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뇽안뇽안늉 Apr 18. 2024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매일이 언제나 즐거울 수는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기분 좋은 날이 있는가 하면,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잔뜩 받아서 낑낑대는 날이 있다. 마치 너울을 넘듯이.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성장하는 삶을 위해서는 스트레스가 필수적이라도 한다. 그렇다면 관건은 밀려오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현명하게’ 넘을 것인지에 달려있다. 머리로는 아는데, 도대체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아직도 명확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건강한 방식으로, 비교적 즐겁게(?) 스트레스를 타개하는 방법이란?

 보통 나는 스트레스를 받는 날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보는 쪽으로 기분을 전환하려 노력한다. 억누른 감정을 일기장에 마구 풀어내거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던가, 맛있는 디저트를 양껏 먹거나, 예쁜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쥐고 멍 때리거나, 이마저도 되지 않으면 한숨 푹푹 쉬다가 자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하지만 위에 나열된 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한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쉽게 해소되지는 않았다. 주변에 조언을 구해봤지만 딱히 답을 얻지는 못했다. 잠을 많이 자거나, 맛있는 것을 먹거나, 즐거운 액티비티를 하거나 등등 해결 방안은 대체로 비슷한 편이었다.

 



 나는 보통 일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주 5일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우선 회사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내가 해내야 하는 매일의 몫이 있다. 삶의 배경지식이 각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거나, 때로는 경쟁하며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회사라는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지도.


 다만, 대체로 나는 일에 능숙하지 못해서 헤맨다고 자각할 때, 그래서 주변인들에게 민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그 순간에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는다. 내가 해봤던 일에는 이제껏 하던 대로 하면 되지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일을 처음 만났을때 당황하게 되고, 당황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된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인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함께 일하는 동료, 때로는 내게 업무 지시를 내린 상사가 주로 그 대상일 테다.

내가 업무에서 헤멜 때 맞닥뜨려야 하는 대상이 상사라면 종국에는 ‘혼나면서 배우는 거라‘며 스스로를 위안해보고는 한다. 그리고 다음번에 다시 잘하면 된다고. 다만, 내가 민폐를 끼칠까 우려하는 대상이 함께 일하는 동료일 때 받는 스트레스는 대체로 나의 역치를 넘어선다.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것도 싫고, 남한테 폐 끼치는 것도 정말 싫어하는 성향인지라 회사에서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그날은 하루종일 우울의 바다를 헤엄친다. 꾹꾹 눌러둔 감정을 그날 밤 일기장에 펼쳐놓기도 하지만, 그저 그때뿐.


 이직 초반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종종 만난다. 슬픈 것은, 이번에 이직한 회사에서 이런 상황이 이전보다 꽤 자주 생긴다는 것이다. 나름의 핑계를 대보자면 우선 내가 해본 직무가 아니며, 업무의 R&R이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팀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팀원 간 커뮤니케이션할 일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핑계를 대기 어려운 것은 ‘내가 헤매었다’는 것이다. 내가 조금 더 잘했다면, 능숙하게 했다면, 조금 더 꼼꼼히 살펴봤다면, 일이 더 빨리 끝났을 텐데. 같이 일하는 선배가 나로 인해 훨씬 더 수월하게 일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머리에 맴돌 때면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해도 집중이 어렵다. 우울한 마음을 빠르게 털어내야 그다음의 파도가 와도 두렵지 않을 텐데, 아직 명확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다만, 회사 동료를 넘어서 친구로 지내는 전 직장 동료는 이직 초반 힘들어하는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1년이라는 사이클은 한 번 돌아봐야 내가 이 일이 맞는지 안 맞는지 아는 것 같아요.”라고. 사회 초년생 시절, 업무에 대한 태도만큼은 정말 배울 점이 많았던 전 남자 친구도 이런 말을 했었지. “내가 이 일이 잘 맞는지 안 맞는지 알려면 적어도 2년은 해봐야 안다고 생각해. “라고. 기간 차이는 있지만, 결국 시간이 답인 걸까?



 

최근의 소개팅에서 상대가 내게 10년 후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순간 면접 자리냐며 농담으로 받아치긴 했지만, 집에 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10년 후의 나? 글쎄… 막연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겠지? 싶더라. 단순한 바람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결국에는 시간이 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스트레스를 받는 나를 다독이며 조금만 더 앞으로 나아가자고 생각한다. 경험상 시간이 해결해 주긴 했으니까. 초반 걱정하던 것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해졌으니까. 다시 나아가보자고, 다짐한다. 묵묵히 나아가는 것, 배워가는 것, 후회 없이 마음을 쏟아보는 것. 지금은 그것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꾸역꾸역’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