역 지침으로 인해 9~10주 가까이 재택근무/재택휴가를 했던 상황이라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는 지루함이 있지만, 그래도 이러한 시기에 매일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꼬박꼬박 들어오는 수입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독일에 와서 느꼈던 소소하게 다른 점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이것은 한국/독일 생활을 비교해서 어느 것이 더 낫다라고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차이들도 있다는 점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쓰는 것이다.


아침으로 뮤즐리(Müsli)를 먹는다

독일 마트에서도 한국에서 먹던 스타일의 시리얼을 판매하지만, 한국에서는 본적이 없었던 뮤즐리도 판매한다. 뮤즐리는 요리 안한 곡물이나 건과일, 견과류와 씨앗류 등을 섞어서 우유나 요구르트에 함께 먹는 시리얼이다. 회사에서 아침으로 먹고 있으려니, 스위스인인 CTO가 뮤즐리가 스위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스위스나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듯하다. 가격도 저렴하고 든든해서 회사에 일찍 출근하면 회사 냉장고에 있는 우유(커피에 타먹는 사람이 많아서 냉장고에는 항상 우유가 준비되어 있다)와 함께 뮤즐리를 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스팸 문자나 전화가 오지 않는다

2년간 독일 생활을 하면서, 이곳 저곳에 내 전화번호를 적어서 냈었는데 "신기"하게도 쓸데 없는 전화나 문자가 오는 일이 한번도 없었다. 아직도 새벽에 한국 전화기로 한국에서 걸려오는 스팸 전화들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여전히 쓸데없는 문자 메시지들이 수신되고 있다. (늘 수많은 번호들을 차단하고 차단해도 소용없다) 그래서 독일 전화기로 오는 전화나 메시지는 대부분 중요한 용건들이기 때문에 발신자가 누군지 몰라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독일도 피싱 범죄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은 중국이 있다면, 독일은 터키가 있는 듯.

http://eknews.net/xe/German/533556


변기 구조가 다르다

처음에 독일에 왔을때, 화장실 변기 구조가 한국과 다른 것이 꽤나 낮설었었다. 2년 넘게 사용하면서 보니, 독일식이 더 관리에 신경을 써야하지만 한국에서는 수시로 경험했던 화장실 변기 막힘을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한국 변기에 비해서 물에 잠기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변기를 사용한 다음에는 반드시 변기 청소 솔을 이용하여 깨끗하게 닦는 것이 필수이다. 아래 사진은 회사 화장실 중 한곳에 붙어 있는 그림인데, 사용 후에는 깨끗이 청소하는 것이 매너인 것 같고 본인 포함 대부분 이렇게 하는 것 같다.


배달앱의 마일리지와 스탬프가 후하다

독일의 배달앱 중에 Lieferando라는 앱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부 매장은 다음과 같이 5번 주문을 하면 전체 주문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바우처를 제공한다. 그래서 단골 매장이 있는 경우에는 꽤나 큰 도움이 된다. 5번 주문후에 2만원 정도의 바우처를 받아서, 그것으로 쌀국수 2그릇(Pho Bo와 Bun Cha)을 시켜 먹은 적도 있다. 기본 마일리지도 생각보다 금방 쌓여서, 몇번 주문하면 쌓인 마일리지로 3유로짜리 바우처를 받아서 수시로 사용할 수 있다. 바우처를 사용해서 주문해도 마일리지는 동일하게 쌓이는 것도 사소하지만 째째하지 않아서 좋다.

(왼쪽) 탄두리 치킨, 양고기 커리, 난과 풀풀 날리는 밥 (오른쪽) 초밥과 분짜, 그리고 초밥 시키면 서비스로 주는 매실주 작은병


주차 간격이 상대적으로 넓다

독일에서 차를 몰고 다니면서 편한 것 중에 하나가 주차 공간의 간격이 여유로워서 주차 스트레스가 적다는 점이다. 어디든 주차가 가능한 곳을 찾으면 큰차를 운전하더라도 큰 걱정 없이 타고 내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주차를 엉망으로 하는 운전자의 수도 드물어서 왠만하면 주차 구역 내에 제대로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보니 욕이 나올 이유도 없다. 덕분에 폴로를 몰고 다닐 때에는 거의 2년간 사이드미러를 접을 일이 세차를 할 때 빼고는 없었다. 풀 옵션이었던 폴로의 경우 애초에 전동접이식 사이드미러도 아니었지만, 사이드미러를 접지 않아도 충분한 공간이 있고 경험상 남에 차에 함부러 손대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샤란의 경우 차가 더 큼에도 역시 비좁지는 않지만, 전동접이식 사이드미러이다 보니 주차후에는 일부러 접어 놓는다.


