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위로가 되는 음식
8월 말의 밤
열어 놓은 창문으로 이따금씩 개 짖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매미의 백색소음이 바람에 밀려든다. 깊은 밤의 서정이 흐른다. 어둑어둑한 조명 사이로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김치말이 국수 먹을래?"
아내가 야식을 제안하는 경우는 드물다. 속도 더부룩하고 다음 날 아침도 편안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이렇게 갑작스레 생각이 나는 음식의 경우에는 먹어두지 않으면 다음날까지 여간 생각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지!"
갑작스레 고요한 주방이 부산스럽다. 싱크대 수납함을 열자 뜯어놓고 반쯤 남아있는 소면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심히 소면을 끓는 물에 톡 털어 넣는다. 물이 끓는 동안 냉장고에 있던 육수와 함께 시원하게 김치를 준비한다. 이번에는 오이 대신 깻잎을 준비했다. 깻잎은 집 앞 텃밭에서 슥슥 수확해왔다. 농약을 치지 않는 덕에 벌레 먹은 잎사귀가 큰 놈들 위주로 우리는 먹는다. 비록 예쁘지 않긴 하지만 바로 딴 깻잎은 깊은 향이 그득하다.
그렇게 뚝딱뚝딱 아내는 김치말이 국수를 만들었다.
역시나 억수로 손이 큰 와이프의 솜씨에, 김치말이 국수에 '국수'는 안 보이고, '고명'만 그득하다. 젓가락으로 고명과 얼음을 저어보니 적당히 익은 국수가 먹음직스럽다. 젓가락으로 휘휘 말아서 호로록 소리를 내며 한 젓가락 먹는다. 입에 면의 부드러움이 퍼질 때 차가운 국물을 그릇째로 한 모금 마셔본다. 시원하고 깔끔한 김치 맛의 육수가 입안을 묘하게 사로잡는다.
딱 가을밤 먹으면 좋을 맛이다.
여름의 막바지. 가을바람을 흉내 내고 있는 지금 더없이 좋은 음식이다.
또 한 번 젓가락으로 면과 김치를 휘휘 말아서 한입에 넣어본다.
이래서 김치말이 국수구나.
오늘은 참 머피의 법칙 같았다. 하는 일마다 어찌나 막히고 넘어졌는지..
나와 아내는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냈다. 그래서 아마 더 김치말이국수가 먹고 싶었나보다.
음식은 우리에게 또 그렇게 위로가 된다.
오늘도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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