재활용 패트병이나 캔을 반환하면 돈을 돌려 준다

마트에서 재활용이 되는 패트병이나 캔으로 포장된 상품을 구입할 때 하나당 0.25센트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0.99센트 짜리 음료수를 사더라도 실제로는 1.24 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대신, 해당 패트병이나 캔을 마트에 다시 가져다 주면 0.25유로는 언제든지 돌려받을 수 있다. 내가 미리 지불한 돈을 돌려 받는 것임에도 1주일에 한번씩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마치 보너스를 받는 기분이 된다. 일주일치 쌓인 패트병과 캔을 들고 마트에 가서 전용 기계에 집어 넣으면 최소 5~7유로 정도를 돌려받고, 많을 때에는 10유로 이상도 돌려 받아서 장을 볼 때 같이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야외에서 음료수를 마신 다음에 패트병을 아무데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방에 넣어 다시 집으로 가져오게 되는데, 그런면에서는 재활용 쓰레기를 제대로 수거하는 방법이라고도 생각된다. 혹시라도 쓰레기통에 버려진 반환 가능한 패트병이나 캔이 있을 경우에는 돈이 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돌아다니면 그런 것만 수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음) 신속하게 수거해간다.

이 정도가 10유로 이상 돌려받을 수 있는 양이다 (크롬바커와 벡스가 요즘 집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맥주. 초반엔 베를리너 킨들을 많이 마셨지만 맛이 떨어지는 것 같음)


집에 냉장고가 없는 사람이 많다

처음에는 이것이 꽤나 놀라웠다. 에어컨이야 모두가 없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냉장고까지 없을 줄이야. 그래서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가보면, 시원하게 제공해야하는 맥주나 음료수는 물 속에다가 담가놓았다가 꺼내서 준다. 그래서인지, 장을 보러 가면 우리처럼 일주일치를 한꺼번에 사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딱 하루 이틀 먹을만큼만 사가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지금껏 냉장고는 생활 필수품이라고 생각해왔고, 한국에 계신 양가 부모님들께서는 여러대의 냉장고를 가지고 계시는 것이 당연했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굳이 냉장고 없이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돈이 없어서 냉장고를 사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전기세가 아까워서 안사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는 방식과 음식 문화가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럴 때 느끼게 된다.


길거리에 널려진 전단지를 볼수 없다

단언코 베를린의 길거리는 서울처럼 깨끗하지 않다. 나름 청소를 하고 관리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도시에서처럼 완벽하게 관리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덜 깨끗하다보니 이 차이가 크게 거슬리지도 않는 편이다. 그동안 베를린에 살면서 길거리에서 당연히 보아야 하는 뭔가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위화감이 들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 결과 생각난 것이 바로 "전단지(찌라시)"였다. 단순히 전단지가 지저분하게 거리에 널려있지 않다는 차원을 떠나서, 도대체 이 동네의 음식점이나 가게들은 어떻게 홍보를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눈에 띄는 홍보물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인터넷으로 검색이 잘되느냐... 그런 것도 아니고 구글 지도에도 표시 안되는 가게도 많다. 그래서 길을 걷다가 보게 되는 수많은 작은 가게들을 보면서 과연 이런 곳은 어떻게 월세를 내는지, 과연 돈은 벌고 있는지 궁금해하고는 한다.


"XX금지"와 같은 푯말을 보기 힘들다.

"주차금지", "쓰레기 무단투기금지", "잔디밭 출입금지", "무단횡단 금지", "후면 주차금지" 등등 한국에서 살때에는 어딜 가나 "~을 하지 말라"라는 문구를 꽤나 보면서 살았었는데, 독일에 와서는 무언가를 "금지"한다는 문구를 보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가 너무 "~을 하지 말라"라는 통제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모기가 없다

한국에서는 모기가 없는 일상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데, 희안하게도 베를린에 와서 모기에 물린 적이 없다. 그래서 한 여름에도 외출할 때 "버물리"나 모기를 쫒는 밴드 같은 것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 베를린에 처음 와서 샀던 전자모기향의 경우, 딱 한번 사용하고 2년이 넘도록 거의 사용을 하지 않았다. 왜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모기에게 물릴 걱정없이 사계절을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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